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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가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경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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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가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경고한 이유

펠드스타인 "G20의 '출구전략 시행'은 공허한 약속"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8일 '자산거품 붕괴의 위험(The dangers of puffing up asset bubbles)'이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 논의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면서 장차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이 초래될 위험을 거듭 경고했다.

현재 각 국은 대대적인 재정지출과 통화팽창 정책, 이른바 '케인스주의적 해법'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경기회복의 적절한 시점에 통화 회수에 들어가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시기적절한 출구전략 실시' 현실적 어려움 크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각 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통해 공공 및 민간 부채의 실질 가치를 줄이려는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시기를 놓치지 않는 출구전략 실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의회에서 세금을 늘리고 재정 지출을 삭감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돈을 풀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것이 정치적 저항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루비니 교수는 "만약 각 국 정부들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유지하면서 통화 공급을 계속한다면 현행 디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어느 시점에 채권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그는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면서 정부의 장기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인즈주의 해법의 한계

루비니 교수가 경고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왜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면 현행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주창한 케인스주의적 해법이 단기적 처방은 될 수 있어도, 위기 재발 방지를 담보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이후 경제학계의 주류를 형성했던 케인스학파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실업자가 많이 생겨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면 물건 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3년 10월 중동전쟁에 따른 1차 오일쇼크 이후 인플레이션 속에 실업자가 급속히 늘어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진정한 원인이 과연 오일쇼크냐는 것이다. 시장경제 이론에 따르면, 어떤 특정 품목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가져오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것은 시장의 원리 상 이치에 맞지 않는다. 통화량이 실물과 연계된 상황이라면 다른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반적인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난 배경은 실물과 연계되지 않은 통화량의 증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가져온 통화량의 증가가 시작됐을까. 일찌감치 달러의 폭락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붕괴를 전망해 지난 2006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권'으로 선정한 애디스 위긴의 <달러의 경제학>에서는, 1971년 당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 중단을 선언한 것을 가장 중요한 계기로 꼽았다.

1944년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하는 대신 금 1온스를 35달러로 묶는 금본위제를 채택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1971년 미국의 일방적인 금태환 포기 선언으로 붕괴됐다. 미국이 베트남 전비 등으로 달러를 마구 발행한 것에 불안해진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하자 일종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경기침체 속에 물가 상승이 발생할 때마다 국제유가 등을 들먹이는 것은 '국제유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달러 남발이 가져온 피해를 호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은 달러의 무한 공급 시스템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 세계 경제는 달러의 무한 공급 체제에 의지해 '인위적인 경제성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금 1온스의 가격이 1000달러를 넘는 것은 달러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쨌든 달러의 무한 공급 시스템 속에서 미국인들은 자체 생산보다는 세계의 소비시장이 되어주면서, 아시아 국가 등 신흥시장의 성장을 도왔다.

그 결과 미국은 이른바 천문학적인 쌍둥이 적자라는 빚더미에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유한 나라'라는 기괴한 경제를 구축했다. 생산에 기반한 소비가 아니라 부채로 소비를 하는 미국 경제에 대해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부채도 자산'이라는 미국식 회계원리와 함께 '건전한 경제'가 무엇인지 왜곡하는 주류경제학의 논리다.

달러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 한 것은 달러에 대한 금본위제 폐지와 함께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수출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매입해줘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회수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지속불가능하다.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거품경제이기 때문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FRB(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주택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언젠간 치러야 할 대가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FRB는 다시 순식간에 사실상 제로금리가 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고 대대적인 통화공급에 나서야 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본원 통화가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은 G20을 통해 각 국 정부가 모두 정책금리를 내리고 재정적자를 감수한 정부지출과 통화팽창에 동참하도록 했다.

G20도 이런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 그래서 G20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지금은 출구전략을 쓰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적절한 시점을 택해 출구전략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국제적으로 '질서있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G20이 선언한 출구전략 약속을 너무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뉴시스
"달러 가치 신뢰 감소로 국제 환율시스템 변동 불가피"

하지만 국제금융학계의 석학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G20 정상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G20의 공허한 약속(The G-20's Empty Promises)'이라는 칼럼을 통해 '전세계의 투자자나 일반인들은 G20의 약속을 너무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각 국 정부들이 재정적자를 줄이고 통화긴축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며, 게다가 이런 조치들이 이뤄진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질서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펠드스타인 교수 역시 루비니 교수와 마찬가지로 '출구전략'은 정치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이처럼 미적거리고 있는 동안 국제적으로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면서 기존의 국제무역질서를 유지해온 환율체계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펠드스타인 교수는 중국이 내수 시장 확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경우 위안화 가치 절상을 용인할 것이며,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환율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게 된다고 예상했다.

하토야마 정부가 엔화 강세 용인하는 이유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가 최근 달러 당 엔화 환율이 90엔선이 무너질 정도로 강세를 보여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이제 수출 시장으로서 미국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내수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 함정'이 심각한 상태라는 점이다. 유동성 함정이란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아무리 정책적으로 통화팽창 전략을 써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다. 어느 정도 유동성 함정이 심각한지 '지급준비금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현실화됐다.

주요 경제국들이 정책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린 상황에서 이미 스웨덴은 지난 7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받는 금리를 마이너스(연 -0.25%)로 내렸다.

스웨덴의 지급준비금 금리 마이너스 실험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하지 않고 자꾸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자 아예 보관료를 받겠다면서 대출을 독려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디폴트설이 아직도 나돌고 있는 영국도 스웨덴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5일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의회 청문회에서 "은행들의 보유현금이 너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은행들의 현금축적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예치금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스웨덴 중앙은행이 실시했던 비슷한 조치의 영향은 최소한에 그쳤다. 지급준비금 금리 인하가 유용한 보충수단이 되겠지만 주된 변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스웨덴에서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가를 고려할 때 사실상 초저금리 상태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내려봤자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지난 99년 4월 이후 제로금리를 시행해도 유동성 함정을 극복하지 못해 20년 가까이 침체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만큼, 화폐 과잉공급에 의한 거품 경제가 일단 붕괴했을 때 이를 통화정책으로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중앙은행이 스웨덴처럼 지급준비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더라도 시중은행의 대출이 촉진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영국 경제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대출을 늘리거나 자산 매입을 늘리면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영국 은행권은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동성 함정 속에 공급되는 자금들은 주로 증시와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경기회복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루비니 교수가 "또다시 주택가격을 포함한 자산거품과 신용거품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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