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발표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로 보이며, 향후 남북관계는 전면 단절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아산 유모 씨의 억류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6일 "정부는 대량파괴무기 및 미사일 확산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5월 26일자로 PSI 원칙을 승인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이날 'PSI 참여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단 남북한간 합의된 남북해운합의서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분위기 타고 결정한 듯
정부가 PSI 참여를 전격 발표한 것은 북한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새벽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결의안을 마련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등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핵실험 직후 긴급 '새벽 논평'을 발표해 북한을 비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함께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핵실험에 상응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촉구했다.
정부의 PSI 참여는 또한 북한의 최근 행동은 대미 협상용이라기보다 '생존용' 혹은 '내부통치 강화용'이라는 시각에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협상을 해도 소용없으니 핵물질·장비의 확산을 막는 PSI 전면 참여 밖에 길이 없다는 논리다.
PSI 참여 전격 발표에는 국내정치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추모 여론을 분산시키는 한편, 최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북 원칙 유지론'을 따르는 것이 취약한 지지기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억류 장기화 및 개성공단 위기 가중…남북관계 파장 불가피
그러나 남북관계는 사실상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PSI 전면 참여를 "선전포고"라고 규정해 온 북한은 서해상 국지도발 등 군사적 위협을 가해 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됐다는 이날 오전 언론 보도는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또한 개성에 억류되어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에 대한 구금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PSI 발표와 유 씨 억류를 사실상 연계해 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유 씨의 신변에 위해를 가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억류 문제는 '카드'로서의 의미를 사실상 상실한 채 그저 장기화 국면으로만 접어들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핵실험이 감행된 25일 오후 개성공단에 필요한 경우 외 남측 인원의 방북을 불허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에 대응해 남측 스스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개성공단 토지사용료·임금 등의 '재계약'을 위한 남북 접촉은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李대통령, 초강경 대응 예고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핵을 갖는 게 핵을 갖지 않는 것보다도 훨씬 불리하다는 것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이 핵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오바마 대통령도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요구했고,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북이 핵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미국이 핵의 보호와 강력한 군사적 보호를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미국의 강력한 한미관계의 뜻을 전해달라'고 하더라"면서 "이러한 강력한 협력을 북한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새벽 전화로 북한 핵실험 이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미 관계가 어느 때 보다도 공고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 세 번 강조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도 많은 걱정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을 한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들께서는 매우 성숙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가와 환율을 보면 우리 국민들의 높은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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