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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은 완전히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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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폴 크루그먼은 완전히 틀렸다고?

[화제의 책] "중앙은행은 폐지되어야 한다"

현재 경제학자로서 전세계에서 대중적인 영향력이 가장 큰 스타 학자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다. 경제학자로는 최초로 지난 2000년 1월 <뉴욕타임스>의 고정칼럼니스트로 위촉된 그는 전세계에 필명을 날려왔고, 2008년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하면서 그의 권위는 감히 도전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그의 진단과 처방은 현재 G20(주요 20개국)이 실제로 실행하는 해법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의 경기침체 위기가 대공황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과감한 재정지출로 일단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하며, 위기의 원인이 된 월스트리트의 금융시스템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른바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대표주자다.

크루그먼 교수가 외면한 '불편한 진실'

크루그먼 교수의 처방은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요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정부가 크루그먼 교수의 처방을 충실히 따른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재정적자와 시장에 대한 규제강화라는 부담이 초래된다. 이렇게 해서라도 위기가 해소되고 새로운 발전을 위한 굳건한 토대가 마련된다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고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위기의 원인 제공자인데, 크루그먼 교수의 처방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논외로 한 해법에 불과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는 계획경제 체제에서 실패를 논할 때 계획경제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못하거나, 관치금융 체제에서 금융시스템의 실패를 은행들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과 비슷한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토머스 우즈 주니어 지음. 안재욱 해제. 이건식 옮김. 리더스 북 펴냄).

요즘 금융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리더스북 펴냄)의 저자 토머스 우즈 주니어는 크루그먼 교수가 바로 이런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도발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루드비히 폰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치적 불편함을 무릅쓴 미국 역사의 해석> <미국 역사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 33개의 질문> 등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 책 역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10주간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주목받았다.

그의 관점은 이른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 속한다. 중앙은행의 경제 개입이 불황과 호황을 초래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하이에크, 그리고 미제스가 오스트리아학파의 대표적 학자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경기침체를 뒤로 미루기 위해 더 많은 돈을 경제에 투입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정책은 미래의 붕괴를 더 심각한 것으로 키우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짜 원인은 화폐 남발"

이러한 저자의 논리적 출발점은 글로벌 경제위기는 금융위기에서 촉발됐으며, 금융위기의 진짜 원인은 화폐 남발이며, 화폐 남발을 주도한 것은 중앙은행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라는 것이다.

FRB는 월스트리트가 방만하게 대출을 하게 한 원흉인데, 금융위기가 닥치자 월가에 대부분의 잘못을 떠넘기고, 더 많은 화폐를 남발하면서 사태 수습을 한다고 나선 것은 오히려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최악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앙은행은 소유 형식이 민간기관이건 정부기관(FRB의 소유형식은 민간기관.편집자)이건 정부가 '경제살리기'라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 권력기관'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사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FRB의 화폐 공급 시스템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봉이 김선달'식이다. 우선 달러는 금 등 상품과 교환될 수 있는 태환화폐가 아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그냥 찍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FRB가 시장에 100억 달러를 제공하려면 금 등 실질적인 상품이 아니라 주로 국채라는 증서를 매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국채는 정부의 부채를 의미할 뿐 실질적인 자산이 아니다.

FRB가 요구하는 지불준비금이 10%라면 100억 달러를 제공받은 은행은 90억 달러를 대출할 수 있다. 이처럼 가공의 자산으로서의 달러 화폐는 시중에 돌고 돌면서 몇 배의 통화량을 형성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중앙은행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건물. ⓒ로이터=뉴시스

만일 FRB가 통화량을 더 많이 늘리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현재 FRB는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자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보니 은행들은 FRB의 자금을 양껏 빨아들인다. 실물과 교환되지 않는 화폐가 이처럼 시장에 쏟아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흔히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인플레이션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것은 현실 경제를 오도하는 잘못된 정의다. 인플레이션의 실제 정의는 물적 뒷받침 없는 통화량 증가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상품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통화량을 두 배로 늘렸다고 하자. 겉으로 보기에는 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았지만, 사실은 화폐 가치는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중앙은행의 최우선 임무가 물가안정이라는 것은 국민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일뿐, 실제로는 금리 등으로 통화량을 조정하면서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다.

저자는 FRB가 이처럼 금리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금융이 지배하는 현재의 시장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부의 개입으로 진단한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에 혼란이 온 것인데, 현재의 위기를 '시장의 실패'로 낙인찍고, 나아가 자본주의의 내재적 결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설성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 개입에 의한 실패"

저자가 현재의 경제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개입에 의한 실패'라고 반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금리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금리'보다 낮추면, 시장금리 하에서는 유지될 수 없는 곳에 거품이 끼게 되며 이것이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져 시장에 파국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초래되는 것은 어떤 충격이 동시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월가의 은행들도 정부의 시장 개입에 따른 피해자들이다. 개별적인 기업들이 파산을 한다면 그것은 시장의 조정 과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많은 은행들이 파산에 몰린다면, 그것은 시장의 실패 탓이 아니다.

시장이 부실기업들을 개별적으로 솎아내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외부의 개입이 있었고, 이에 의지해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품을 키워온 기업들이 시스템에 한계상황이 닥쳐오면 동시에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FRB는 얼마나 많은 달러를 찍어냈을까? 이 책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통화량 증가는 그 이전의 전체 미국 역사에서 만들어진 달러 통화량보다 더 많다.

이렇게 새롭게 창조된 화폐와 신용의 상당량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갔으며, 인위적으로 완화된 대출요건으로 인해 주택시장 거품과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파생상품 거품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경제는 소수를 위한 사회주의"

이러한 주장은 화폐 독점발행권을 가진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경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실제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전체에 부담시키는 사회주의 경제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통화량을 소수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조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마불사'라는 이유로 거대기업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실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월가의 금융업체들에게 투입되자 '미국은 월가를 위한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크게 대두됐었다.

저자는 대공황의 성공적 해법이었다는 '루스벨트의 신화'도 허구라고 일축한다. 사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대공황을 극복시킨 일등공신이었다는 신화는 크루그먼 교수도 부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가 루스벨트를 비판한 이유는 충분한 재정지출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며, 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막대한 재정지출이 이뤄지면서 비로소 대공황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뉴딜 때문에 대공황이 오래 지속됐다"

이에 대해 저자는 대공황이 '루스벨트의 뉴딜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이 아니라 바로 뉴딜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UCLA 경제학자 헤럴드 콜과 리 오하니언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대공황이 장기간 지속된 것은 재정지출과 통화정책에 의해 자원 분배의 왜곡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 현재 세계 최고의 스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 그의 경제진단과 해법에 대해 근본적인 반론이 제기됐다. ⓒ로이터=뉴시스

나아가 저자는 "대공황이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끝났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크루그먼 교수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를 구하고 뉴딜을 구원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공사업 프로젝트였다. 마침내 경제가 필요로 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 이뤄졌다"고 말해 왔다. 저자는 "이와 같은 해괴한 논리는 반드시 그 거짓을 폭로해야만 한다"며 이렇게 반박했다.

전쟁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만일 군수품에 대한 지출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과 일본(20년 가까이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편집자)은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해야만 할 것이다. 즉, 양국은 사상 최대의 해군을 육성하고 강력한 무기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최신형 군함으로 함대를 구성해 태평양에서 만난다. 양쪽 모두 전쟁에서 불가피한 인명손실을 원치 않기 때문에 군인들은 모두 군함에서 내린다. 그런 뒤 미국과 일본이 바로 상대편의 함대를 침몰시킨다. 이제 그들은 자축할 일만 남았다. 노동과 강철, 셀 수 없이 많은 부품을 들여서 생산한 물건을 태평양에 가라앉힘으로써 자신들이 엄청난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이 번영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소비자 지출이 경제를 견인한다"는 어리석은 주장과 똑같이 그릇된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주장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에 지출했는가에 관계없이 단지 지출이라는 행위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구입하려 하지 않고 정부가 사용할 수도 없는(예컨대 전투기나 탱크 등과 같은) 물건을 만드는 데 미친 듯이 돈을 쓰면, 그리고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민간 부문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거나 빚을 지면 모두가 더 부유해진다는 말도 나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정지출을 통한 '부양' 프로그램의 실체다. 저자는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정신병원에 있거나 아니면 <뉴욕타임스>의 사설란을 장식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체제는 어떻게 등장하게 됐는가? 저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화폐발행을 독점하게 된 사건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이제 통치자가 일반 대중의 재산을 약탈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FRB,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나

저자에 따르면, 순진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FRB를 이렇게 생각한다.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미국민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높아지자 애국심에 가득찬 국민의 대표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고 현명하고도 바람직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 결과 당시의 경제과학을 바탕으로 한, 가장 훌륭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국민 모두의 이익을 옹호하는 통화시스템 관리제도가 생겨났다."

저자는 "이 말에서 진실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실상 대통령이 서명한 다른 많은 법률안과 마찬가지로 1913년 연방준비법은 애국심에서 나온 것으로 위장된 특수이익 집단을 위한 법률이었다. 은행가들이 1910년 조지아주의 지킬 섬에서 가진 은밀한 모임에서 연방준비법의 초안을 마련했다는 것은 너무나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서 아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연방준비법을 둘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로서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초안을 작성했다. 그게 아니라면 특정 산업 부문의 특수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들을 제외한 사회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력은 정부 재정을 꾸려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힘이었기 때문에 옹호됐던 것이지 대중에게 양질의 화폐를 공급하기 위해 그런 적은 없다. 화폐를 찍어냄으로써 필요한 돈을 가져다 쓰기 위해 정부가 그를 옹호한 것"이라는 하이에크의 주장도 곁들였다.

나아가 이 책은 FRB의 화폐 남발로 달러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모든 재화의 공급량 감소를 제외한다면 모든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유일한 경우는 경제 내에서 유통되는 통화량이 증가할 때 뿐이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실체다.

유가가 올라 물가가 상승한다고?

물가수준의 '전반적' 상승을 유가와 같은 '개별' 가격의 변화 탓으로 돌리는,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논리에는 핵심적 오류가 있다. 유가가 오르면 다른 재화를 구매하기 위한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재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상승하지 않는다. 법정 불환 지폐시스템 아래에서 오직 FRB만이 통화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직 FRB만이 가격 인플레이션에 책임이 있다.

인위적으로 화폐가 과잉 공급되지 않는 시장이라면, 특정 상품 가격이 오른다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초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면, 다른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조정된다. 또한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져 물가 하락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성장형 디플레이션'이라는 바람직한 상황이 된다. 즉,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은 화폐의 과잉 공급에 따르는 것으로 이것이 인플레이션의 실체라는 것이다.

소비가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미국의 GDP의 실체

이 책에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소비가 담당하고 있다는 '상식'에 대해서도 그 허구성을 폭로한다. 저자는"소비란 상품을 사용하는 행위이다. 어떻게 단지 물건을 사용해버림으로써 나라가 부유해질 수 있단 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애초에 생산이다. 생산이 되어야만 원하는 재화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 인위적으로 소비를 부양해왔다. 또한 소비와 부합되지 않는 투자도 증가했다.

미국의 GDP 증가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부추긴 소비와 수요를 일으키는 공급에 부합하지 않는 생산 투자로 쌓아올린 모래성 같은 것이다.

'세이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재화의 전반적인 과잉생산이란 있을 수 없다. 증가한 공급 자체가 다른 재화에 대한 수요이기 때문이다. 즉 공급과 수요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다. 하지만 낮은 금리에 의한 통화량 과잉 공급은 이러한 공급과 수요의 시장원리를 파괴한다.

애덤 스미스는 지출을 소비적 지출(혹은 비생산적 소비)와 생산적 지출(혹은 생산적 소비)로 구분했다. 스미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1000명의 농부와 1개 사단의 군인이 1년간 소비하는 곡물과 의복의 양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두 집단의 소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농부들은 1년간 엄청난 재화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그들이 소비한 곡물과 의복을 대체할 만한 양의 재화뿐만 아니라 이윤까지도 생산했다.

반면 군인들은 생산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이들이 소비한 것들은 사라졌다. 군인들의 소비로 인해 국가는 가난해졌다. 그러나 농부들의 소비는 국가를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부유하게 만들었다. 농부들은 소비하는 동안 소비하는 것을 대체하고도 남는 양을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서라도 소비를 부추기는 경제위기 해법에 대해 저자는 "경제를 돕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라고 재촉하고, 소비자 지출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경기부양'안을 실시할 때마다 사실상 우리는 우리가 많이 소비하고 그렇게 없어진 것을 대체할 자원을 제공하지 않아도 더 부유해질 것이라는 암시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소비하고 또 소비하고 또 소비해야만 우리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개탄한다.

저자는 생산과 소비가 부합하는 시장경제를 역설하며 "우리는 300년 전보다 훨씬 부유하게 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더 소비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고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은 바로 생산"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기부양안은 민간과 공공(즉 연방정부의 지출)의 비생산적 소비를 부추겨 결국 현재의 위기를 악화시키고 미래의 생산능력을 더욱 저하시킨다. 이에 더해 정부는 더 많은 빚으로 도로와 다리를 건설한다는 그릇된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한다. 이는 부채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택소유자가 더 많은 돈을 빌려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는 것이다.

짐 로저스는 왜 FRB 폐지를 주장했나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경제위기의 해법은 무엇인가. 고통이 따르겠지만, 한 마디로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성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FRB를 비롯한 '중앙은행 폐지론'이다. 화폐 독점권을 갖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남발한 것이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중앙은행 폐지론은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는 지난해 초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RB 의장에 임명될 경우 취하고 싶은 두 가지 조치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FRB를 폐지하고 사임하겠다"고 답변했으며, "향후 10년 안에 FRB가 폐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자유주의는 없었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또하나의 주장은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전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안재욱 경희대 교수로부터 제기됐다.

안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없었다'는 해제에서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규정해 정부가 인간의 경제행위를 통제하는 것을 반대하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순수한 자유시장 혹흔 자본주의를 신봉한다'면서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대처와 레이건 및 그 이후 시대는 실질적인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그 예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자동차 수출 자율규제와 부시 대통령의 군산복합체 지원 등은 결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당시 정부는 여전히 경제에 다양한 통제를 가했다. 미국은 결코 명실상부한 신자유주의 국가가 아니었으며, 자유시장체제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나 시장실패의 탓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안 교수는 반박했다. 진보진영이 그토록 비판해온 신자유주의는 배후에 정부의 개입이 있는 '가짜 신자유주의'였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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