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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참여? 미국엔 '부담', 일본엔 '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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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참여? 미국엔 '부담', 일본엔 '횡재'

[한반도 브리핑] 주권국가답게 국익을 판단하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역관계는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로 인해 변화했다. 북한은 4월 5일 광명성 2호가 탑재된 로켓 발사체 은하 2호를 발사했다. 우주 궤도 진입 여부를 두고 성공을 주장하는 북한과 실패를 주장하는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정보와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발사가 인공위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북한은 분명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은하 2호가 4월 5일 11시 20분에 함경북도 화대군 동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어 9분 2초만인 11시 29분 2초에 광명성 2호를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으며, 위성을 이용해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 선율과 측정 자료들이 470㎒로 지구상에 전송되어 UHF주파수대역에서 중계통신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을 제외한 지구상의 그 누구도 이 위성방송을 들었다는 보도는 아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지난 5일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조선중앙방송=연합뉴스

문제는 은하 2호다

하지만 궤도 진입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이번 로켓 발사가 가지는 중요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인공위성의 성공 여부보다도 '은하 2호'라는 발사체의 성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미국의 항공우주 전문지 <스페이스플라이트나우>에서 제공했다. <스페이스플라이트>의 레이더 추적과 미국 방공사령부의 조기경보 위성 통계를 정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로켓은 발사 지점에서 2390마일(3800km) 정도 떨어진 지역까지 날아갔고(이는 북한이 낙하 예상지역으로 발표했던 3600km를 넘는 거리이다), 2단계 추진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충분한 추진력을 냈고, 당초 목표한 고도까지 올라가 우주에도 잠시 동안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또한 로켓 발사 당시 1단계와 2단계 추진체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는 로켓의 자세를 바꿔주는 제어장치에서 분출된 것으로 로켓 분사구의 여닫이 장치로 제어하던 구식 기술에서 벗어나 상당히 진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로켓 실험은 애초부터 인공위성이 목적이 아니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의 능력을 실험하고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고 동북아의 군사안보 역관계를 바꾸어 놓았다.

이제 북한은 100만이 넘는 정규군대와 핵무기와 이것을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도 함께 갖게 되어 군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었다.

북한은 한국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수백기의 단거리 미사일 스커드, 일본과 중국 주요도시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중거리 미사일 노동, 그리고 미국과 서방 주요지역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장거리 미사일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이다.

미국이 양자협상을 해야만 하는 '수많은' 이유들

여기에 가장 당황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조직되어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조직과 정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 Progress)는 지난해 정책자문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 후 100일 안에 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파견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자문한 바 있다.

그 정도로 북핵 및 북한 문제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본 것이다. 그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새로운 외교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북한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위협할 불안정한 요소(destabilizing factor)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북한에 대한 관성, 그리고 경제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미국은 북핵 문제를 선차적으로(priority) 다루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미국의 태도를 잘 알고 있던 북한은 역설적으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예방적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전략을 자신들의 전략(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사용해 미국의 허를 찌른 셈이다.

온 국민이 군사적으로 무장되어 있고 자신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현실에서 갖고 있는 북한을 미국이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직접협상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모색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보리 의장성명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두 나라들도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혹자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적인 행위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미국이 북한과 직접협상에 나서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방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북아에서 군사·군비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같은 군사 도발에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헌법 제9조를 수정하고 '보통국가'가 되어 자신들에게 필요한 무기와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용인되면 이미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대량 비축하고 있고 언제든지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본은 즉시 군사대국이 된다.

원자력 발전이 전력생산에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과 대만 역시 핵무기를 가지려할 것이며 미국과의 미사일 사정거리 조약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이것이 허용되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은 깨지게 된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가 붕괴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군사적 패권마저 깨져버리는 것은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악몽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그런 사태를 결코 용인할 수 없을 것이며, 미국이 북한과 직접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북한은 매우 공세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상 이미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제조 기술을 협력하고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미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곳(파키스탄, 이란, 시리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전면전을 벌여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제조 능력이 있는 북한과 전면전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상황은 마치 거대한 댐에 조그만 구멍이 여러 군데 생겨 붕괴의 위험에 처하듯, 시간이 갈수록 미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조만간에 북한과 양자협상(bilateral negotiation)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키려 할 것이다.
▲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 장면

군사 충돌 가능성 높이면 국익에 위배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미국에 요구했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전면 참여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이러한 반응과 움직임이 결코 국익(interest)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의 요구는 미국을 통해서만 관철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은 앞에서 살펴보았듯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북한과 양자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북한은 만약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하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응한다고 밝혀왔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어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어느 형태로든지 일어나게 된다면 침체된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을 수가 있으며,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주권(主權)을 가진 나라이다. 국어사전은 주권을 이렇게 정의한다. [명사] 1 가장 주요한 권리. 2 <법률>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힘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

'대외적으로 자주적 독립성'을 갖는다는 말은 외교정책을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능동적으로 수립할 때 성립된다.

일본이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의 궁극적인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공조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과연 한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일일까? 또 군국주의 시절의 잘못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소위 '보통국가'가 되어 군사대국이 되는 것을 돕는 것이 과연 한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일까?

한국의 주권을 제대로 인식하고 철저히 발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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