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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최종보고서, 과학적 의문 하나도 못 풀었다"

이승헌·양판석 1차 반박…"논란 없었던 것처럼 핵심 피해가"

천안함 조사 결과에 과학적인 의문을 제기해 온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은 14일 국방부의 최종보고서를 놓고 "의문을 하나도 풀지 못한 불완전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와 양 박사는 14일 <프레시안>에 보내온 1차 반박문에서 "종합보고서는 민군 합동조사단이 해오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3개월 전 제기된 과학적 오류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제시하지 않았던 수많은 그래프 등이 실려 있지만 "핵심 문제를 풀어줄 새로운 데이터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흡착물은 산화알루미늄이 아닌 수산화알루미늄"

이 교수와 양 박사는 어뢰추진체와 천안함 파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핵심 쟁점인 흡착 물질 문제에서 최종보고서는 선체와 어뢰에 흡착된 물질이 산화알루미늄(Al2O3)이라는 틀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천안함 및 어뢰 흡착물에 관한 에너지 분광 분석(EDS) 결과, 그것은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수산화알루미늄(Al(OH)3)이라고 말해왔다. 수산화알루미늄은 폭발이 아니라 알루미늄의 부식이나 풍화작용을 통해 나올 수 있는 물질이다. 그는 EDS 데이터에서 알루미늄에 대비한 산소의 비율이 산화알루미늄은 0.23이고 수산화알루미늄은 0.85라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천안함·어뢰 흡착물의 산소 비율은 0.9 가량으로 수산화알루미늄과 거의 같았다.

천안함 합조단은 이에 대해 양 박사가 흡착물에 수분이 4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반박했지만, 양 박사는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EDS 분석은 진공 상태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습기가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선체·어뢰 흡착물에서 나타난 산소는 습기가 아니라 물질 내부에서 화학적 결합을 하고 있는 '구조수(構造水)'라고 말했다. 이번 1차 반박문에서 양 박사는 "국방부의 최종보고서는 마치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이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1. 천안함 진실 게임…어뢰 폭발 '결정적 증거'는 없다2. "천안함, 이제 '뇌송송 구멍탁' 산화알루미늄이냐!")

실제로 최종보고서는 '부록Ⅴ 흡착 물질 분석 결과'에서 수산화알루미늄 주장에 관한 직접적인 반박은 피한 채 "일반적으로 불균일한 입도를 갖는 미세입자들의 혼합물에 대한 EDS 분석은 정량적인 원소 성분비 분석이 불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최종보고서는 또 흡착 물질이 알루미늄 소재가 부식되어 생성된 물질이 아닌 이유에 대해 △비알루미늄 소재에도 다량 흡착되어 있고 △흡착 물질이 표면에 치밀하게 밀착되지 못하고 쉽게 분리되며 △흡착 물질 자체가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 않고 푸석하며 △비결정성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주성분 물질이고 △알루미늄이 부식되면 대부분 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 박사는 "이 문제에 관한 과학적인 반론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수중 폭발 실험 데이터 조작됐다"

국방부 최종보고서는 또 흡착 물질은 어뢰의 폭약재로 쓰이는 알루미늄이 폭발해 생성된 비결정성 산화알루미늄이라는 합조단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합조단은 폭발을 통해 비결정성 산화알루미늄이 나타난 것을 두고 '산에서 고래를 만난 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천안함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된 것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1차 반박문에서 두 교수는 흡착물에 관한 EDS 데이터는 그것이 수산화알루미늄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알루미늄이 폭발하면 결정성 알루미늄, 결정성 산화알루미늄, 비결정성 산화알루미늄이 섞여 나온다는 과거의 수많은 연구 결과와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합조단의 수중 폭발 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에 관한 EDS 데이터가 실험에 쓰인 알루미늄 판재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면 재실험을 하면 될 것이라는 이승헌 교수의 주장을 국방부가 수용하지 않았음을 거론하며 EDS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 합조단의 수중폭발실험에서 보이는 노란색, 빨간색 불꽃은 버블의 온도가 최소 4000도 이상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1번 글씨가 타지 않았다는 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이승헌 교수의 주장이다. ⓒ국방부

두 교수는 어뢰추진체 '1번' 글씨와 관련해서도 국방부가 어뢰추진체가 북한산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반박문은 "어뢰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1번 글씨가 색깔도 하나 안 변하고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라며 한국어 사용자라면 누구나 그런 글씨를 써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정에 가져가면 증거로 채택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합조단의 1번 글씨 잉크 분석 결과 한국의 모나미사(社)가 사용하는 '솔벤트 블루 5'라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합조단 역시 6월 29일 기자회견(언론 3단체 설명회)에서 1번 글씨가 증거로서 불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남한 사람이 모나미 매직으로 글씨를 써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의 송태호 교수는 지난 8월 초 '어뢰가 폭발해도 1번 글씨가 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승헌 교수는 송 교수가 폭발로 인한 버블 팽창을 가역적인 과정으로 가정해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공박했었다.

이승헌 교수는 이번 1차 반박문에서도 이 점을 지적한 뒤, 합조단의 어뢰폭발시험 당시 발견된 노란색·빨간색 불꽃은 버블의 온도가 최소 4000도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1번' 글씨는 타버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1. "송태호 '엉뚱한 논문'이 천안함 진실 찾기에 혼란 부추겨"2. "송태호, '노란색-빨간색' 버블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이승헌 교수와 양판석 박사는 이번 1차 반박문에 이어 이달 말 국방부의 종합보고서에 대한 '종합반박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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