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마나르 모하이센(Manar Mohisen)과 스물여섯인 타메르 아부메드(Tamer Abuhmed). 인하대에서 정보공학(IT)을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은 시시각각 들려오는 고향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듯 했다. 이스라엘의 오랜 봉쇄 때문에 5~6년 간 고향집을 구경도 못해봤지만, 마음만은 가자에서 먹고, 자고, 생각하고,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 마나르(왼쪽)와 타메르는 인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가자 출신 팔레스타인인이다. ⓒ프레시안 |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들이 원하는 걸 하는 당이 지지를 받는다."
"미국이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휴전을 하는 게 어떠냐고 하마스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이스라엘한테 해야 되는 말이다."
마나르와 타메르는 어느 당에도 속해 있지 않은 가자의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그렇지만 하마스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해 좀처럼 반박하기 쉽지 않은 말들을 쏟아 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관한 것이었고, 상식이었다.
하마스가 휴전 연장을 거부하고 로켓을 쏘기 시작한 게 사태의 시작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로켓포 같은 반박이 들어왔다.
"로켓을 먼저 쐈다면 문제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다. 전투기로 공격을 받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 휴전 기간 가자지구의 봉쇄를 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식량 공급을 막은 것은 가자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라? 그건 비현실적이다. 불공정하다. 그것 약자들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팔레스타인의 문제에 대해 어릴 적부터 고민하고 토론하고 싸워온 이들의 논리는 명쾌했다. 가자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라는 걸 보여주듯 이견은 없어 보였다. 그런 가자 사람들을 상대로 지상전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주민들이 믿고 있는 정부를 붕괴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타메르의 말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짐작케 했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아랍국에 대한 비판은 신랄했다. 마나르는 "아랍에 대해 얘기하려면 우선 숨을 깊게 쉬어야 한다"며 정말로 한숨을 내쉬더니 "가끔 나는 차라리 이스라엘의 주장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원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선 안 된다. 이스라엘 정책을 따르라'는 식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를 내버려두는 게 낫다. 그냥 조용히, 중립적으로."
이들의 말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는 땅에 대한 권리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땅의 22%만이라도 남겨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 조차도 거부할 뿐더러, 거기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존재마저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땅에 대한 권리'는 무슨 자존심이나 명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자체에 대한 문제다.
다음은 경기도 부천역 부근 커피숍에서 그들과 나눈 대담 전문이다. 이날 대담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활동하는 미니 씨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 4일 시작된 지상공격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주민을 옮기는 장면 ⓒ로이터=뉴시스 |
미니 : 하마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하마스와 파타는 왜 싸우기 시작했나.
마나르 : 2006년 초까지만 해도 하마스는 일반적인 정당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단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무장조직이었을 뿐이고, 일부 분파만 정치 활동을 했다. 정치권력을 차지하는 건 그들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2006년 1월 총선을 앞두고 하마스는 정치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정했고,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선거를 통해 들어선 하마스 정부를 무시하고 대화를 거부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과거 협상 파트너였던 파타(구 집권세력)하고만 상대하려 했고, 파타 출신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지지했다. 파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은 재정적 것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것도 포함됐다. 미국의 중동 특사는 파타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파타 전체를 지지한 것도 아니었다. 가장 부패한 분파만 지원했다. 하마스에 속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싸움이 시작됐고, 그 상황은 작년 6월 하마스가 가자에 대한 통제권을 쥘 때까지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싸우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일부 세력을 제외하고 우리끼리 싸워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타메르 :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기 전까지 파타 혹은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팔레스타인의 유일한 대표체이자 협상 주체였다. 그러나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는 스스로가 원하는 걸 대표하는 정당이 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파타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하마스에 분명한 승리를 안겨 주었다. 그 승리는 매우 합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제1당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미국이 약속한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받은 갱 조직에 의해 가자는 혼란에 빠졌고 자치정부는 통제력을 상실했다. 하마스가 2007년 6월 가자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 타메르 아부메드 ⓒ프레시안 |
미니 : 미국과 이스라엘, 서방 주류 언론들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하마스는 어떤 의미인가?
마나르 :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다는 것 자체가 하마스의 의미를 알게 해 준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는 것이고, 그만큼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왜 하마스를 지지하느냐? 파타처럼 부패하지 않았다. 정직했다. 또한 투명했다. 하마스는 어떤 협상을 할 때 주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다 공개했다. 그러나 파타 시절에는 예컨대 국경선에 관한 협정을 맺고 돌아와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마스는 우리의 진정한 권리를 대변했다. 우리에게는 먹을 권리나 병원에 갈 권리만 있는 게 아니다.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권리가 있다. 하마스는 그 권리를 주장했다.
타메르 : 테러리스트의 의미는 상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누구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상 누구도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2006년 총선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하고 있었던 파타의 부패, 무능, 비밀주의 등이 자초한 결과였다. 그들은 땅에 대한 권리를 분명히 대변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땅이 있고 독립할 권리가 있다. 하마스는 1967년 전쟁에 의해 빼앗긴 땅을 되찾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최소한의 희망이다. 하마스가 강한 당이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들이 원하는 걸 하는 당이 강해지는 것이다.
마나르 :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땅에 대한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히스토리컬 팔레스타인'(1920년대 시오니스트들이 정착하면서 빼앗긴 팔레스타인 땅 전체)의 회복을 원하는 게 아니다. 1967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땅만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거기에 자유롭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독립적인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모든 팔레스타인 땅을 가져와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하마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1967년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땅 22%에 국가를 세우기 위해 저항해야 한다는 하마스의 주된 생각에는 거의 모두가 동의한다. 600만 명 가까이 되는 난민들을 귀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우리는 미국이 누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의 관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미국은 최고의 테러리스트 국가 중 하나다. 역사를 봐라. 미국이 치른 전쟁, 그로 인한 희생자들이 수도 없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평화를 위한다며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죽인다. 만약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다치게 하기라도 한다면 이스라엘 언론은 물론이고 CNN 같은 데서 난리가 난다. 그건 공정하지 못하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 마나르 모하이센 ⓒ프레시안 |
미니 : 미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게 문제고, 이스라엘의 공격도 그것 때문에 시작됐다고 말한다.
마나르 : 로켓이 먼저 발사되고 이스라엘이 그 대응으로 공격을 했다면 로켓이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다. 전투기로 공격을 받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500명 가까이 죽었고 이스라엘은 4명 죽었다. 이건 심각한 불균형이다. 로켓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식량 공급을 막는 것은 가자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공습으로 어린이들을 죽이는데 가만히 있어라? 그건 비현실적이다. 불공정하다. 그것 약자들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유엔이나 유엔 안보리도 약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로켓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는 문제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포괄적인 해법이 있는데, 로켓 문제 딱 하나만을 해결하려고 들면 문제가 안 풀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국경이 봉쇄되어 있고 학생들은 공부를 못 하고 대학은 공격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들은 감옥에 가 있다. 이런데 누가 어떻게 로켓 문제를 풀 수 있는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시하는 상황이 끝나고 권리가 회복된다면 로켓은 멈출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휴전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하마스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로켓은 멈출 것이다. 지난 6개월 휴전기간 동안 그랬다. 그러나 그 동안 이스라엘은 봉쇄를 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내 경우 국경 봉쇄 때문에 6년간 고향에도 못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스스로의 통제와 결정에 의해 국경을 드나들 수 있고 가자와 웨스트뱅크를 오갈 수 있다면 로켓 문제는 풀린다.
미니 : 이스라엘은 왜 가자를 봉쇄했다고 생각하나?
타메르 : 팔레스타인 정부를 장악한 하마스가 우리의 권리를 명확히 밝히자 이스라엘은 이 정부를 파괴하고 위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협상을 최대한 길게 끌어서 유대인 정착촌이 더 많이 생기고 더 많은 공격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온 특사를 통해 파타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고 혼란 상황을 만들었다. 하마스가 구성한 정부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웨스트뱅크에 있는 하마스 소속 의원들을 투옥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정부를 붕괴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실패했다. 그 다음으로 찾은 방법이 바로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였다. 봉쇄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일부 아랍 국가들, 일부 팔레스타인 세력들에 의해 지지를 받았다. 170만 가자지구 주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다. 가자라는 대형 감옥에 갇히지 않으려면 하마스를 거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실패했고, 결국 군사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시작된 게 바로 지금의 공격이다.
가자 봉쇄로 인해 식량과 의약품 등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 공급되지 못했다. 가자에 있는 병원의 수용능력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주민들이 하마스 정부에 대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주민들이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그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민들이 믿고 있는 정부를 붕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하는 건 이 모든 방법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 이스라엘은 4일 저녁을 기해 지상공격을 시작했다. ⓒ로이터=뉴시스 |
"친미 아랍국들보다 이스라엘 얘기가 차라리 현실적"
미니: 아랍 국가들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의 협조가 사태에 도움이 된다고 보진 않는가?
마나르 : 휴~ 아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숨을 깊게 쉬어야 한다. 아랍 국가 중에 합법적으로 집권하고 있는 정권은 거의 없다고 본다. 대부분 권력이 세습되면서 부패한 정권이거나, 군사정권이거나,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정권이다. 그래서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저항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간단한 문제다.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정권이라면 피로 물든 부시의 중동 정책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동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부시에게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집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 나는 차라리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원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선 안 된다. 이스라엘 정책을 따르라"는 식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를 내버려두는 게 낫다. 그냥 조용히, 중립적으로.
미니 : 미국 정부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팔레스타인의 로켓에 대응하는 '방어권 행사'라고 표현했다.
마나르 : 미국이 생각하는 이스라엘은 아버지가 간절히 기다린 끝에 낳은 늦둥이 자식 같은 관계라고 본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어떤 짓을 해도, 어떤 비극을 저질러도 용인한다.
이번 가자 지구 공격은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도 미국은 그것을 '정당 방어'라는, 가장 부드러운 용어로 표현했다.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중동 정책을 펴는 데 지정학적으로, 또 한편으로 종교적인 이유로 결코 멀리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니 : 휴전을 권하는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태도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마나르 :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 전혀 중립적이지 않았다고 본다.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이다.
휴전 협상? 우리는 진정한 협상을 원한다.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이스라엘 정부에 굴복하는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평화 협정을 언제든 원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협상을 원하지, 명령을 받아들이는 일방적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타메르 : 그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도적 차원에서 휴전을 하는 게 어떠냐고. 그러나 그건 이스라엘 정부에 해야 할 질문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미 대답했다. 안 된다고. 그들이 여전히 가자 지구에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휴전은 이스라엘에 물어봐야 한다.
"미국 권력공백기를 틈탄 공격"
미니 :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들은 소식은 없나. 그들은 현재 무사한가.
마나르 : 상황은 1967년보다 더 끔찍한 것 같다. 이스라엘은 27일 첫 공격 시기를 정오로 잡았다. 학교와 대학을 공격했다. 그때는 점심시간이어서 학생들이 학교를 나서고 거리가 북적거리던 때였다. 또 이스라엘은 경찰서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를 공격했다고 한다. 당연하다. 현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의사이든 누구든 모두 하마스다.
타메르 : 이스라엘은 마치 깡패처럼 시민을 공격하고 있다. 전기를 끊었다. 가자에 있는 내 가족들은 TV를 볼 수도 없고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다. 들을 수 있는 건 사방에서 터지는 폭탄 소리라고 한다.
이미 F16 전투기를 동원해 500톤의 폭탄을 쏟아 부었다고 들었다. 그 좁고 북적거리는 지역에…. 그들이 아무리 '정밀 공격'을 한다고 해도 희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희생자의 20%가 여성과 아이라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나는 왜 이스라엘이 하필 지금을 공격 시기로 잡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다. 아무도 책임 있는 발언을 할 수 없는 권력 공백기이다. 또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유엔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부는 1주일 이상 휴가 상태였다.
게다가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정권의 안정을 원하고, 하마스 정부로 인해 자신들의 정권이 흔들리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가자 지구를 둘러싼 갈등이 중동을 불안하게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곧 있을 총선 역시 지금을 공격 시기로 잡은 중요한 계기라고 본다.
▲ 이날 대담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활동하는 미니 씨(오른쪽)가 진행했다. ⓒ프레시안 |
마나르 : 우리는 팔레스타인이 한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인도적으로 보면 매우 가깝다. 팔레스타인에서 희생된 이들은 한국인과 같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담은 뉴스를 보고,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또한 그런 뉴스를 보다 공정한 언론을 통해 접하길 바란다.
타메르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오래되고 너무 복잡한 문제라는 걸 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희생자들의 시각에서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한국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평화가 깃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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