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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족벌신문의 '탐욕'이 경제위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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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족벌신문의 '탐욕'이 경제위기 부른다

[미디어악법 물렀거라]<6> '부패와 공멸의 네트워크' <중>

미국발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황의 원인 혹은 자본주의와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가 나라 안팎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공황은 왜 발생하는가? 경제공황은 '탐욕'에서 온다는 것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와 국민들의 통제를 벗어나 갈수록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의 '탐욕'이 자본주의의 위기와 공황의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로 미국 경제가 급속도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 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이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탐욕의 대가(The Price of Greed)'라는 제목을 뽑았다.

미국 자본주의 기틀을 닦은 테오도르 루스벨트에서 배워라

흔히 자본주의 발전 초기 단계에서 20세기 미국의 자본주의 발달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으로 26대 대통령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901~1909년 재임)를 꼽는다. 뉴욕 주지사를 지낸 루스벨트는 역사가, 자연주의자, 탐험가이면서도 군인이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조예는 그가 이 분야들에 관해 무려 35권의 책을 쓴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1901년 부통령으로 일하다 맥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42살의 나이에 최연소 미국 대통령이 된다. 공화당원이면서도 공화당을 진보진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진보적 개혁가였다.

그는 재벌 기업인들을 불신했고, 무려 40개의 독점기업을 해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자본주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다만 기업들의 부패와 불법행위들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국적인 의료보장제와 건강보험제의 도입을 촉구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은 대기업들을 공격하고 법원들이 노동조합에 적대적이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줄곧 비판했다.

특히 그는 남북전쟁 직후부터 기업확장을 통해 시장 독점과 무소불위의 영향력과 횡포를 부리던 재벌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해서 재벌들의 횡포를 제어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와 시장경제가 미국에서 발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김종인 전 의원(노태우 정부 때 경제수석, 보사부장관 등 역임)의 설명이다.

탐욕의 무서운 결과를 경고한 경제학자들: 폴라니와 아글리에타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주도로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맞은 것도 따지고 보면 탐욕의 대가인지도 모른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를 수십년 전에 지적했던 경제 전문가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60여년 전인 1944년 서구의 시장체계를 분석한 '거대한 전환 (The Great Transformation)'을 쓴 헝가리 출신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와 '세계자본주의의 무질서'란 책을 쓴 미셸 아글리에타(Michel Aglietta) 파리 10대학 교수 등이다.

폴라니는 그의 책에서 산업혁명 이래 '자유무역-제국주의-파시즘과 사회주의-세계대전'으로 얼룩진 19세기와 20세기 미증유의 역사적 격동을, 시장이라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다가 벌어진 '거대한 전환'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폴라니가 스스로 인정하듯, 이토록 엄청난 규모의 역사를 이렇게 간단한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해 보일 것이다. 그래서 폴라니는 인간 역사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장이 인간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해서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특징이 되었는지, 시장경제를 건설하는 것만이 인류가 번영과 문명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유토피아의 신화는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신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단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역사·인류학·정치학·국제정치학·경제학·사회학·철학과 사회사상 등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철저하게 논증한다. (2009년 5월 2일자 <시사IN> 참조)

'세계자본주의의 무질서'란 책을 통해 미셸 아글리에타가 자본주의 체제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에 대해 보내는 경고도 폴라니의 분석과 상당 부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아글리에타 교수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과도한 시장자유화의 산물"이며,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선 세계 금융시장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새 규칙'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아글리에타 교수는 시장에 대한 공공영역의 규율을 강조하는 '조절이론(Regulation Theory)'의 창시자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통해 "시장의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사조는 금융위기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 왔다.

폴 크루그먼의 색다른 분석과 경고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에 관해서는 금융자본의 방만한 경영 행태, 부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무분별한 자산투기로 인한 거품현상 등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 타임스>의 칼럼 기고가로도 유명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수는 색다른 원인을 지적한다. 그는 금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장문의 공개편지에서, 1980년대 이래 공화당 정부의 반(反)노조 정책으로 인한 노동조합 조직률의 저하와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구매력 저하가 현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재정·금융정책 등 단기적인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근본적으로 전국민 의료보험 보장 등 사회복지 정책의 확대와 노동조합의 조직활동 보장을 통한 임금인상 등에 의해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주장한다."
(☞ 크루그먼 교수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

"노동조합의 조직률 저하와 교섭력 약화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소득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가 나타나게 되며, 이는 곧 노동자들의 구매력 저하를 가져옴으로써 경제회복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는 이혼, 질병, 범죄, 알코올의존증 등 각종 사회문제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 학문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한겨레> 2009년 5월 7일자 22면, 윤호진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의 글에서 인용)

뉴딜정책 핵심, 탐욕 견제위한 노동자(노조)의 권리보장과 복지확대

위에서 인용한 폴 크루거먼의 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과 충고는, 연원을 따지고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중고등학교 때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지금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1929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채택한 뉴딜 정책 하면, 테네시강유역개발계획(TVA: Tennessee Valley Authority)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러나 사실은 테네시강유역개발계획(TVA)은 뉴딜정책의 핵심도 아니고,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뉴딜 정책의 핵심은 두가지다. 하나는 기업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확대하고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었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은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것으로 보이는 근본적인 한계는 별도로 치더라도, 기업가들의 탐욕과 온갖 불법 비리에 주요한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가 바로 복지의 확대였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의 26대 루스벨트 대통령과 12촌지간인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Franklin D. Roosevelt: 1933-1945년 재임) 등이 도입했던 정책들이 반독점법(Anti-Trust Act), 누진세, 투기금지와 각종 사회보장제도와 자연환경보호 등이다.

한국 사회와 2MB 정권의 위기, 공공성의 무차별적인 파괴에서 온다

이제 한국 사회와 이명박 정부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달리 표현하면 한국 사회와 2MB 정권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소통의 부재?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스타일이나 정치 기술의 문제일 뿐이다.

위기는 2MB 정권의 '공공성의 무차별적인 파괴'에서 온다. 미국 등 많은 서구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성을 바로 세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 이명박 정권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공성과 안전장치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물, 가스, 의료, 도로와 철도, 교육 등 국가가 관리·통제하고 책임져야 할 거의 모든 공공영역을 사영화(민영화란 용어는 적절지 않다. 영어 표현인 'privatization'이라는 단어는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하면 '사영화'가 정확하다)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기 전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를 외쳐왔다. 그러나 실상은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특혜 베풀기와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강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그런데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각종 법률을 재벌의 입맛에 맞게 제·개정하는 등 온갖 특혜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은 투자확대나 고용창출이나 증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재벌 보유 140조원 정도의 현금성 자금, 은행 인수 위해 안쓴다?

기업(재벌)은 돈되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벌들이 좀처럼 금고문을 열지 않는다.

지난 4월 2일 금속노조 산하 정책연구원(이상호 연구위원)은 10대 재벌의 9년 치(2000년-2008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 현금성 자산 등 자본축적지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금속노조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0대 재벌은 2008년 사내유보금으로 약 17조 2000억, 이익잉여금으로 145조 5000억원을 갖고 있었고, 당장 현금화할 현금성 자산도 47조 6000억원이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그룹은 2008년 사내유보금으로 2조1000억원, 이익잉여금으로 22조6000억원, 현금성 자산으로 8조5000억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호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대 재벌의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2008년 약 20%인데 반해 인건비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10대 재벌과 현대차 상장기업의 지난 9년간 경영분석 결과는 '높은 임금이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논리가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이 은행을 가지면 수익률이 낮고 골치 아픈(?) 제조업에 몰두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마진)를 크게 해, 은행을 가진 재벌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돈을 벌게 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에 이어 방송마저 재벌·조중동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은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의 상징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은행에 이어 방송마저 재벌과 조중동 등이 장악한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재앙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재벌과 조·중·동 등 족벌신문, 그리고 정치권력은 혼맥으로 완벽하게 얽혀있다. 그들은 공익과 사회적 약자의 이익보다는 정경유착과 불법 등을 통해 사익 추구에 몰두해 왔다.

한국 사회와 2MB정권은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파멸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묘혈(墓穴)을 파고 있다.

※연재 '미디어악법 물렀거라'는 <프레시안>과 언론광장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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