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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과 도발 사이 '선의'와 '악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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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과 도발 사이 '선의'와 '악의' 사이

3차 서해교전을 보는 시선…보수층 강경론에 정부의 선택은?

10일 발생한 서해교전이 우발적이었는지 의도적이었는지, 의도가 있었다면 어느 쪽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군사적 충돌의 속성상 양측 모두 극단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만을 내놓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남북은 충돌 직후 이미 상황을 정반대로 설명하고 책임을 상대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는 발표를 주고받았다.

향후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나겠지만 그 역시 각자의 주장을 강화하는 것들만 나올 공산이 크다. 북측은 말할 것도 없고, 남측의 발표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특히 서해상에서의 군사 충돌에서는 언제나 진실보다는 주장이 득세했다.

▲ 한 시민이 10일 서울역에서 서해교전 TV 보도를 보고 있다. ⓒ뉴시스

도발 의도 있었는데 경비정 달랑 1척?

일단 우발적이었는지 의도적이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갈린다.

남측의 발표를 토대로 할 때, 현장 상황 차원에서 '우발적 충돌'을 뒷받침하는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교전 수역 부근에서 중국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북한 경비정이 단 1척만 내려왔다는 점이다. 즉,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다. 2002년 2차 서해교전 때는 2척의 북한 경비정이 내려와 그 의도성이 뚜렷했었다.

북한이 최근 태도와 정세 차원에서 우발성을 찾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일을 벌일 때는 매체를 통해 남쪽을 비난하거나 경고 사인을 보내는 등 사전 징후가 반드시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을 말해왔기 때문에 우발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충돌 직후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발표한 보도를 봐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없고 굉장히 약하다"며 "판을 깨려고 일부러 도발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5차례 경고방송 무시했는데 우발적 충돌?

그러나 북측 경비정이 5회에 달하는 남측의 경고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하한 걸로 볼 때 의도성이 짙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남측이 북측 경비정 전후방으로 약 1km 지점에 경고사격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곧바로 조준사격을 했다는 점(합동참모본부 발표)도 의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그렇게 보는 쪽에서는 우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과 북미대화를 앞두고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설명한다. 평화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북한식'으로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정세현 "굴욕적 상황 끝내겠다는 뜻"

하지만 그처럼 '선한' 의도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판을 깨겠다는 강경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8월 이후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해 온 것은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 미국과의 대화 일정이 잡혔기 때문에 대남 유화 조치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유화 태도에 대해 '북한이 몸이 달아서 그런다'는 식으로 말하고 식량 지원도 1만 톤밖에 하지 않겠다는 걸 보고 엄청난 굴욕을 느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 서해함대사령부가 아니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사죄'와 '책임적인 조치'를 요구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처음부터 평양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고 군부가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우발'과 '도발' 혼재된 상황으로 판단

그 외에도 북한이 교전이라는 강수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그 기조를 바꾸려고 벌인 일이라는 해석도 있다. 남북관계의 판을 깨는 데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유화 태도가 무한정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 '절제된' 형태의 도발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미대화에 따라 북한의 내부 분위기과 이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거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군부를 관리하기 위해 충돌을 감행했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일단 '도발'과 '우발'이 혼재되어 있다는 태도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만나 "1마일 이상(경비정이 NLL 밑으로 내려온 거리)은 상당한 거리로, 실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NLL 월선을)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고 말했지만,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나서는 "현재로서는 중국 어선을 추적하면서 내려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현장심리라는 게 있어서 과도하게 대응하다 보면 충돌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발성과 의도성의 경계를 긋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북측 경비정에 대해 충분히 경고를 했느냐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성'이 있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측의 과잉 대응이 일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된 해군의 교전수칙, 현장 지휘관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권한 등이 교전을 불렀다는 것이다.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은 이명박 정부 이후 확대됐지만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미대화 영향은 미미할 듯…MB정부 태도 '변수'

결국 사태의 의도성 여부는 향후 펼쳐질 정세에 의해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북한이 지속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남북관계 경색을 불사하겠다는 뜻이 있었다는 해석이 간접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북한이 추가 교전을 벌인다거나 군 통신선을 끊고 남북 통행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의도성 여부와 상관없이 남북관계의 단기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옥수수 1만 톤 지원도 당분간은 어려워 보이며,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 졌다. 지난달 싱가포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논의됐던 남북 정상회담도 상당 기간 수면 아래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 때문에 북미대화가 미뤄진다거나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2002년 2차 서해교전 때문에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이 3개월 미뤄졌던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교전은 의도성 여부가 불분명하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내년 3월 글로벌 핵 정상회의와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 전에 북핵 문제에서 진전을 봐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이번 사태를 다루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예정대로 평향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incidents)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며 한국 정부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며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그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일을 키울 가능성은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으면 방북과 관련한 제약을 가하지 않기로 하는 등 차분한 대응 기조를 세웠다. 그러나 보수층이 강경론을 부추기고, 다양한 국내정치적 논란을 잠재우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김연철 소장은 "NLL은 이명박 정부에게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아젠다이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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