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라이시 "오바마의 추가부양책은 자가당착 꼼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라이시 "오바마의 추가부양책은 자가당착 꼼수"

루비니 "더블딥 전망 바꿀 정도 못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심각한 실업사태를 개선하겠다며 지난 6일 발표한 추가 경기부양책의 효과에 대해 유력한 경제학자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이번 2차 부양책은 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500억 달러, 그리고 기업의 설비투자 세제해택에 2000억 달러, 연구개발(R&D) 세액공제에 1000억 달러 등 모두 35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학자들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큰 정부지출 규모는 적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세제혜택의 비중이 큰 이번 방안은 구성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기록적인 실업사태로 더블딥 위협이 커지고 있는 미국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확실한 경기부양 효과를 보려면 훨씬 더 과감한 규모의 정부 지출이 필요하다며 오바마의 추가 부양책을 일찌감치 평가절하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일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오바마 부양책 불구, 12개월내 더블딥 가능성"

이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8일(현지시간) 오바마의 추가 부양책이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미국 경제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40%로 높여잡고 있는 루비니 교수는 "추가 부양책이 이러한 전망을 바꿀 정도가 아니다"면서 "더블딥이 일어난다면 앞으로 12개월 안에 일어날 수 있다"고 암물한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로버트 라이시는 공화당으로부터 '정치적 꼼수'라고 비난받는 오바마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정치적으로도 패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이시는 무엇보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R&D에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제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자본 조달 비용 때문이냐는 반문이다.

라이시는 "현재 기업은 설비를 늘릴 필요가 없으며, 소비자는 부채에 허덕이느라 구매할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중소기업은 세제혜택의 기회를 누릴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수조 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시에 따르면, 공화당과 기업 로비스트들이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현재 대기업들은 노동자를 영구적으로 대체해서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설 자동화, 기계화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오바마의 세제혜택은 기업의 이런 투자의 수익성을 제고해줄 뿐이다.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먼 세제혜택

한마디로 오바마의 세제혜택은 노동자들의 소비력을 늘려줌으로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줄이는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며, 재정난으로 수많은 교사와 소방관, 경찰들을 해고할 처지에 놓인 여러 지방정부에게 지원되어야 할 1300억 달러의 재원을 희생시키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왜 이처럼 어이없는 방안을 경기부양책이라고 내놓은 것일까? 이에 대해 라이시는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정치적으로 공화당을 곤혹스럽게 하기 위해서"라는 '정치적 꼼수'가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르짖는 공화당이 이번 추가 부양안을 반대한다면, 오바마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말했듯 "공화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세력"이라는 공격을 할 수 있다.

또한 공화당이 이번 부양책에 동의한다면 민주당이 정책적 승리를 주장하며 오는 중간선거에서도 정치적 호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시는 "공화당이 이런 꼼수를 간파하고 중간선거 이전에 기업 세제해택 방안만 우선적으로 처리하자고 요구하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오바마는 대규모의 기업 세제혜택을 제안함으로써 미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이 노동자의 빈곤 탓이기보다는 자본 비용이 크기 때문이라는 공급주의적 도그마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위기 초래 세력들이 득세하는 역설적 상황

이런 패착을 거듭하고 있어서인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현재 정치적으로 열세에 몰리고 있다. 오바마는 "공화당은 경제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는데 이제 해결책을 내놓으라며 떼쓰고 있다"고 공화당을 비난하고 있지만, 여론은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여러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지지율 조사 결과는 경제위기에 집권한 정권이 확실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민심이 얼마나 급속히 싸늘해지는지 보여준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최근 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들의 51%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데 반해 민주당 후보 지지자는 41%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1942년 이래 가장 큰 격차다.

<워싱턴포스트>·<ABC> 방송 조사에선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유권자들의 53%가 공화당을, 40%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취임 직후 68%로 시작했던 오바마 지지율도 7월 들어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마저 다수당을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을 하겠지만 다수당이 바뀔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에서 크게 악화된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정치 지형에 대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최대의 승리자들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이며,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낼 방안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아버리는 바로 그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