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조사 결과 발표 이후 4개월여 만에 발간한 이번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당시 발표와 변함이 없다. 다만 보고서에는 자세한 시뮬레이션 자료 및 관련 사진 등이 추가되어 있을 뿐이다.
보고서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충격파와 버블효과를 일으켜 선체가 절단되고 침몰했으며 수중 폭발지점은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정도"라며 "무기 체계는 북한에서 제조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 250㎏ 규모의 CHT-02D 어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함정 침몰사고 분석틀인 비(非)폭발과 외부폭발, 내부폭발로 구분해 분석했으며 "우현 프로펠러 변형 분석 결과 좌초됐을 경우에는 프로펠러 날개가 파손되거나 전체에 긁힌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손상이 없어 5개 날개가 함수 방향으로 동일하게 굽어지는 변형이 발생했다"며 '좌초' 가능성을 배제했다.
보고서는 "스웨덴 조사팀은 이 같은 변형은 좌초로 발생할 수 없고 프로펠러의 급작스런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 등에 따른 관성력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또 외부폭발 유형을 수상폭발(순항·탄도미사일), 기뢰폭발, 어뢰폭발, 육상조종기뢰(MK-6) 폭발 등으로 구분해 미국과 한국의 조사팀이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심 6m에서 TNT 250㎏, 수심 7m에서 TNT 300㎏, 수심 7~9m에서 TNT 360㎏의 폭약이 각각 폭발했을 때 천안함 절단면과 유사한 폭발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조사팀은 좌현 3m, 수심 6~9m에서 TNT 200~300㎏ 정도의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방부는 이를 종합한 결과 어뢰에 의한 폭발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수심 7m에서 TNT 300㎏의 폭발력에 의해 침몰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기뢰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고 해역의 조류 때문에 수중 폭발을 일으키는 비접촉식 계류기뢰를 설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육상조종기뢰(MK-6)도 1977년에 설치했다가 재작년에 수거했으며 천안함을 절단할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은 없다는 이유로 배제했다.
논란이 됐던 흡착 물질과 관련해 보고서는 천안함 선체와 사고 해역에서 발견한 어뢰추진체에 흡착된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동일한 성분으로 수중폭약의 폭발재라는 기존 발표 내용을 재확인했다.
보고서에는 또 생존 장병들의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도 들어 있다. 생존자 26명은 폭발음과 함께 정전이 되면서 몸이 30㎝~1m까지 떴다가 우현쪽으로 떨어졌으며, 41명은 "기름냄새가 났다"고 진술했다. 화염과 불꽃, 물기둥 목격자 및 화상 환자는 없었고 50명이 골절과 타박상, 염좌(일종의 근육통) 등의 상처를 입었다.
전탐(전자·전파탐지) 부사관은 "물기둥, 섬광은 보지 못했으나 기름 냄새는 났으며 기뢰, 어뢰 등 외부 충격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최원일 함장과 전투정보관, 조타사, 조타병은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진술했으며, 갑판병은 "북한의 반잠수정에 탑재된 경어뢰에 좌현 함미 부근이 맞아서 함정이 균열하여 무거운 함미부분이 자연스럽게 찢어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함장은 사고 직후 직속상관인 22전대장 이원보 대령에게 "어뢰 같다"는 내용으로 통화했고, 통신장 허순행 상사는 레이더기지 당직병과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교신을 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잠수함(정)이 공해상을 우회해 침투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거센 조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방한계선(NLL)을 직선으로 관통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 잠수함(정)이 수중에서 어뢰를 발사하는데 조류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 ⓒ뉴시스 |
스웨덴 조사팀 "우리가 참여한 부분만 동의"
그러나 민군 합동조사단은 어뢰추진체 부품에 쓰인 '1번' 표기 잉크가 북한산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1번 표기의 잉크 재질 분석을 위해 중국산 유성매직 5점을 분리 분석, 비교 시험했고 페인트 원료에 대해서는 KIST 특성분석센터에 의뢰해 정밀분석을 실시했으나 대부분 국가에서 유사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국 식별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1번' 잉크가 어뢰 폭발에도 증발하거나 변색하지 않은 이유로 △수중(수온 3℃)에서 발생한 폭발이었고 △어뢰 탄두부에서 폭발이 이루어지더라도 4m에 달하는 전지부가 완충역할을 했으며 △1번이 표기된 부분은 추진 후부 내부로 정비구 덮개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또한 어뢰추진체가 CHT-02D임을 입증하는 북한산 어뢰 카탈로그는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는 "(합조단) 정보분석분과로부터 CHT-02D 어뢰의 이미지를 제공받아 10배 이상 확대해 이미지에 기재된 어뢰 각 부분별 길이를 확인, 증거물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고 빠져나갔다.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가 한쪽으로 휘어진 반면 좌현 프로펠러는 멀쩡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으며, 천안함 내·외부에서는 폭약 성분이 발견됐지만 어뢰추진체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합조단에 참여했던 4개국 중 스웨덴은 자신들이 참여했던 부분에 동의한다며 최종보고서에 대한 제한적인 동의 의사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합조단에 참여한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의 조사팀장은 이 보고서의 발견점(finding)과 결론(conclusions)에 동의한다고 자필 서명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자신들이 참여한 부분과 관련 있는(relevant to the swedish team's participation) 보고서 내용에만 동의한다고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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