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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은 백악관도 청와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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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은 백악관도 청와대 수준?

라이시 "정치권 구태에 대한 반감 과소평가한 탓"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장관 지명자들이 잇따라 부동산 투기나 논문 조작 등의 의혹을 받아 사퇴한 양상이 '도덕성'과 '개혁'을 기치로 내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정권 출범 전후로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 낸시 킬퍼 백악관 최고업무담당관(CPO) 지명자에 이어 3일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등 벌써 3명의 장관급 후보자가 지명 뒤 논란 속에 자진사퇴했다.
▲ 톰 대슐 전 상원의원. ⓒ로이터=뉴시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탈세 문제로 곤욕을 치렀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의회의 우호적 분위기 덕에 가까스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이미 정책 추진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처럼 오바마 정부의 인사 검증 능력과 지명자들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태가 계속되자 미국 국민들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이 보건장관직에서 사퇴한 사건과 관련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많은 미국인들, 정치권 행태에 바보된 느낌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인사 파문은 정치권의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 대중이 얼마나 분개하는지 백악관이 과소평가한 탓"이라면서 "탈세뿐 아니라 상원을 떠난 뒤 의료보험 산업과 맺은 커넥션, 막대한 보수를 받고 민간업체들과 맺은 자문계약 등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열심히 일하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법을 지켜온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의 행위로 인해 자신들이 바보가 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반면, 워싱턴의 정부와 의회 출신들은 그들이 규제하거나 지원했던 업체들의 로비스트로 변신해 막대한 보수를 챙겼다"고 꼬집었다.

라이시는 "대슐이 보건장관으로 임명됐다면 국민을 위해 뚜렷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대중은 진정한 변화,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으며, 구태가 반복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는 연이은 인사파문으로 취임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가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대슐 전 상원의원은 지난 10여년간 민주당의 상원 원내 대표이자 오바마의 정치적 대부로 불릴 만큼 중량급 인사이며, 탈세 의혹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직접 지지를 선언한 지 하루도 못버티고 사퇴해 충격이 크다.

의료보험 개혁에 중대 차질 우려

특히 대슐의 낙마로 오바마가 추진해온 의료보험 개혁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진영에서 강력하게 요구해온 의료보험 개혁에 대해 대슐은 오랫동안 의욕을 보이며 구체적인 계획을 입안하고, 의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대슐은 최근 14만달러 상당의 세금과 이자를 내지 않고 있다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뒤늦게 이를 납부한 것으로 드러난 뒤에 논란이 불거졌을 때 오바마의 지지와 의회의 인맥을 믿고 버티려 했으나 결국 "국가의 의료개혁을 의회와 국민의 완전한 신뢰없이는 추진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사퇴했다.

킬퍼 CPO도 지난 1995년 가정부에게 실업보상세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언론에 의해 드러나면서 대슐과 함께 이날 동반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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