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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유인촌의 <청와대 1박2일> 재미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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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유인촌의 <청와대 1박2일> 재미있으려나?

[2009 위기의 KBS 해부] 오락 프로그램, '이병순 파장'에서 자유로울까

믿었던 김C가 이승기를 배신했다. 하긴 달랑 3000원으로 협재까지 가자면 고생스럽기도 고생스러울 테니까 그 마음 이해는 간다. 그래도 인간이 그러면 곤란하지. 아무튼 강호동 그 인간이 문제다. 프로그램에서 맡은 역할이 그것이겠지만, 이런 식으로 인간을 괴롭히다니. 아무튼 화해했으니 다행이다.

야생 버라이어티 서바이벌 로드쇼 <1박 2일>, 이상하게 매주 보게 된다. 한 프로그램에 같이 붙어 있는 <불후의 명곡>은 거의 기억이 없는데 말이다. 자는 것, 먹는 것으로 괴롭힌다는 게 가끔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그게 또 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든다. 한 없이 불쌍해지는 여섯 사나이들에 대한 동정이 <1박 2일>의 긴장이기 때문이다.

눈에 힘 주고 구경하자면, 쳐다보기조차 괴로운 게 텔레비전 오락이다. 하지만 눈에 힘 줄 거면 볼 이유가 없는 게 또한 텔레비전 오락이다. 그런 탓으로 텔레비전 오락에 대해 뭔가를 써야 한다면,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두 눈이 뻑뻑해지거나 너무 풀어져 입 벌리고 침 흘리기 일쑤다. 참 어렵다.

▲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한국방송공사


'전성기' 맞은 KBS 오락 프로그램

텔레비전이 웃음을 주는 방법이 대개 그렇기 때문에, 굳이 KBS의 연예오락 프로그램만을 가지고 가학적이라든가 유치하다든가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치중한다든가 하는 소리를 늘어놓을 수는 없다. 솔직히 요즘 들어서는 그게 문제가 되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물론 지나치면 곤란하지만, 어차피 웃음이란 공격적이고 유치하며 사소한 것이다.

재현의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2명의 여성 멤버가 포함된 SBS <패밀리가 떴다>와 다르게 <1박 2일>에는 시커먼 남자들뿐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남성 출연자와 여성 출연자를 고르게 배치해야 한다는 것도 웃기는 발상이다. 여성을 출연시켜 대상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물론 전부 좋다는 것도 아니고, 모두 바람직하다는 것도 아니다. 확실히 지난 겨울 혹한기 대비 캠프는 좀 너무하다 싶었고, 상식 이하의 퀴즈 문제에 한없이 그대들의 '교양 없음'을 드러내는 출연자들을 보고 착잡한 심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좋고 바람직 하려고만 한다면 오락이 되지 않는다. 적당히 못돼먹은 것이 오락이다. <1박 2일>도 그렇지만, 대충은 순하고 얌전한 게 KBS의 오락 프로그램들이다.

<콘서트 7080>,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는 오락이라 부르기 왠지 멋쩍다. <전국 노래자랑>이나 <가족오락관>은 이제 '고전'처럼 되어버렸고, <위기탈출 넘버원>이나 <스펀지 2.0>은 교양적 콘텐츠를 오락적으로 손을 쓴 소위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KBS의 오락 프로그램들은 지금이 전성기다. 더 이상 좋았던 적이 있나 싶게 재미있고, 순한 데다 유익하기까지 하다.

여성에 대한 불온한 시선으로 그녀들을 구경거리로 내몬다는 혐의가 있기는 하지만, <미녀들의 수다>는 여성과 국외자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성찰케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들어서는 '자밀라'의 등장을 전후로 극에 달했던 시선의 불온함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스펀지 2.0>의 "알아야 산다"는 아이를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반드시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가끔 메모도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샴푸와 치약을 바꿨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연예인만을 주인공으로 삼다가, 이제는 보통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인연의 끈을 이어주고 있다. 연예인들의 시시한 사연들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여전히 어르신들이 보고 웃을 프로그램이 있고, 개편 때마다 혹시나 하다가 이제는 진행자의 건강이 오히려 걱정인 <전국 노래자랑>이나 <가족오락관>이 여전히 건재하게 버티고 있다. 한동안 빌빌거리던 <개그 콘서트>도 새롭게 판을 짜고 지상파 3사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되었다. KBS의 오락은 캐릭터에 의존하는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나름 구성과 포맷에 좀 더 신경을 쓴다는 점에서 나름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다.

<1박2일>에 강호동 대신 대통령이 출연한다면?

2009년 KBS가 위기에 처했다. 그 위기는 KBS의 안과 밖에 모두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드러나는 것은 밖으로부터 오는 정치적 압력과 공작(명백한 공작이다)에서 비롯한다. 날치기로 사장이 선임되고, 신임 사장은 보은의 차원에서 '싸가지' 없는 시사 프로그램들을 손 좀 봐줬다. 이제는 법을 바꾼 다음 채널 하나를 자본과 보수언론에 뜯어 내어줄 차례다. 걱정이다.

어쩌면 이러한 정치적 변화에 관계없어 보이는 게 오락 프로그램이다. 별로 개연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정말 걱정인 게 오락 프로그램들이다. 상업적 논리에 따른다면, 아마 제일 먼저 없애야할 프로그램이 <전국 노래자랑>이나 <가정 오락관>일 것이다. 자본의 논리야 돈 되는 것 살리고 안 되는 것 죽이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오락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반기업적'인 <스펀지 2.0> 또한 목숨을 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천하의 엽기적이고 기발한 발상으로 국민들에게 폭소를 선사하고 있는 현 정부의 '텔레비전 오락'에 대한 신선한 접근 방식은 또 하나의 우려를 자아낸다. 2월 2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홍보용 '버라이어티쇼'를 만들 계획이었다. <1박 2일>에 강호동 대신 대통령이 나오고 몽 대신 문화부장관이 출연하겠다는 거다. 하려거든 혹한기 대비 캠프에 들어가 '서태지 흉가'에 갔어야 했는데 말이다. 야당의 반발로 없었던 일이 되었다니,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게 된 것 같아 아쉽다.

지난 10년 동안 KBS는 나름 건실하게 성장하고 성숙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적자냐 흑자냐를 따져야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성장과 성숙은 KBS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국민의 몫이고, 시민사회의 공이다. 이러한 성장과 성숙은 보도나 시사 교양에서뿐 아니라, 연예오락 부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잘 영글고 있다.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 드러나 보이는 것이 시사 교양 쪽이라고 해서, 연예오락이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영상'이 '영삼'과 헷갈린다고 전화 한 통화로 영상을 좌상으로 깍아 내리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이러한 권력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자본이다. PPL이 난무하는 <개그 콘서트>라든가, <청와대 1박 2일>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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