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 : 우리 코너가 없어졌으니까 나온거 아녀. 너희 코너도 오늘 없어지는거 아녀. 아쉬워 말고, 우리 코너도 같이 없어졌으니 내비둬.
박성광 : 키 작은 사람 코너만 없어지는 더러운 세상!
(지난 6일 방송된 KBS2TV <개그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중 일부)
# 1. '뿌레땅 뿌르국'
▲KBS2TV <개그콘서트> 의 종료된 코너. '뿌레땅 뿌르국' 한 장면. ⓒ한국방송 |
난 이 나라 대통령이자 개그 프로그램 PD이자 개그맨이야. '대통령 PD'는 아무나 하냐고? 니가 아직 내 명성을 못 들었구나. 이 나라에서 잠시 나왔던 시사풍자 개그 이거 다 내가 없앤거야. 기억나는 시사풍자 개그 있어? '뿌레땅 뿌르국'? 그거 내가 없앤거지. 왜 없앴냐고? 재미가 없어서지. 아냐, 절대 대통령 비꼬는 게 보기 싫어서 그런 게 아냐. 제대로 회의한다고 해놓고 서로 멱살잡고 싸움박질하는거, 그게 웃겨? 안 웃기잖아. 집 없는 사람한테 집값 바나나 열개라고 해놓고 바나나 받는 사이에 집값 두배로 올렸다고 하는거 그게 웃기냐고. 안 웃기잖아. 절대 그게 우리 국회나 부동산 정책 풍자하는거 같아서 없앤게 아니야. 이게 다 누구를 위한거야? 국민, 국민, 국~민을 위해서다 이거야.
니깟 놈이 뭘 알아. 자고로 개그 프로그램이란 말이야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냐. 개그 프로그램 누가 보나, 사장. 사장만 보나 국회의원, 국회의원만 보나 대통령. 이 분들이 다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야. 얼마 전에 없어진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이거 말이야.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냐'.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런거 하면 안된단 말이야. 왜냐? 개그 프로 보는 사장님, 국회의원, 대통령 이분들이 다 일등이란 말이야. 자기 욕하는데 좋아하겠느냐고. '일등만 기억하는 멋진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냐고 묻기전에 내가 먼저 무엇을 할지 생각하겠습니다' 이렇게 외쳐야 빵빵 터진다는 말이야.
이봐 이봐, 니가 모르는 것도 있어. 안윤상이 알아? 안윤상? 그래 그 성대모사 잘하는 애. 걔가 재작년에 MB 성대모사를 했단 말이야. 근데 방송이 안됐어요. 녹화를 두번 했는데, 방송을 한번도 안했단 말이야. 걔가 가발 쓰고 'MB'라는 명찰 달고 정장입고 나와서 '사실 내 이니셜(MB)은 민박의 약자다. 난 민박집 주인이다'라고 그랬어. 당연히 방송이 안됐지. 이것도 얘가 대통령 성대모사 해서 안된게 아니야. 걔가 대통령이랑 안닮아서 그런거야. 자기랑 안 닮은 애가 나와서 흉내 내는거 보면 대통령이 기분이 좋겠어? 안 된단 말이야. 이것도 다 누구를 위한거라고? 국민, 국민, 국~민을 위한 거야.
#2.' 개그생존보장위원회' 개보원
▲ KBS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 ⓒ한국방송 |
자, 우리는 떨어지는 개그의 생존권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개그생존보장위원회 '개보원' 입니다. 자 오늘의 안건 말씀해주시죠. 그렇습니다. '큰집'은 남들이 볼 때와 안 볼 때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왜 '큰집'은 왜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혼란케 하는 것입니까. 이에 우리는 아직도 이중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는 '큰집'에게 이렇게 밝히는 바입니다.
"'재미없다' 핑계더니 돌아서서 조인트냐!"
"선거 때는 패러디고 보통 때는 밥줄 끊냐!"
정말 대단합니다. 참을 수 없습니다. 큰집 여러분, 지금 사람들 앞에서 얌전빼고 있습니까. 밖에서는 아무것도 간섭 안하는 척, 방송사 사장이랑 안 친한 척, 개그프로그램 보지도 않는 척 하면서 안에서는 조인트, 날라차기 하고 계십니까. 개그맨들 프로그램에서 내쫓고, 잘 있던 코너 말아드셔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아.
큰 집 여러분. 일등도 아닌 개그맨들이 나와서 풍자하는거 꼴 보기 싫은거 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본인들 개그 감각이 유달리 떨어지는 건 인정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끽해야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신세 한탄하고 '동혁이 형이야'라고 샤우팅 개그 좀 했다고 '없어져라' 그러면 안됩니다. 추모제 사회 봤다고 밥줄 끊고 그러면 안됩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방송에 나와서 태극기 흔들라는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당신들 비위 다 맞춰주고 갈굼 받아주고 했으면은! 우리 인간적으로, 개그맨보다 더 웃기려고 하지 맙시다. 실제로 웃기고 싶어서 그러는거 다 압니다. 우리도 지금 큰집 너무 웃기니까 조금 빌려쓰는거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큰집 안웃기다는 사람들, 당신들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괜히 다 들어줬어. 개그코너보다 더 웃기려는 사람들 어이없어. 이제 내가 제일 웃기고 싶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뾰로롱~. '청와대 24시'
이제 개그맨 여러분 자리에서 일어서 주길 바랍니다. 우리도 그간 영구 분장하고도 한 표 씩 투표하며 제 역할 다 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당히 이렇게 밝히는 바입니다.
"유머 감각 없으면서 웃기다고 욕하지 마라!"
"웃기다고 욕먹으면 너희들은 이백년 장수한다!"
개그로 맘껏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개그맨들이여 일어나라!
#3. 동혁이 형
▲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서 '샤우팅 개그'로 유명한 '동혁이 형' ⓒ한국방송 |
세상 그 누구보다 '샤우팅'을 사랑하는 쿨한 형 동혁이 형이야. 형이 짜증 안나게 생겼니. 이거 봐바, 이거 봐. "<개콘>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대사 없어져야" 이게 무슨 말이냐. 어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박성광 보고 유행어 하지 말라고 했다 이거야. 박성광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 들으면 찝찝하고, 가슴이 아프대. 아니 니들이 무슨 <다모> 이서진이야? 코너 잘린 박성광 잡고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 이럴꺼야? 이건 아니잖아. 쿨하지 못하잖아.
더 놀라운 사실이 뭔지 알아? '어떻게 새 사장이 왔는데도 이 대사가 계속 나오냐'고 그래. 아니 그럼 사장 바뀌면 드라마 싹 다 조기 종영 시킬거야? 사장 바뀌면 니들이 와서 코너 새로 짜고 우리랑 기획회의 하고 그럴꺼야? 니들이 국회의원 배지 떼고 쫄쫄이 입고 얼굴에 수염붙이고 밀가루 풍선 맞고 그럴거냐고. 이거 아니잖아. 쿨하지 못하잖아. 사장이 바뀐다고 방송이 다 바뀌면 시청률 조사는 왜하나고. 그냥 사장님댁 TV만 나오면 되지. 형이 괜히 샤우팅하니?
근데 물론 말이야. 방송보고 뭐라고 하는거 다 나쁘다는거 아니에요. 말도 안되는 욕설하는 방송, 애들이 보는데 막 벗고 야한 짓하는 방송 이런거 뭐라고 하고 제재해야지. 근데 왜 서민들 속 팍팍 긁어주는 잘나가는 시사 개그 없애고 그러냐고. 왜 하필이면 그 많은 방송 중에 시사 풍자 들어있는 프로그램만 없어지고 벌금 부과되고 방통심의위에 불려가고 그러냐고. 우리가 무슨 '빵셔틀'이야? 너희가 빵 사달라 그러면 방송에서 빵 굽고 라면사오라고 하면 라면 끓여야 해? 이거 아니잖아. 쿨하지 못하잖아.
말로만 하면 뭐하냐. 진짜 한류 만들고 싶으면, 방송 일자리 늘리고 청년 실업 해소 하고 싶으면 우리가 하고 싶은 개그, 시청자가 원하는 개그 하게 냅둬야 할 거 아냐.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 개그맨이니? 너희는 우리를 가만히 놔두고, 우리는 선거 때 괜찮은 사람 뽑고, 서민들 답답한거 같이 풀어주고, 그러면 좋잖아. 알았지? 좋아. 쿨하다. 얘들이 형이 누구라고? 그래 동혁이 형이야.
※ 이번 글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뿌레땅 뿌르국',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동혁이형' 등을 패러디한 것임을 밝힙니다. 그렇지 않아도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이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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