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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천안함·남북관계·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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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천안함·남북관계·6자회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7호(2010년 5·6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7호는 '천안함과 6자회담 :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5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7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ㆍ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천안함 침몰사고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정부는 안보상황에 대한 위기대응 능력 미숙으로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되었다. 군(軍)의 지휘보고체계에 적잖은 허점이 들어나 군마저 신뢰를 잃었다. 사고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진상이라 할 수 있는 사고 시점과 지점에 관해 오늘 발표 내용 다르고 내일 발표 내용이 다르니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인가. 민간이 참여하는 조사단을 만들자, 유족대표가 참여해야 한다, 국제 전문가들을 참여시키자 등등의 발상과 실제 조치는 모두 국민의 정부 불신과 군의 신뢰 상실 탓이다.

정부와 군에 대한 신뢰에만 금이 간 것이 아니라 이 사태를 보는 우리 사회 내부의 시각 분열 현상도 만만치 않다. 초기에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매우 희박하게 본 전문가들이 많았고, 미국 고위관리들도 비슷한 관점을 서둘러 내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우리 내부의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북한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였다. 해묵은 '북풍론'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대통령이 "신중하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면서 동시에 북한의 소행일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주문하였다. 조사 결과 실체적 진상이 나와도 신뢰와 우리 내부의 갈등 해소 문제는 숙제로 남게 되었다.

관점을 좀 넓혀보면 '천안함 사태'는 현 국면 남북관계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남북간 화해·협력의 노선은 폐기되었고, '선 비핵화' 기조 하에 엄정대응 태세를 견지한 결과 긴장과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날 즈음에 금강산관광사업에 치명적 조치들이 취해졌다. 긴장의 고조와 대결의 심화는 결국 남북간 충돌로 귀결될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여 통일의 토대를 쌓아가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에 부여된 막중한 책무인데, 평화적 관리는 고사하고 '일전불사'의 군사 대결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국민의 안보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난 서해 해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남북 해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한 곳이고, 항상 남북간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높게 안고 있다. 가까이는 지난해 11월 대청도 주변 수역에서 남북간 교전이 있었다. 그 교전과 천안함 사고를 연계시켜 북한 군이 보복을 준비해왔다고 하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서해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이제 상황은 대략 정리되었다. 차분하게 정부의 과제, 남북관계의 앞날,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채워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사고에 북한이 개입되었다면 국가 운영의 원칙상 적절한 대응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 대응은 비군사적 방법이어야 하고, 대한민국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얻는 수준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정부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이런 비극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에는 남북간 긴장과 대결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무대응과 기다림으로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고, 더 나아가 평화통일의 토대를 쌓아갈 수 없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이 단기적 조치여야 하고, 그 기반위에서 중·장기적 토대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핵화' 과제는 시간이 갈수록 높은 해결비용을 요구하게 되고 통일비용도 그만큼 증가시킨다.

현재의 정책기조를 벗어나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을 위시한 경협사업의 유지 혹은 발전, 인도적 교류 확대,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남북대화 실시는 남북관계가 악화의 길로 가는 것을 예방하는 최소의 조치다. 지금과 같이 북한이 취한 하나의 행동에 우리가 경직된 대응을 하고, 그런 대응이 다시 북한의 강성 행동을 초래하는 식의 악순환 구도는 반드시 깨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끓는 발상의 전환이 간절하다.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선제적으로 나가야 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10.4 정상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한다는 남북간 합의가 들어 있다. 이 합의에는 서해와 인근 해주 지역을 포괄하여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의 구체적 과제들이 담겨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고, 북한이 군사적으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해주 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하여 공동이익을 취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일거에 잡자는 합의였던 것이다. 이 합의는 인천, 개성, 해주, 남포 지역와 인근의 해역을 평화와 공영의 벨트로 묶는 원대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소지를 담고 있다. 정부에서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천안함 사태'는 그 파장이 실로 방대하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중국도 점차 이 사태의 '출구'에 핵심 당사자로서 개입의 정도가 높아졌다. 근본적으로 한반도 내부 문제일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태에 구조 활동을 미군이 지원하고 진상규명 작업에도 외국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서해 바다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이 침몰되었는데 좁게는 동북아 지역 차원, 넓게는 국제사회 차원의 문제로 전화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연루 가능성이 근본적인 배경이겠지만, 남북관계나 한반도 문제가 동북아 질서의 한 가운데에 내재화되어 있는 구조적 맥락 탓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태가 북핵문제 해결틀인 6자회담으로까지 연동되어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커트 캠벨(Curt Campbell) 美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일전에 열린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천안함의 침몰 원인 규명이 6자회담 재개 논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천안함 사태가 6자회담 재개와 연동되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천안함 사고 즈음인 3월말만 하더라도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천안함 사고가 그 외교적 노력마저 침몰시킨 셈이 되어버렸다. 당시 분위기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 이어 북·미간 예비회담이 열리고, 그런 후에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이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문제도 오리무중인 형편이고, 6자회담 재개는 더 한층 불투명해졌다. 한반도 비핵화 과제의 중대성과 6자회담 재개의 절박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사태 전개가 아쉽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의 끈을 놓아버림으로써 6자회담 내부에서 남북간 긴밀한 소통이라는 요건이 실종되었다. 또한 남북관계가 한·미관계를 포함한 국제관계보다 아래에 위치지워짐으로써 남북이 직접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다. 6자회담은 남북관계와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최상이다. 과거에 6자회담 과정을 돌아보면 교착국면에서 남북장관급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경우도 있었고, 남북 정상간의 합의에도 비핵화 노력의 공감대가 적시된 바 있다. 지금은 6자회담도 장기 공전 상태이고, 남북관계에도 긴장과 대결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비핵화 과정이 최악의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과 고위급대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6자회담이 중국을 통해 중재가 이루어지고 대화의 실마리도 찾아야 되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환경을 맞고 있다. 중국의 협조가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지금처럼 6자회담의 많은 몫을 중국에게 떠넘긴 적이 없었다. 중국이 북한의 '안정화'에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는 한, 한국과 미국이 방점을 두고 있는 제재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는 북한을 방문한 미국측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북·중관계의 심화는 우리에게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족할뿐더러, 미국과 일본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그렇다하더라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마저 북핵문제 해결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한 대학에서의 연설과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1개에서 6개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을 이란과 같은 반열에 올려 우려의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압박과 6자회담틀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오직 북한에만 맡겨두고 기다리자는 태세다. 오바마 대통령도 핵안보정상회의 말미에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의 정치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들이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비관적으로 보게 만든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대화와 제재를 복합하여 북핵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과거 부시 행정부 시기의 교훈을 돌아보면, 대화와 제재의 복합 정책으로 6자회담이 제대로 갈 수 없고, 북·미간의 합의를 만들어내기도 어려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적극적인 교섭(engagement) 정책을 택할 때 교착이 풀리고 6자회담의 진전이 있었던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일단 교섭정책을 통해 외교적 노력을 다한 끝에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을 때 제재를 가하는 것이 교섭정책의 원리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을 동일한 범주의 핵안보상 위협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런데 동북아의 지정학이 중동과 같을 수는 없는 일이며, 동북아에는 중국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라는 전략적 파트너의 협조를 얻고, 굳건한 한·미관계를 자산으로 삼아 북한에 대해 과감한 교섭정책을 펼치는 편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도 더 다가가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일이 아닐까. "전략적 인내심"이라는 모호한 전술을 접고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한때 천명한 바 있는 북한과의 "직접적 외교"를 개시할 것을 기대해본다. 천안함만 인양하고 구조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도 끌어올려 복원해야 하고 6자회담도 개시하여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안보가 중요한 만큼이나 다각적인 외교가 힘을 발휘해야 할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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