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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추가 경기부양책, '선거용 발표'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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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추가 경기부양책, '선거용 발표'로 전락하나

크루그먼 "1938년의 재판…디플레로 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9% 중반대에 머물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어 미국의 경제는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절을 맞아 위스콘신주(州)의 밀워키를 방문해 노동자들을 상대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초기 자금 500억 달러를 투입해 도로 24만 1000㎞, 철도 6400㎞, 항공 관제 시스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이 핵심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를 여섯 번 돌 정도로 충분한 길을 향후 6년에 걸쳐 건설하겠다"며 "분초를 다퉈가며 경제의 흐름을 성장가도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인프라 뱅크'의 설립도 주창했다.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각종 SOC 건설 프로젝트만을 전담할 자금 대출 창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계획은 단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더 잘 운용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8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를 방문해 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역시 R&D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고용창출을 노리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약 1000억 달러 규모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노동절 축제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도로와 철도, 공항 활주로 건설 등을 포함한 SOC 투자 계획에 대하여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공화당 반대로 의회 통과 어려워

하지만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선거용 발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책이 시행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공화당의 협조 없이는 의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줄 이유가 없으며,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오바마의 부양책이 다분히 중간선거를 의식해 급조된 정치적 플랜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오바마가 경기부양책 발표를 11월 중간선거의 주요 경합지역을 돌면서 발표하는 일정을 잡고 있는 것도, 공화당을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세력으로 비난하는 등 선거용 유세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밀워키에서 가진 연설에서 "하늘이 푸르다고 하면 공화당은 아니라고 하고, 물고기가 바다에 산다고 해도 그들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면서 공화당이 무조건 반대만 하면서 의회에서 통과가 절실한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막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슈퍼 60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독자적인 법안 통과가 사실상 힘든 상태다.

크루그먼 "2010년의 미국 정치지형, 1938년의 재판"

오바마 대통령의 추가부양책이 미국의 실업률 개선 등 실제적인 경제적 효과보다는 선거용 발표에 불과하며, 이제 미국은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실망감은 무엇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클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미국은 실업 사태를 개선하고 디플레이션으로 가지 않으려면,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수적이며 그 규모는 500억 달러 정도가 아니라 훨씬 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1938 in 2010'이라는 칼럼에서 충분한 추가 부양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의 앞날을 암울하게 전망했다.

이 칼럼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며 정부의 대응책은 소극적이어서 충격을 조금 줄여주는 효과를 거두었을 뿐 실업사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가 더 이상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이유는 8000억 달러에 달하는 1차 경기부양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실천하지 못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 정부가 처음에 확실한 효과를 낼 정도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못한 탓에 이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2차 경기부양책을 추진해도 신뢰를 받지 못하게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따라 크루그먼 교수는 2010년의 미국의 정치지형은 1938년과 유사하다고 비교했다. 1937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초기 뉴딜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자 재정긴축으로 돌아서는 결정을 한 직후 경기침체가 다시 초래되자, 이듬해 정부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커졌다.

1938년 3월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63%가 반대했다. 민주당은 그 해 선거에서 하원에서 70석을 잃고, 상원에서 7석을 잃은 참패를 당했다.

1938년의 사례는 2010년에도 크루그먼 교수가 권고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대공황은 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미국 정부가 GDP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국가부채를 늘리며 지출에 나서게 되면서 극복됐다면서, 당시 국가부채는 현재 가치로 물경 30조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대규모 정부 지출에 의해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면서 부채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도 훨씬 더 많은 정부 지출을 할 여력이 있지만, 오바마 정부가 부채 문제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비판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졌을 때는 일반적인 이론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침체 때 긴축 정책을 쓰는 것은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부채 갚기에 나서면 불황과 디플레이션이 초래되고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불황 때는 오히려 국가적으로 지출을 크게 늘려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야 결과적으로 부채 문제가 치유된다는 '불황의 경제학'을 역설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벨경제학상 수상까지 한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처방도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시의 대규모 정부 지출이 과연 불황극복의 묘약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경기부양책이 실시되지 않는 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전망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인프라 뱅크' 논의는 적절"

교통 기간시설 건설이 중심이 된 이번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무소속), 에드워드 랜델 펜실베니아 주지사(민주당)가 오바마 대통령을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008년에 교통 기간시설 개선을 촉진시키기 위해 초당적 연맹을 구성했던 이들이다.

또한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트 푸엔테스 선임연구원은 이번 경기부양책에 포함돼 있는 인프라 뱅크에 대한 구상에 대해 "지금 (논의하기) 매우 적절한 정책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약 8000억 달러가 들어갔던 1차 경기부양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를 계획 없는 중구난방 식의 투자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선택된 프로젝트 별로 자금을 투자하고, 완성된 프로젝트의 이용료·세금을 통해 다음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순환 방식의 자금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로사 드라우로 민주당 하원의원(코네티컷) 등은 이미 이와 유사한 은행의 설립에 관한 법안을 추진해 왔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인프라 뱅크는 미 재무부의 하위 파트로, 정부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자문위원회가 선택한 프로젝트 별로 그 때 그 때 자금을 조달한다. 이럴 경우 외부 투자자들에게 투자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완성된 프로젝트에 대해서 세금이나 이용료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경기 부양을 위해 어느 사업부터 전략적으로 돈을 들어야 할지 우선순위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푸엔테스 선임연구원은 경기부양책에 대해 "(무엇에 투자할지) 타깃이 없는 상태로, 마치 땅콩잼을 펴 바르듯 달러를 여기저기에 얇게 퍼뜨리고 있는 식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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