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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고민하는 오바마,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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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고민하는 오바마, 결론은?

결국 2000년 김정일-올브라이트 합의로 돌아갈 수밖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하려는 데에는 체제결속과 대미협상, 미사일 기술 향상 등 대내외적인 목표가 동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발사 여부 및 향후 정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결국 미국의 대응이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최대한 서두른다면 로켓 시험발사는 1~2주 후면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술적인 이유와 1998년 '광명성 1호'의 전례를 감안할 때 3월 말~4월 초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전후로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고위급 정보 관리도 24일(현지시각)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남은 시간이 한 달 정도라는 전제하에 전문가들은 시험발사 전후의 미국의 대응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이야기하고 있다.

■ 시나리오 1. '쏘지 마' 구두로만 경고…그래도 감행하면 '요격'

구두 경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견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한 달 내에 끝나기 힘들고, 검토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스티븐 보스워스 특사 등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보내기도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여기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지난 10일 발언이 더해져서 '요격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게이츠 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면 이를 요격하기 위한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실전에서 가동된 적이 없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격이 실패할 경우 미 군부와 군산복합체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성공한다 해도 문제다. '실험용 인공위성'을 요격할 수 있느냐는 국제법적인 논란도 불거질 것이고, 무엇보다 일종의 '공격'을 당한 북한이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미 실전 배치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이나 일본을 향해 발사하거나, 성동격서 식으로 서해상 남북 충돌을 일으킨다면 한반도 정세는 거세게 요동칠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군사적으로' 관리할 능력을 물론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심각한 갈등과 후유증은 오바마의 한반도·동북아 구상을 망쳐 놓을 것이다.

■ 시나리오 2. 구두경고 후 발사하면 '어물어물' 넘어가기

발사 전에는 구두경고 외에 다른 수단이 없고 쐈을 때 요격도 어렵다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가져갈 수 있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는 미사일이건 위성이건 북한의 로켓 시험발사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끝까지 주장할 것이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막거나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국제법이나 조약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행위가 1718호 결의 위반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많다.

현재 북한의 동향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안보리 논의는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간다면 2월 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란에 대한 향후 대응과 비교해 볼 때 이중잣대 논란이 일 수 있다. 미국은 이란이 지난 3일 인공위성 '오미드'를 운반용 로켓 '사피르 2호'에 실어 발사한 것에 대해 구두로만 우려를 표명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결국 '이란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고 행동에 옮길 때까지 '어물쩍' 넘어간다거나(muddling through), 설령 안보리에 가져가더라도 형식적으로만 협의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보리 논의를 이끌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란 및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그 누구보다 강조하기 때문에 그러한 '어물어물 전략'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24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를 만난 후 "북한은 긴장을 높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극히 원론적인 말만 한 것은 이미 그 쪽으로 대응 방향을 정했음을 시사한다.

▲ 2000년 김정일-올브라이트 회담에서는 미사일 문제에 관한 중대한 합의가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도 그 합의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

■ 진짜 시나리오 따로 있다

북한이 로켓을 쏘기 전이건, 쏘게 놔둔 후 당분간 냉각기를 거치고 나서건 보스워스 특사가 평양에 가지고 갈 '미사일 답안지'는 이미 나와 있다.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합의했고, 그를 수행했던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이 서울로 내려와 임동원 국정원장에게 전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회담에 올브라이트와의 회담에서 △노동미사일 등 사정거리 500km 이상 미사일의 추가 개발과 생산을 하지 않으며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은 X년 내에 폐기하고 △단거리 미사일은 미사일기술통제규약(MTCR) 기준을 준수하고, MTCR 지침의 한도를 초과하는 미사일 및 관련 부품과 기술의 대외 판매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매년 3개의 인공위성 발사를 지원(이른바 '대리발사')하며 현금보상 대신 수년 간 일정액 상당의 식량 등 현물로 보상해 주기로 했다.

또한 북한은 미사일 문제를 타협할 의향을 적극 밝히면서 "즉각적인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으로 국가안보와 생존보장을 열망하며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간절히 원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조지 W. 부시가 당선되면서 지난 8년간 서랍 속에 잠자게 되고 말았다. (임동원 회고록 <피스메이커> 참조)

하지만 셔먼-임동원 만남에 배석했던 보스워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대북 특사가 되어 있고, 평양에 초청받았던 당시 대통령의 부인으로 셔먼의 자문을 받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이 되어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을 대안은 2000년의 합의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로켓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단기 대응 시나리오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돌고 돌아 닿을 곳은 거기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가 비록 끝나지 않았지만 로켓 발사라는 '사단'이 나기 전에 보스워스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은 그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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