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공동사설, 평화체제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 희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공동사설, 평화체제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 희망

경제 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경공업·농업 박차"

북한이 경제 분야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강조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신년 공동사설을 1일 발표했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3대 기관지를 통해 발표한 공동사설에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북)미 사이의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말 본격화된 북미대화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겠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달 2일 <조선신보>를 통해 "최대 현안은 평화체제의 수립"이라면서 나머지 문제들은 "잡다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8~10일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도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체제에 대해서는 미국도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의해 북한 비핵화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문제로 수차례 언급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평화체제는 올해 한반도 정세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남측의 보수 진영에서는 '평화체제=주한미군 철수'라는 등식을 내세우며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그와 유사한 입장에서 북미간 평화체제 논의에 경계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성격만 바뀐다면 장기 주둔도 용인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지난 20여 년 동안 반복적으로 제시됐던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에도 종종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만, '대내용' 구호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작년과 올해 공동사설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았다.

공동사설에서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동시에 거론한 것도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평화체제를 먼저 구축하고 비핵화는 나중에 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비핵화는 평화체제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동시 추진'을 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년 만에 사라진 대남 비난…그러나 '적극성'은 안 보여

남북관계 분야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을 접고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만 내놓은 것이 눈에 띈다.

공동사설은 "(2010년은) 6.15 북남공동선언 발표 10돌이 되는 해"라며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6.15 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외세와 결탁해 대결 소동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언제가도 개선될 수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측 정부를 정조준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쑈독재 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 세력"이라고 비난했던 작년의 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남측 정부를 그토록 비난 한 것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작년이 처음이었는데, 올 공동사설에서는 그런 험구가 다시 사라진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작년 8월 이후 남측에 보여 오고 있는 유화적인 태도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동사설의 대남 제안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고 남북관계에 대한 공은 남측에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볼 때, 작년 8~11월 보였던 북측의 적극성이 살아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10월 남북관계가 무르익어가는 와중에 남측 정부 당국이 임태희-김양건 접촉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한편 이후 남북 접촉에서 군국포로·납북자 문제를 전면 제기하는 등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태도를 보인데 따른 북측의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측은 미국과의 대화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정도로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선에서 상반기 정세를 가져갈 것으로 보이며, 그 같은 입장이 이날 공동사설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사설에 대한 남측 정부의 반응이 '지켜보자'에 머무른 것은 올 상반기 남북관계가 눈치보기와 상호 책임 전가 속에서 겉돌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경제"

대외관계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 드러났지만, 북한의 이날 공동사설의 방점은 실은 경제 문제에 찍혀 있었다. 우선 공동사설의 제목이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인 것이 예사롭지 않다. 구호성 제목에 머물렀던 과거 공동사설의 제목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공동사설의 주제별 배열순서도 '경제 우선' 입장이 명확히 드러난다. 북한의 2008년 공동사설 순서는 '정치사상-국방력-경제'였고, 작년 사설은 '정치사상-경제-국방력'이었다. 그러나 올 사설은 '경제-정치사상-군사' 순서로 주제를 배치함으로써 "인민생활의 향상"이 최우선 목표임을 보여줬다.

경제 분야에 대해 사설은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일대 공세를 벌이는 것이 올해의 총적인 투쟁방향이고,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공전선"이라면서 △인민소비품 생산 증대 △농업 생산의 획기적인 증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사설은 또한 "인민생활과 관련된 부문들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경공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를 제때에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설은 지난해 11월 말 단행한 화폐 개혁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상품 유통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인민봉사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말로 화폐 개혁의 취지와 목표를 제시했다.

북한이 이처럼 경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외 문제에 대한 공동사설의 입장과 큰 틀에서 같이 읽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폐 개혁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것이나 "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를 제 때에 보장해야" 하는 과제를 달성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를 개방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사설에는 대외 개방 문제가 단 한 줄만 언급됐지만, 원료·자재의 절대량이 부족한 북한이 그 문제를 강조한 이면에는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점진적인 경제 개방과 개선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