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국유화 임박설이 나돌만큼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는 월가의 대형 상업은행들로 인해 폭락세를 연출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동유럽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7500선이 붕괴된 것은 물론 6년래 최저치로 밀려났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부인해오던 은행 국유화가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지분 25~40%, 정부 인수 협상 진행중"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정부에게 먼저 '일부 국유화'를 제안해 씨티그룹의 보통주 가운데 25~40%의 지분을 갖게 될 협상을 정부측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 경영진은 정부가 25% 정도의 지분을 인수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의 제안에 동의하는지에 대해 아직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가 직접 협상에 참여하기 전 예비 단계로 진행된 협상은 지금까지 씨티그룹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감독관실(OCC) 사이에서 이뤄졌으며, 협상 당사자들은 미 연방정부가 현재 보유한 450억달러 상당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논의 중이다.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주식 총액의 7.8% 상당을 우선주 형태로 매입했었다.
<WSJ>는 협상 중인 조치가 확정돼 시행될 경우, 추가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다른 씨티그룹 지분 보유자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대형 상업은행은 씨티그룹뿐만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국유화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상업은행이다.
현재 BoA 측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BOA는 자본이 풍부해 현재도 미래에도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과 BoA의 주가는 지난 20일 각각 1.95달러, 3.79달러까지 추락한 상태다. 씨티그룹은 18년만의 최저가, BOA는 사상 최저가를 기록한 것이다. 씨티그룹과 BoA 등 국유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요 상업은행들의 경영상태가 어느 정도로 나쁘기 때문에 이처럼 주가가 폭락한 것일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들 은행이 국유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맞는 말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씨티그룹과 BoA는 연방정부가 어느 정도 보증을 해주고 믿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이미 파산한 상태다.
현재 주당 몇 달러라는 시장가격도 이들 은행의 자산과 부채에 대한 평가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연방정부가 주주들에게 상당한 이득을 안겨주는 구제금융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연방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민간자본이 인수했다면 요구할 똑같은 것, 즉 소유권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주요 상업은행들을 일시적으로나마 국유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이미 망하고 있는 경우라 어쩔 수 없다"면서 국유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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