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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심의'의 공정성을 심의한다

[이창현의 소통과 미디어] '검열 기구'가 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난 3월4일 문화방송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방통심의위에서는 언론 관련법을 다룬 문화방송의 프로그램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룸에 있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었다"고 밝혔다. <뉴스 후>는 시청자 사과를 받았으며, <시사매거진 2580>과 <뉴스데스크>가 경고와 권고를 받았다. 이러한 심의판정을 보면서 나는 방송 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방통심의위의 공정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과연 위원회의 방송심의는 그 스스로 방송사를 심의할 때 사용했던 말처럼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룸에 있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있었던가 라고 말이다.

전문가의 자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심의 결정

방통심의위는 심의사안에 대한 자문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다. 문화방송의 이번 징계 사안도 보도교양특별위원회를 거쳤는데, 자문회의 결과는 문제없다는 위원이 3명이었고, 징계를 해야 한다는 위원이 3명으로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실질적으로는 과반수의 위원이 징계를 하자고 자문의견을 낸 것도 아니며, 징계의 수위에서도 시청자 사과를 주장한 사람은 단 한명의 위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안이라면 3명의 위원이 문제없다는 결정을 낸 것에 대한 적정한 고려를 통해서 제재 수위를 완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종심의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한 것이다. 합의제기구인 방통심의위가 방송심의과정에서 특별위원회의 전문가 자문을 균형 있게 수렴하려고 했다면 이러한 과도한 규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송심의는 사회적 규제로서 정치적 검열과는 구분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심의는 특정한 정치세력의 방송 내용통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방송의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내용을 공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규제해야한다. 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기구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정부의 행정 기구가 되어버리고 나면 정부의 직접적인 내용통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 때문에 방통심의위는 독립된 민간기구로서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심의는 표현의 자유와 방송사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그러나 실질적으로 방통심의위는 대통령과 여당 추천위원 6명과 야당추천위원 3명으로 구성되고 예산도 준조세의 성격인 방송발전기금으로 쓰고 있으니, 이를 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심의의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방통심의위에 사후규제로서 방송심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니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알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방통심의위가 정치적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회적으로 높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추천한 당의 비율대로 심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6대3위원회'라고 불리기도 하고 공정하고도 심층적인 심의를 하지 않고 추천 정당의 비율대로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하여 '자판기심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방통심의위가 만들어진 후 그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방송심의의 규정을 살펴보면 방송사의 자율성과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기본원칙으로 존중해주고 있다. 방송심의규정 제5조 '심의의 기본원칙' 제1항은 "방송매체와 방송채널별 창의성, 자율성, 독립성을 존중하여야 한다"이며, 제7조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조항' 제10항에는 "방송은 다양한 의견과 사상을 적극적으로 다루어 사회의 다원화에 기여하여야 한다", 제11항에는 "방송은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 있었던 문화방송의 심의과정에서 과연 이러한 심의규정의 기본원칙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를 반성해보야야 할 것이다. 방송심의는 기본적으로 방송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공정성에 대한 방송심의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에 정부정책을 찬성하는 내용도 50% 끼워 넣어 양적균형을 맞추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며 이것은 방송의 정부 비판기능을 약화시키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을 약화시킴으로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비판 뉴스에 '정부 옹호'를 50% 끼워넣기 하라?

현재까지 방송심의에서 공정성으로 제재를 받은 문화방송의 프로그램은 <PD수첩> 등 PD저널리즘 프로그램과 일반 뉴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로 제재를 받은 것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PD수첩>인데, 이것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면서 일방적인 견해만 방송했다"고 하여 제재를 받았다. 둘째는 "조중동에 대한 불매운동과 기업들의 광고 중단을 다루면서 아고라의 의견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방송하고 조중동을 비판하고 <한겨레>, <문화일보>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지적함에 있어서 어떻게 정부차원의 의견을 추가하면서 찬성과 반대를 50대50으로 균형을 맞출 것이며, 촛불시위에 대해서 일방적인 보도를 하는 조중동의 불매운동을 다룸에 있어서 아고라의 의견이 핵심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른 소수의견과 어떻게 동일시간으로 다룰 수 있겠는가? 이를 50대50으로 다루려는 순간 더 큰 여론의 왜곡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방송심의는 방송사의 갈등이슈 보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며, 기계적인 중립성에 빠져 양시양비론만을 내세우는 언론이 되고 말 것이다. 아울러 방송심의는 아나운서의 옷 색깔로부터 클로징 멘트까지 통제하려하고 하고 있다. YTN 아나운서들이 검은 옷을 입고 방송하는 것과 앵커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도 중징계를 받았다. 이 쯤 되면 더 이상 방송심의가 아니라 방송검열로 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은 <뉴스데스크>와 <뉴스후>.

음향조작과 화면 조작에는 솜방망이 징계

이렇게 공정성을 강조하는 방통심의위가 의외로 너그러운 구석이 있다. 정부가 곤란해 하는 것을 없애는 방향으로 방송의 음향을 조작하고, 방송보도의 화면을 조작한 내용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말 보신각 타종행사를 중계한 KBS <가는 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에서 반정부시위대의 구호소리를 삭제하고 오락프로그램에나 삽입하는 음향효과를 넣은 것은 '권고'를 받았다. KBS 뉴스보도에서 화면에 담겨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라는 글자를 조작하여 보이지 않게 한 것은 '의견제시'를 받았다. 권고와 의견 제시는 방송사에게 벌점을 부여하는 행정제제가 아닌 것으로서 경징계에 해당된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정성 위반이라고 하여 시청자 사과와 같은 중징계를 내리고, '시위대의 구호' 소리를 삭제하고,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라는 글자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징계를 한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공정성으로 재갈을 물리면서 음향이나 영상을 조작하는 것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방통심의위에서 방송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진다. 이 쯤 되니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방송 검열을 하는 기관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방송 심의는 정치적 검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심의가 방송검열과 차이가 나는 것은 방송심의가 사회적 통제로서 정치적인 검열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현재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대부분의 국민이 심의를 방송검열로 이해 할 것이며, 그렇다면 방송심의가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방송심의라 함은 '심사하고 토의'함을 말한다. 방송심의도 방송내용에 대한 규제를 위해 내용에 대한 심사와 토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심사와 토의의 과정은 다분히 사회적인 조정을 거쳐야 하며, 사회적 합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수의 다수만을 내세워 대통령과 여당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검열하는 방식으로 방송심의가 이루어진다면 방송심의는 더 이상 사회적으로 지지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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