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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MB "북한은 아직 전쟁에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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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MB "북한은 아직 전쟁에 미련"

'대북 강경론' 목소리는 컸는데…역시나 '소문난 잔치'?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오전(미국 시간)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대해 양국 간 공동 대응 방침을 재확인한 이번 정상회담에서이명박 대통령은, 예상대로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전쟁에 미련있지만, 한미 공조로 실행에는 못 옮길 것"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60년 전에 한국을 침범해 전쟁을 일으켰다"며 "그리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위협을 했고, (한국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직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전쟁'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전쟁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서 "그러나 양국이 오늘과 같은 공조를 밝힘으로써 (북한이 전쟁을) 실행에는 못 옮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개성공단 존폐 자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개성공단에 대한 문제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폐쇄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 대통령은 방미 전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도 "개성공단이 단절되면 북한 주민 4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역압박을 가한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은 "북한은 지금 아주 무고한 근로자 한 명을 구속하고 있고, 미국의 두 여기자도 구속되고 있다"며 "이들을 조건없이, 빨리 석방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속적으로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웃을 위협하면 안보와 번영, 명성, 평판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양국 정상은 부시 행정부 시절 채택이 미뤄졌던 '공동 비전'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식으로 채택하고 '핵우산' 개념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서 양국 정상은 "우리는 양국의 안보 이익을 유지하는 동맹 능력이 뒷받침하는 강력한 방위태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은 이와 같은 보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우리는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작권 환수방침 못박히고…FTA 비준요구도 못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선 양국 정상이 일치된 목소리를 냈지만,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타 현안과 관련해선 적지 않은 온도차도 감지됐다.

특히 국내 보수 진영이 전작권 환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환수 방침을 재확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작권 전환이 양국이 합이한 전략적 전환계획에 따라 원활히 이행되고 있음을 평가한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양국이 "북한의 위협을 주시하면서 전반적 이행상황과 안보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해 조정소요 발생시 긴밀한 협의하에 검토·보완키로 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과 맞물려 이미 전작권 전환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로선 김이 빠지는 대목이 분명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청와대가 조기 비준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연내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할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말보다 마차를 앞세우고 싶지는 않다"고만 답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일에는 순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제가 미국인들을 위해 괜찮다라고 생각하고, 이명박 대통령께서 한국인들을 위해 옳다고 생각할 시점에 국회에서 비준을 하겠다"라고 했다. 당분간 적극적으로 비준을 시도하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양국 정상은 "협정의 진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합의만을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앞서 론 커크 미무역대표부 대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회동 이후 "한미FTA 조기비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식의 해석이 쏟아진 것은 결국 아전인수격이었던 셈.

새로운 것도 아닌 '확장 억지력' 개념…정상회담 최대 성과?

청와대 측이 이번 '공동 비전'을 통해 '핵우산' 개념을 명문화한 대목을 이번 정상회담 최대 성과로 꼽고 있는 것도 일종의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핵우산 내지 확장 억지력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핵우산'은 양국 국방장관이 매년 개최하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공식 문건에 포함됐고,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6년부터는 이를 '확장 억지력'으로 바꿔 사용되고 있다.

결국 기존에 양국 국방장관급에서 사용되던 용어를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한 것 외에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강경한 어조의 언급을 쏟아냈지만 막상 국내 보수진영이 주장했던 전작권 환수 유예나 한미FTA조기비준 혹은 '핵주권'에 대해선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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