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회의, 反美 '카스트로의 축' 입김 거세다

차베스, 아마디네자드 등 '반부시' 강조

100여 개 개발도상국들이 참가한 가운데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 일정이 진행될수록 '반미(反美), 개도국 단합론'이 강조되고 있다.
  
  개막 나흘째인 14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등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중심에 둔 이른바 '카스트로의 축'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카스트로와는 둘도 없는 정치적 동지이자 개도국 지도자로서 세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으로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차베스는 이날 15개 개발도상국 그룹(G-15 ) 정상회의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현재 이란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어떤 침략자가 있다면 이란을 도와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고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차베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현재 쿠바와의 사이처럼 이란과 함께 할 것"이라면서, 이번 비동맹회의 선언문에 이란과 쿠바, 팔레스타인 국민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그는 아바나에 도착한 후 기자들에게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 상당수의 미국 입국 비자를 거부함으로써 내주 열리는 유엔총회에 자신이 참석하는 것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 제국은 기울고 있고 마오쩌둥(毛澤東)이 말한 것처럼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논조의 연설을 통해 G-15 국가들이 자신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성취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카스트로 친동생으로 권력을 임시 이양받은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이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비동맹회의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라울은 이날 G-15 회의 기조연설에서 이란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더 좋고 보다 정당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평소 즐겨 입었던 황록색 군복 대신 짙은 정장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한 라울은 "우리 국가들은 우리들의 공동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단합하고 합치된 행동을 보이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한 G-15는 원래 15개 국가가 주축이었으나 현재는 알제리,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이집트 등 19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이와 관련, 일부 국가 대표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요구하도록 개도국들이 단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 그리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이 포함되도록 테러리즘에 대한 '전 세계적 정의'를 대폭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급물살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각국 대표들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전제조건 없이 재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과, 미국의 대(對) 베네수엘라 압박조치에 대한 비난 등을 최종 선언문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밝히고 있다.
  
  남미권의 상당수 언론은 이번 비동맹 정상회담에 대해 '반(反)부시 정상회담'이라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