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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경제성장률…체감경기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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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경제성장률…체감경기와 다른 이유

NYT "근본적인 통계 결함으로 GDP와 생산성 부풀려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 대표적인 거시경제적 지표를 보면 분명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왜 고용시장은 회복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국내 월별 실업률은 10월 3.2%로 지난 6월 3.9%를 기록한 이후 넉달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로 고용시장 사정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업률 통계부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회복에 고용회복이 동반하지 않는 이유가 실업률 통계의 문제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지표 자체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분기에 5분기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미국에서는 정작 월별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데, 장사진을 친 구직행렬이 보여주듯 미국의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산 수입부품이 미국산으로 왜곡 집계

이 의문에 대해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 모인 한 컨퍼런스에서는 참석자들이 현행 GDP 집계 방식 자체에 큰 결함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모색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NYT는 "이런 성격의 모임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제기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장 근본적인 결함은 수입 통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중국에서 개당 50달러에 기화기를 수입할 경우 수입액으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산 자동차의 일부로서 이 자동차에 장착된 기화기는 마치 100달러의 가치를 지닌 미국산 부품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수입품들이 마치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그것도 실제 수입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 자동차, 장치산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완제품에 쓰인 부품 중 수입품을 따로 분류해 집계하지 않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도 이런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세무 업무 중 소득세 환급 등 간단한 회계업무를 인도에 아웃소싱한 회계업체의 경우, 일부분에 속한 서비스는 마치 국내에서 처리한 서비스처럼 실제 비용보다 높게 계산된다.

일자리 줄어도 GDP와 생산성은 증가해?

그 결과 한 해에 한 나라에서 증가한 부가가치액인 GDP 대비 수입 의존도가 증가해온 미국에서는 실제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입 의존도가 미국보다 훨씬 큰 한국의 GDP 통계에서 이런 왜곡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1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미국의 수입 의존도는 15%인 반면 한국은 46.9%에 달한다. 45.4%인 수출의존도와 합치면 무역의존도는 92.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은 수출의존도가 9.1%로 무역의존도는 24.3%에 불과하다. 무역의존도는 경상 국민소득 대비 수출입 총액의 비율. 편집자)

GDP가 수입 통계의 왜곡으로 부풀려지는 반면, 고용시장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기화기 부품을 만들던 미국인들은 중국산 기화기에 밀려 일자리를 잃고 있다. 따라서 GDP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일자리는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는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감소하는데 GDP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결과 생산성도 실제보다 높아진 것으로 통계가 잡힌다.

<NYT>는 "이처럼 통계와 현실의 간극이 커지면서 실제 경제현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왜곡되고, 경제성장과 생산성이 과장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시장 조사기관 업존 연구소의 수전 하우스먼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실제와 가까운 무역거래 자료나 고용시장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통계시스템이 구조적으로 결여돼 있다"면서 "어떤 일자리들이 외국으로 아웃소싱되고 있는지 측정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경기회복 알리는 지표, 착시에 불과할 수도

<NYT>는 "이런 실상은 지난 2001년 미국의 경기침체 이후 경기가 회복됐다면서도 오랜 기간 고용이 늘지 않았으며, 현행 경기 회복도 오랜 기간 새로운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를 일부 설명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한국경제의 경기회복과 고용시장의 괴리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NYT>는 "이런 분석에 대해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미국의 경제분석국, 노동통계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거시경제지표를 관장하는 주요 정부기관 관계자들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윌리엄 얼터맨 노동통계국 부국장은 "생산성 증가라는 것이 실제로는 교역의 변화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면서 "누가 무엇을 수입했는지, 어떤 자동차 업체가 미국산 부품을 덜 비싼 중국산으로 바꿨다면 이러한 조치에 의한 가격 변화가 이 업체의 모든 공장에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미시간에서만 일어난 것인지 구체적인 자료는 수집되지 않고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NYT>는 "이번 컨퍼런스에 모인 80명의 전문가들 거의 전부가 이런 맹점들을 고쳐야 한다고 동의했지만, 통계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은 몇 년에 걸친 시간과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답답한 실정을 전했다.

이러는 사이 미국의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0월 실업률이 26년만에 최고인 10.2%를 기록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13%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월간 실업률이 발표된 1948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최악의 실업률은 1982년 12월의 10.8%였다. 연간 실업률로는 대공황 시절인 1933년 25%에 육박했던 것이 최고기록이다.

이미 구직 단념자나 사실상 실직자로 분류되는 단시간 근로자 등까지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7.5%로 대공황 이후 최악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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