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북한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오바마 미 행정부는 지난 8월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무렵 북측으로부터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초청받은 지 3개월 만에 북한의 요구를 수용, 북미 양자대화에 나서게 됐다.
방북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빠르면 이달 말이 될 것으로 보이며, 보즈워스 대표의 대화 상대는 북핵 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아시아 순방 후 시점 확정할 듯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우리 동맹 및 파트너들과 폭넓은 협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보즈워스의 방북을) 결정했고, 이 사실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통보 시점에 대해 "오늘 이전에 북한에 알렸다"고만 밝혔고,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세부 계획 등을 포함해 아직 북한과 협의중이며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12~19일)중에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예상하기로는 올해가 가기 전 어느 시점에 북미대화가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이르면 이달 내'를 예상하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유관 부처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방북할 예정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보즈워스 대표와 북한 측 상대의 대화는 6자회담의 맥락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관점에서 (대화의) 목적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진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재다짐을 이끌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대화는 6자회담과 별도 양자대화의 시작이 아니다"며 "6자회담 맥락에서 열리는 것이며 본질적인 양자회담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할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는 않다"며 "다만 우리는 북한이 이번 대화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원칙적인' 미국과 '노련한' 북한의 한판 승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6자회담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대화의 목적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는 북미 양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핵심 사안이 합의되고 6자회담에서는 추인만 하는데 대한 다른 참가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북한의 핵 포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할 때 6자회담 참가국과 분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북한은 1~2회로 예상되는 양자대화에서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 체제 안전 보장 방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핵 포기 대가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합의를 가급적 구체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협상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등 파격적인 제안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대화는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 복귀 문제만을 논의하자는 경직된 자세로 나갈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교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의 최종 조율을 거쳐 북한과의 합의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크롤리 차관보는 서해교전에 대해 "이런 종류의 사건(incidents)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한국 정부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해교전 때문에 북미대화 일정을 미루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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