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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남북관계 복원의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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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북경협, 남북관계 복원의 단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2호 <3>

1. 남북경협, 다시 찾아온 위기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남북경협 업체들은 시쳇말로 '멘붕'상태에 빠져버렸다. 올해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가 풀리고 남북경협이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면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번의 핵실험으로 가느다란 희망의 끈조차 툭 끊어져 버리면서 업체들은 절망의 늪에 빠졌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요소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첫발을 떼지도 못한 채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12일 박 당선인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신뢰 구축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기가 매우 어려워졌음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한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이에 다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시대와 마찬가지로 경색국면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 지난 2010년 5월 전쟁기념관에서 '5.24 조치'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한반도 정세 및 남북관계가 이렇게 엄중하다 보니 남북경협의 봄날은 요원해졌다. 남북경협의 최대 현안들은 꼬인 실타래가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니, 5·24조치 해제라든지 금강산관광 재개는 이야기도 꺼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의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누차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2. 남북경협의 원칙과 방향 정립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지난 대선 당시 유력 후보들 사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남북관계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 것이다. 남북경협사업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은 줄줄이 도산을 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될 전망이다. 북중경협은 가속화되고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면서 한국 주도의 통일은 더욱 멀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남북경협의 원칙을 바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른바 정경분리 원칙이다. 이는 영역으로서의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으로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북핵문제, 남북관계 등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물론 정경분리 원칙을 현실세계에서 지켜내기가 용이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경우, 과도한 정경연계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핵문제와 남북경협의 철저한 연계도 그러하지만 5·24 조치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을 배경으로 박근혜 정부 시대에도 정경연계 정책이 펼쳐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경협과 정부차원의 경협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 경협의 경우 일정 정도는 정경연계가 불가피하다. 혹은 조건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민간차원의 경협에 대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정치군사적 여건을 이유로 민간차원의 경협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3. 5.24 조치와 금강산관광사업

이러한 맥락에서 5.24 조치의 해제 문제를 조망해야 한다. 5.24 조치의 해제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공감대가 상당 정도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제조건 및 방법에 대해서는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에 상당히 큰 견해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정책적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우선 국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가 5.24 조치의 해제를 결의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5.24 조치는 그대로 둔 채 정부가 새로운 방침,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문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여당 일각에서는 "5.24 조치의 해제를 반드시 선언적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제시해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공식적 해제는 정치적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곤란하고 따라서 실질적 해제가 차선의 방안 혹은 과도기적 방안으로서 추진될 수 있다. 아울러 전면적 해제가 아니라 부분적· 단계적 해제도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유연화 조치'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다. 물론 여기에도 수준과 범위의 문제는 남겠지만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견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은 여전히 막혀있다. ⓒ연합뉴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 또한 5.24 해제와 유사하게 관광 재개의 전제조건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 내에 대립적인 견해들이 존재한다. 핵심은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3대 전제조건의 충족과 관련된 '수위'의 문제이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기는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여기에서도 다양한 정책적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우리가 요구했던 3대 전제조건을 김정일 위원장이 약속했다는 큰 틀을 인정하면서 우리의 요구조건을 구체화하는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사건이 발생한지 상당한 시일이 흘러 진상조사는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고, 북측이 이미 간접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사과를 표명했으므로 향후 신변안전보장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구축을 전제로 관광 재개를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4. 개성공단사업

현재 남북관계의 유일한 '끈'이면서 '완충지대'이기도 한 개성공단사업의 미래도 불안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전후해 우리 사회에서 개성공단 존폐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고, 개성공단에 관한 남북당국 간 날선 공방이 전개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개성공단이 당장 폐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남북한당국 공히 스스로 폐쇄결정을 내리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 하지만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북한으로의 현금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 확대 및 한국정부에 대한 협조 요청, △북한의 각종 압박조치로 인한 개성공단사업의 위기적 상황 등으로 인해 개성공단 존폐 논란이 또 한 차례 거세게 일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한국정부가 핵실험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개성공단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고 현상유지 정책을 펴는 경우 북측이 크게 반발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언제부터 일지 알 수 없지만 다양한 형태로 압박과 실력행사를 하면서 긴장을 조성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문제를 두고 남측과 마찰을 빚을 2008~2009년 당시 취했던 여러 가지 압박 수단들이다. 북측은 지난 2008년 12월 육로통행 횟수와 출입 인원수에 대한 대폭적인 감축 조치를 취했고, 2009년 3월에는 사전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그것도 세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통행에 대한 제한 및 차단 조치를 실시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4월에는 임금, 토지사용료 등 기존의 계약조건을 '특혜'로 규정하고 이들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선언하고 나아가 5월에는 임금, 세금, 토지임차료, 토지사용료 등과 관련된 기존 법규 및 계약의 무효를 선언했다. 그러한 위기 속에서 불안감을 느낀 바이어들이 주문을 감소하거나 취소하면서 입주기업들은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2008~2009년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북측의 새로운 카드가 등장했다. 노동력 공급 부족 상태가 6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개성공단은 어느덧 공급자 시장(sellers' market)으로 변모하고 있다. 즉 노동력 공급자인 북한당국이 노동력 수요자인 남한당국 및 입주기업에 대해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남북한 합의 및 '제도'에 의해 운영되던 개성공단에 북한당국의 자의성· 일방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스템에 균열이 가고 있다. 북한정부가 지난해 8월 세금세칙을 일방적인 개정· 통보한 사례, 이른바 '세금폭탄' 사례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 개성공단 ⓒ연합뉴스

따라서 상황이 악화되면 북측은 노동력 공급을 무기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리 극대화를 위해 노동력을 자의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즉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근로자 빼돌리기' 현상이 크게 확대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최저임금이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그동안 남북당국간 협의 하에 만들어 놓은 각종 제도적 틀이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성공단 운영에 있어서 북측의 자의성이 지배하게 되고, 남한기업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질서하게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등 대혼란이 발생하고 개성공단 내 남한 정부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발생한다.

결국 북측의 압박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립기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현상유지 정책을 고수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아니면 북측의 반발과 남측의 무시가 반복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남북관계가 또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5. 정책적 과제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태풍의 한가운데로 빠져들고 있으며 남북경협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최소한 몇 개월 동안 남북경협의 재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북관계, 남북경협을 언제까지나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단초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남북경협은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5.24 조치의 해제,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남북관계의 추이를 보아가며 5.24 조치의 부분적 해제, 실질적 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에서 개성공단 폐쇄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측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테스트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는 개성공단 사업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10.4 공동선언 이행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가 어려우면 간접적으로라도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2007년 12월 말에 남북당국이 기 합의한 15000명 수용 규모의 북측 근로자 숙소 건립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3·4월호(제22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 전망과 제언'입니다.

* 원제 : 남북경협의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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