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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남은 건 '방관자 저널리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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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남은 건 '방관자 저널리즘' 뿐

[2009 위기의 KBS 해부] 비판 저널리즘이 실종된 <뉴스9>

지난 주부터 한국방송공사(KBS) <뉴스9>을 쭉 지켜보았다. KBS 이사장과 이사진 일부, 그리고 사장이 속속 교체된 이후 과연 메인 뉴스의 전체적인 보도 경향이 얼마나 정부에 우호적인 톤으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방송 저널리즘의 질이 떨어졌는지 직접 점검해 보고 싶어서였다.

열흘 간의 집중적인 시청을 통해 최근 KBS <뉴스9>의 보도가 주요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얼마나 방관자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으며 비판 저널리즘의 실종 상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그 전체적인 경향성 내지 구체적 징후들을 충분히 포착해 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KBS 뉴스, 신영철 대법관 e메일 파문 터뜨렸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3월 5일 밤 <뉴스9>는 최근 KBS 뉴스에 집중적으로 제기되던 저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폭발력 강한 뉴스를 톱뉴스로 들고 나왔다. 바로 작년 10월 촛불집회 관련 재판 당시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 중앙지법원장)이 10여명의 단독 판사들에게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다.

이날의 KBS 뉴스는 <미디어 오늘>로부터도 "특히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으로 돌변했다며 최근까지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불신을 받아오던 터에 이명박 정부 1년간 국정운영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촛불집회 사건' 재판의 보이지 않는 손을 KBS가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략) 일각에서는 이번 KBS 뉴스가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무너져가고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3월 6일 자)"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지난 5일 KBS <뉴스9>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압력 이메일 파문을 특종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이날 KBS <뉴스9>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눈에 띈 보도였다. ⓒKBS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법원의 촛불 재판 개입 관련 보도는 이날 <뉴스9>에서 거의 유일하게 눈에 띈 보도라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뉴스 맨 앞에 배치된 촛불 재판과 신영철 대법관 관련 네 꼭지를 제외하고는, 뉴스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공영방송답게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는 비판 저널리즘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뉴스 배치 행태를 보였다.

예를 들면 이날 '위기의 40대 가장'을 다룬 일곱 번째 뉴스 아이템은 이미 중앙 일간지에 보도된 유사한 제목의 기사 내용을 받아쓰기 내지 재탕, 삼탕해 되새김질 하는 수준이었다. 시절이 하수상해 경제 불황 관련 뉴스거리가 넘쳐날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으로서 마땅히 짚어주고 관심을 가져야 할 뉴스 아이템을 발굴하고 발로 뛰어 취재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 안이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단독 취재' 기사보다 홍보성 기사가 앞서나?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미디어 법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 관한 중요한 보도가 9시 뉴스 시작 후 15분쯤 지나면 여지없이 방송되는 영상뉴스 -이날은 경칩을 맞아 단비가 내렸다는 소식-보다도 훨씬 후에 보도되었다는 점이다. 영상 이미지의 전달이 중요한 TV 뉴스의 특성을 고려한 구성이라고 백번 양보해 받아들이더라도 이것은 문제가 있다. 전체적인 뉴스 시청의 리듬을 고려할 때, 촛불 재판 관련한 네 개의 리포트 이후 한 마디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뉴스 아이템들로 줄줄이 채우다가 '경칩, 봄비, 맹꽁이'에 관한 보도까지 한 후, 9시 25분이 되어서야 현 시점에서 지극히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인 미디어 법 관련 보도를 천연덕스럽게 단신 처리하는 KBS <뉴스9>을 대체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여야 정치인들이 미디어 법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겨우 합의했고 그 명칭은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로 하기로 했다는 식의 간단한 보도는, 현재 KBS 뉴스가 정치와 경제 분야는 물론 자신이 주요 이해 당사자인 언론 분야의 민감한 사안들을 다룰 때 드러내는 방관자적 태도 내지 공영방송으로서의 직무유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 다음 뉴스는 WBC 야구경기를 지상파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보도다. KBS가 '국민의 볼 권리'를 고려해 막판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즉 '보편적 시청권'을 수호했다는 자화자찬식의 보도였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케이블TV나 인터넷 미디어와의 경쟁 속에서 스포츠 경기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했노라고 떠들 게 아니라, 시청자의 신뢰를 잃어가는 보도 저널리즘의 기능을 제대로 복원하려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 미디어법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 관한 기사는 단신 보도에 그친 KBS <뉴스9>은 KBS가 WBC 지상파 중계를 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KBS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미디어법이 한나라당 안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었을 때 국민의 볼 권리, 보편적 시청권, 나아가 미디어 다양성, 문화 다양성의 문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심층 취재해 (지속적으로) 보도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할 텐데, 단신 처리라니? 게다가 WBC 관련 뉴스에 이어지는 전형적인 정부정책 홍보성 뉴스 -"노사가 양보로 화합하는" 중소기업 현장 소식과 현대중공업의 임금 반납 소식-는 그간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제기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홍보성 뉴스 두 꼭지가 KBS가 단독 취재라며 내세운 '학업성취도 평가 조작에 대한 재조사도 조작'이라는 뉴스보다도 먼저 다뤄지는 걸 보면, 친정부 성향의 뉴스 보도가 증가하는 문제나 주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말랑말랑한 접근이라는 문제 못지않게 현재 KBS 보도국에서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 끌어주던 호시절은 지났다

8시 대에 방영되는 일일연속극의 높은 인기가 9시 메인 뉴스의 시청률을 견인하던 호시절(?)은 지났다. MBC와 KBS의 9시 메인 뉴스 시청률이 SBS의 8시 뉴스 시청률에 뒤지는, 예전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KBS는 뉴스 시청률을 견인해줄 <너는 내 운명>같은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를 꿈꾸는 과거 회귀적이고 반 공영적인 구상을 할 것이 아니라, '방관자 저널리즘'을 벗어나 공영방송 본연의 '비판 저널리즘'의 정신을 복원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바로 지난 5일 <KBS 9시 뉴스>의 촛불 재판과 관련된 적극적인 보도 태도가 그간 실종 상태에 놓여 있었던 비판 저널리즘의 귀환을 알리는 첫 시작점이었기를 필자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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