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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년 후 미국 "풍부한 대출·소비의 시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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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년 후 미국 "풍부한 대출·소비의 시대 끝났다"

"역사학자들, 2008년 9월을 미국 경제의 전환점으로 기록할 것"

지난해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글로벌 긍융위기를 촉발한 계기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경기회복의 신호가 보인다고 말할 만큼 1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하다. 또한 이번 사태로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 <매클래치 신문>은 9일 '금융위기 1년, 새로운 세계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A year after financial crisis, a new world order emerges)'라는 기획기사(원문보기)로 지난 1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정리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 지난해 9월 패닉 상태에 빠졌던 월스트리트. ⓒ로이터=뉴시스

"우리가 알고 있던 금융세계는 끝났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거의 붕괴될 뻔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금융세계는 끝났고, 그 잔해로부터 새로운 것이 생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2008년 9월을 미국 경제의 커다란 전환점으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9월 7일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했다. 8일 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 신청으로 글로벌 금융 패닉을 촉발해 전세계 대형 금융기관들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몇 개월 뒤 미국과 중국 정부 등 세계 각국 정부들은 사태 확산과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걸쳐 유례없는 강도로 개입할 것을 결정했다.

1년 뒤, 1980년대 이후 손쉬운 자금 공급으로 경기 호황을 이끌었던 금융시스템은 붕괴됐다. 탐욕스러웠던 미국의 소비자들은 저축을 하고 부채를 갚고 있다. 은행들은 지급준비금과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또한 각 국 정부들은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 "보다 균형있는 글로벌 경제 구축이 목표"

미국의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는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해 신뢰를 잃어, 대공황 이후 가장 대대적인 새로운 규제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갈수록 연계성이 강화되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미국은 G20 회원국들과 함께 국제금융질서를 개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경제가 보다 균형있게 성장하고, 지속불가능한 부채에 덜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는 이제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비슷한 신호거 유럽,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보이고 있다.

이제 경제학자들은 지난 25년간 저금리 자금에 힘입은 경제성장은 끝났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일자리와 임금이 정체되어 소비자와 기업들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틴 레갈리아는 "이런 지표들이 장기간 제궤도를 밑돌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잠재경제성장률은 2~2.5% 또는 1.8~1.9%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미국의 실업률은 9.7%로 상승했다. 몇 개월 뒤에는 실업률이 10%를 넘으며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최소한 15개 주에서 이런 수준에 도달했다. 레갈리아는 미국 경제가 감소한 일자리를 되찾고 새로운 인력을 노동시장에 공급하려면 5년 정도가 지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한 투자 회피, 부채 부담 커질 것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소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금융 패닉과 공황급 경기침체는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투자자들은 위험한 투자를 삼가고, 빚을 지기도 쉽지 않고, 비용도 증가해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숫자로 뒷받침된다. FRB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대출은 지난 1~3월 연율 3.6% 감소한 뒤 4~6월 연율 5.2%로 감소폭이 커졌다. 이것은 커다란 변화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강한 성장세는 주로 대출 확장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풍부한 자금을 빨아들였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어 분수 넘치게 소비하는 미국 시장에 매력적인 가격의 상품을 공급했다. 중국의 이웃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했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는 중국에 원자재를 팔았다. 전세계는 빚을 내어서라도 소비하는 미국인들의 구매욕을 이용했다.

잔디는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글로벌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과 브라질 같은 신흥경제국들의 소비자들이 그 공백 일부라도 메워주야 할 것이다. 국제 교역의 중요성도 더 커질 것이다.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려면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출이 필요하다고?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많은 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없는 상태다. 416개의 미국 은행들이 '문제 은행 명단'에 올랐으며, 지급불능 위기에 놓여있다. 미국의 금융당국은 올해 81개의 은행과 저축은행들을 폐쇄했다.

미국 경제가 병상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의한 것이다. 또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금융질서가 대출이 어려워지고 빚을 덜 지는 체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기준 자체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개인 저축률의 변화를 보면 빚을 덜 지려는 경향을 뚜렷해 보인다. 1970년대 0.59%에서 2000~2008년 2.68%으로 꾸준히 하락한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2005~2007년 사이에는 평균 1.83%에 불과했다. 요즘 추세는 반대가 되었다.

지난 4~6월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5%였다. 실업률이 계속 상승세라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1500만 명의 미국인이 실업 상태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실업 상태이거나 언제 직업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들은 덜 쓰고 더 많이 저축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앞다퉈 주택담보대출과 소비자 대출을 제공했던 은행들은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대출을 재개하도록 막대한 구제금융을 은행에 투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5대 은행들은 지난해 소비자 대출은 79%를 줄였고, 부동산 대출은 66%, 상업용 대출은 19% 줄였다. 지금도 대출은 위축된 상태다.

확장적 대출 토대 무너졌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 미국에서 대출을 확장할 수 있었던 금융의 토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은행들은 대출을 장부에 올리는 대신 증권 형태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른바 증권화 방식으로 소비자와 기업들의 대출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대출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고, 다시 은행들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오늘날 증권화 업무는 거의 중단됐다. 투자자들도 위험한 증권에 별 관심이 없다. 은행들이 증권화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지 않는다면, 장부에 쌓인 대출로 인해 예전처럼 왕성한 대출을 재개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8월 17일 FRB는 증권화된 대출 상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금 공급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2010년 중반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햐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의 소비자 대출의 떠받쳤던 증권화 상품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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