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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크루그먼 등 케인스주의자는 시대착오자들"

[해외발언대]"평화시 세계대전급 재정적자는 파탄 초래"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케인스주의 학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해 주목된다.

그동안 경제학계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해야 한다는 입장과, 또다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는 만큼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크루그먼 교수 등의 '추가 경기부양론'이 대립해 왔다.

이에 대해 퍼거슨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경기부양과 긴축'의 구도로 벌어지는 대립은 논점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추가적인 경기부양은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경제학적인 논쟁 대상이 아니라 이미 경제사학적으로 답이 나와 있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19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Today's Keynesians have learnt nothing'이라는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크루그먼 등 케인스학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로이터=뉴시스

오늘날 일부 케인스주의자들은 옛일은 결코 잊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배운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30년대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저지른 실책들을 그들은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1936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이라는 그들의 바이블이 출간된 이후 발전한 경제이론에서는 배운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풍자적으로 표현하자면, 케인스주의자들은 허버트 후버의 망령에 사로잡혀 미국이 또다른 공황의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성급한 재정긴축 정책이 공황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한다. 1936년 대선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이런 실책을 저질렀으니 이번에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케인스주의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미국의 재정정책은 이미 지속불가능한 지경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2012년 연방 부채가 GDP 대비 90%가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초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가 공저한 주목할 만한 논문에서는, GDP 대비 공공부채가 90%가 넘어가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케인스학파의 '승수효과'는 허구"

케인스주의자들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케인스주의 반대파들은 채권시장의 매도 사태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신용등급 강등 같은 나쁜 소식 하나가 갑자기 대량매각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채권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인플레이션뿐만이 아니다. 미 연방 공공부채의 47%는 외국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향후 부도 사태를 우려하고 잇다.

케인즈주의자들은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을 가공의 존재로 여긴다. 케인즈주의 반대자(로버트 배로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가 대표적)들은 오히려 케인스학파가 말하는 승수효과가 허구라고 말한다. 재정적인 경기부양책이 승수효과를 일으켜 훨씬 큰 총수요를 만들어낸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케인즈주의 반대파들은 막대한 재정적자는 특히 향후 세금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게 하면서 기업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논쟁이 거듭되는 것은 경제매체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논쟁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경제학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역사와 관련된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3년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재정적자는 GDP의 4.3% 수준이었다. 1934년에서는 5.6%까지 올랐으나 연방 부채는 GDP 대비 40%에서 45%로 약간 늘었을 뿐이다. 2007년 이후 목도한 급격한 재정확장이 일어난 것은 미국(그리고 다른 모든 전쟁 참가국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 개입하면서부터였다.

따라서 오늘날의 상황은 1930년대가 아니라 1940년대의 상황과 더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대전급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첫째, 미국은 전쟁채권을 발행해 국내 저축을 끌어들여 전쟁자금을 조달했다. 두번째, 전쟁 기간의 경제는 사실상 교역이 끊기기 때문에 재정적 경기부양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 세번째, 전쟁 기간의 경제는 자원과 생산가용시설이 총동원되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부문에도 온갖 통제가 가해졌다.

오늘날 재정적자 규모는 세계대전 기간과 비슷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다. 미국은 외국의 채권자, 특히 전략적으로 전략적인 경쟁관계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한 개방경제이기에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중국의 수출을 도와주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생산시설이 충분히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이 더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돈 찍어내면 된다는 실험은 역사적으로 이미 실패"

그렇다면 현재 미국의 상황과 같은 전례가 있었는가? 물론 있다. 케인스가 태어나기 오래 전에 아르헨티나에서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의 취약한 정부들은 평화시에도 막대한 재정적자를 동원하면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실험적인 정책을 여러 차례 썼다.

이런 실험은 둘 중의 하나의 결과로 끝났다. 부도 사태로 외국 채권자들이 손실을 입거나, 국내 채권자들이 인플레이션에 의해 손실을 본 것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다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점이 반드시 왔다.

1981년 미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사전트가 쓴 논문은 여러 면에서 케인스의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묘비명이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서구권 정부들(특히 영국)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자릿수의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급증하자 근본적인 처방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920년대 중부유럽의 사례까지 살펴본 사전트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책 자체를 바꾸어야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시장의 신뢰를 '가공의 존재'에 비유하는 폴 크루그먼 같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수십년에 걸친 기대심리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로부터 배우지 못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위기에서 학문적 승리자는, 인간의 심리 변동이 핵심변수라고 주장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이라는 점도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것같다.

사람들은 세계대전 기간이라면 모를 정도로 막대한 재정적자가 쌓였다는 점을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려면 사전트 교수가 30년 전에 제시한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반드시 요구된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는 경기부양이냐 긴축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민간부문의 신뢰를 살리는 정책이냐, 죽이는 정책이냐 사이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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