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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어느 시대 한미 정상회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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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어느 시대 한미 정상회담이냐"

참여연대 "미래는 없고 과거만…해법은 없고 대결만"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전문가들이나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재 고조된 한반도 위기에 대한 해법은 없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북핵 불용과 '북핵 보유'를 전제로 한 핵우산 합의는 모순"

우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7일 <SBS> 라디오 '전망대'에 출연해 "문제를 푸는 것 보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들만을 늘어놓아 동북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1970~80년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발표와 같이 (한미)동맹 중심으로만 되어 있다"라며 이 같이 말하고 "오바마 미 대통령이 확실히 부시(전 대통령)처럼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른바 '확장 억지'를 이번 정상회담에 명문화한 것에 대해서도 "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도로만 얘기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확장 억지는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해 올 경우 미국의 핵으로 보복한다는 개념인데,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핵보유나 핵사용을 전제로 해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에 핵을 불용한다는 것과 핵을 사용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처음 언급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다시 거론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5:1 압박전략은 부시의 대북전략이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5자 구상에 대해서는 이미 부정적인 얘기를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상 발표 내용이) 제재 쪽으로 너무 강조가 됐고 북한은 6자회담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는 없다"고 거듭 지적하며 "이번 정상회담 이후 6자회담이 표류하거나 장기간 열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흡수통일 명문화했다"

참여연대는 '해법은 없고 갈등과 대결만 예고하는 한미 정상회담'이란 논평을 통해 더 큰 우려를 표했다.

참여연대는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의 내용에는 미래비전이 없고 오히려 과거 회귀적"이라며 "새로울 게 없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현재 대결과 갈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결 조장의 사례로 꼽은 공동비전의 문구는 "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한다"는 대목.

참여연대는 "다분히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이라며 "상호 체제 존중 하에 남북 화해협력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던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 선언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확장 억지 명문화에 대해 참여연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의 핵폐기를 목표로 한다는 한미 양국이 남한에서는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한미 합의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도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완전히 사문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장 논리만 강화시켜 줄 뿐"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한미 정상은 북핵 불용과 양국간의 공조를 강조할 뿐 위기 극복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며 "지혜로운 해법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갈등과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하드파워 동맹 탈피 못해"

<중앙일보>의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의 평가도 그리 후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대한 원칙적인 선언과 합의에 그치고, 어떻게 해결할 건가에 대해 아주 가느다랗게 나온 게 5자회담을 먼저 하자는 건데(…) 그 외의 방법론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래비전'에 대해서도 김 대기자는 "한미동맹이 60년이 됐는데, 미래비전이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하드파워 즉, 군사력을 핵심으로 한 동맹에서 확실히 21세기형으로 소프트파워로 나가는 성명이 나와야 한다"며 "3차 핵위기라는 상당히 엄중한 상황 때문에 하드파워를 탈피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산된 것에 대해 "미국이 선뜻 따라와 주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표적인 보수파 북한학자인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확고한 동맹 의지와 이를 통한 한미간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유호열 교수는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한미동맹이 매우 공고하면서 한 차원 높게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북한이 기도하고 있는 통미봉남(한국을 제쳐두고 미국과만 대화함)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확장 억제 명문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통한 통일' 등의 부분에 북한이 반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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