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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로켓 '어물쩍' 넘어가기 포석 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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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로켓 '어물쩍' 넘어가기 포석 까나

국가정보국장, '우주발사체' 포괄적 표현 사용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체가 인공위성일 수도 있음을 시사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블레어 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인공위성(satellite)이라고 말하는 발사가 곧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우주발사체(space-launch vehicle)"라고 답했다.

블레어 국장은 또 "나는 북한이 우주발사(space launch)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믿으려 한다. 그것이 그들이 하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발사체'라는 말은 인공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괄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블레어 국장이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으로 규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고위당국자가 '발사체는 인공위성 광명성 2호'라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 발사가 이뤄졌을 경우 미국의 대응이 현재 예상되는 수위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 ⓒ로이터=뉴시스

요격 가능성 사실상 사라져…'원래부터 과장돼' 주장도

우선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미국의 요격가능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티머시 키팅 미 태평양군사령관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발사체가) 만약에 인공위성이 아닌 다른 물체로 보인다면 우리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요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후부터 '쏘면 요격한다'고 경고해왔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이 아닌 통신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시험 발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9일 성명에서 미국이나 일본이 요격할 경우 "투입된 모든 요격수단들 뿐 아니라" 미국, 일본과 남한의 "본거지에 대한 정의의 보복타격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 같은 공방이 오갔지만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발사체를 실제로 요격할 가능성은 국제법적, 기술적,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그에 따라 미일 양국의 '요격 경고' 자체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전파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자국 영토를 향해 뭐가 날아오면 요격이든 뭐든 그걸 막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요격 경고는 그런 차원에서 한 말이기 때문에 '우리 영토를 향해 날아오면'이란 말과 '대통령이 지시한다면'이란 전제를 빼고 그냥 '요격한다'고 보도하면 오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일본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엔 일본이 요격에 나서겠지만 낙하지점이 일본을 넘어서는 장거리 미사일이면 법적·기술적으로 요격하기 어렵다고 10일 보도한 바도 있다.

'쏘면 안보리 결의 위반' 주장도 무뎌질 수밖에

블레어 국장의 '우주발사체' 발언은 미국의 외교적 대응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미 국무부는 위성 발사 기술이 미사일 기술로 전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북한이 어떤 물체를 발사하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못 박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뭐든 쏘면 안 된다'는 미국의 주장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막는 국제법이 없다는 사실과 충돌한다. 따라서 법적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블레어 국장이 발사체를 인공위성으로 볼 수도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그러한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고, 미국의 주장은 무뎌질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탄도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고, 따라서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도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블레어 국장의 말을 근거로 추가 제재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블레어 국장이 '우주발사체'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규정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이란 모델'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

미국은 이란이 지난달 3일 인공위성 '오미드'를 발사한 것에 대해 구두로만 우려를 표명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대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달 초 중동 순방에서 이란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더욱 강조했다.

그와 같이 미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더라도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고 실행에 들어갈 때까지 그냥 '어물어물' 넘어간다거나, 설령 안보리에 가져가더라도 형식적으로만 협의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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