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가 "조선반도를 전쟁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서해상에서 한·미군의 군함 및 일반 선박의 "안전 항해를 담보할 수 없다"고 27일 밝혔다.
판문점대표부는 남측이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PSI에 전면 참여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만인 이날 12시 30분 경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로써 초여름 꽃게잡이 철을 맞아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서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서해' 거론은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뿐, 실제 충돌은 육상의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성명을 판문점대표부 명의로 발표한 것도 그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꽃게잡이 철 서해 위기지수 최고조 상승
판문점대표부는 남측이 PSI에 참여함에 따라 "조선 서해 우리의 해상군사분계선 서북쪽 영해에 있는 남측 5개 섬(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수역에서 행동하는 미제 침략군과 괴뢰 해군 함선 및 일반선박들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이 같은 주장을 하게 된 것은 PSI 발표가 "교전 대방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하게 된 조선정전협정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고 명백한 부정"이라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정전협정 제15조에는 "한국(남북한을 의미)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판문점대표부는 "(이에 따라) 우리 군대도 더 이상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전협정이 구속력을 잃는다면 법적 견지에서 조선반도는 곧 전쟁상태로 되돌아가기 마련이며 우리 혁명무력은 그에 따르는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PSI 전면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며 "우리 선박들에 대한 단속, 검색행위를 포함해 그 어떤 사소한 적대행위도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용납 못할 침해로 낙인하고 즉시적이고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끝으로 "우리도 필요하다면 주변대상을 단숨에 타고앉거나 미국의 급소를 일격할 막강한 군사적 힘과 우리식의 타격방식이 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일단 우리를 건드리는 자들은 상상 밖의 무자비한 징벌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판문점대표부는 이러한 선언을 "원칙적 입장"이라고 했고, 전쟁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은 "법적 견지에서" 그렇다고 명시했다. 당장 전면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한 서해 5도 주변 수역에서 북한의 해군력이 크게 열세여서 군사적 도발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서해안에서 해안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선박의 안전 항해'를 위협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동해안에서 지대함·지대지 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했고, 현재 서해안에서도 발사 징후를 보이고 있다.
조평통도 같은 날 오후 성명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이날 오후 별도의 성명을 발표해 PSI와 관련, "전시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평통은 "우리의 선박을 감히 정선시키거나 단속, 검색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우리의 신성한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어디에서든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북한의 핵실험을 PSI 전면 참여 결정의 이유로 내세운 우리 정부에 대해 "핵보유국이 핵시험을 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으며 너무도 응당하다"면서 "조선반도 정세와 북남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전쟁위험 계선을 넘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은 '고요'
한편, 통일부는 이 성명 발표에 앞서 27일 오전 현재 남북간 육로통행과 선박 운항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오전 7시 50분 경의선 육로 통행에 대한 출입동의서를 정상적으로 보내왔다"며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의 방북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또 "남북 해사 당국간 통신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북측 선박 5척이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남북 해상항로대를 따라 우리 해역에서 운항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북한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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