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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위기 이전인 2007년 때보다 문제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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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위기 이전인 2007년 때보다 문제 악화"

"오바마 정부, 근본적 금융개혁 실패"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가진 금융위기 1주년 연설에서 "적어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시점에서 경기침체가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언급이 호재성 발언이라면서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경기침체는 끝나가고 있다는 진단은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을 중요시한다면, 버냉키 의장의 이어지는 발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고용창출 시장은 여전히 취약해 내년까지 실업률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며, 신용경색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성장세는 비교적 느릴 것"이라면서 "파생금융상품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로이터=뉴시스

이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은 전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국제금융학계의 존경받은 원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비판을 새겨보면 짐작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신용경색과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스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위기 이전인 2007년 때보다 문제는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티글리츠 교수의 견해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은행들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 폴 볼커 전 FRB 의장, 금융기관들이 지나치게 규모를 키우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난달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마불사급 금융업체들은 더욱 비대해져"

특히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심지어 대마불사급 금융업체들이 더욱 비대해졌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 재무부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자산은 증가했고, 시티그룹의 규모도 변함이 없었다.

영국에서는 로이드뱅크그룹의 지분 43%가 정부로 넘어갔지만 HBOS(모기지은행 핼리팩스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사업을 인수했다. 프랑스의 BNP 파리바는 보험업체 포르티스의 은행부문 자산을 인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시스템 유지에 비중이 큰 일부 은행들은 보다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은행들에게 규모를 줄이거나 조직구조를 단순화시키도록 강요할 계획은 없다.

"G20 지도자들, 미국을 압박해야"

이때문에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정부가 금융산업에 도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G20 지도자들이 미국에게 보다 강경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껏 정말 의미있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으며, 은행들은 과거의 관행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면서 "금융업계의 파워를 감안할 때 G20 지도자들은 몇 걸음 더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만, 방향이라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들은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회동해 금융시장 규제강화 방안과 특히 금융업체 경영진들의 보수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강력한 요구로 G20 재무장관들은 이달초 경영진들의 보너스 규모에 제한을 두고, 보다 장기적인 성과와 보수를 연결시키자는 등 초안에 합의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업계에 엄청난 돈을 퍼부은 미국에서 금융업계의 작태는 너무 뻔뻔스러운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필요한 조치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미국 정부가 뭔가를 할 것이지만, 문제는 충분한 조치를 할 것이냐의 여부"라고 덧붙였다.

"FRB, 돈 푸는 프로그램 중단하기 곤란한 처지"

나아가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경제 회복에 대해서도 비관론을 펼쳤다. 그는 "세계경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벼랑 끝에 몰렸다가 숨을 돌리고는 있지만,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상당한 기간 동안 위축된 경제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경제가 성장하겠지만 인구 증가를 상쇄할 만큼 충분치 못할 것"이라면서 "노동자들이 수입이 없다면 세계경제가 필요한 수요를 미국이 제공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RB가 돈을 푸는 프로그램을 끝내고 싶어도 하기 힘든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돈 풀기를 중단하면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며, 그렇게 되면 누가 미국 정부에게 자금을 제공할 것이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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