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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학살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 "빈 라덴이 웃고 있어"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 및 부상자 수가 2000명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처럼 양쪽의 사상자 수를 뭉뚱그려 제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중동 전문기자로 유명한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29일자 칼럼에서 이스라엘 측 사상자와 팔레스타인 사상자의 비대칭적인 차이를 지적하며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대학살'이라고 규정했다.

피스크는 언제나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미국과 영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군과 맞먹는 무기를 갖고 있고, 이스라엘이 아랍에 포위되어 있다는 식으로 진실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스크 기자는 "학살은 안보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1948년 이후 공습이 이스라엘을 보호한 적은 없다"며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에게 이슬람 무장단체가 필요한 것처럼, 이슬람 무장단체들에게는 무슬림의 순교가 필요하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할 수 있는 폭력을 원하고, 그 폭력을 제공하는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민간인들의 희생을 부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스크는 과거 아일랜드공화군(IRA)이 북아일랜드 국경을 넘어 박격포 공격을 했을 때 영국은 공습으로 보복하지 않았다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은 너무나도 과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바로가기)

▲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반이스라엘 시위를 피해 있는 이스라엘 병사 ⓒ로이터=뉴시스
정치인들의 거짓말, 민간인들의 죽음, 그리고 역사 무시

중동에서 일어나는 대학살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제 이스라엘 사람들이 공격을 받지 않는 한 신경도 쓰지 않는다. 가자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죽어 나가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응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소심한 반응을 보면서 아랍 사람들은 지난 수 십 년간 익히 알아 온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언제나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사실이다. 학살은 아랍인들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나오는 이러한 헛소리(balderdash)를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것은 아랍 민족주의자들이나 아랍 이슬람주의자들이 '시오니스트들은 타도될 것이며 예루살렘은 해방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유포해오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아버지 부시나 클린턴, 아들 부시, 블레어, 브라운은 언제나 양측에 '자제'를 요청한다. 마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 F-18 전투기와 메르카바 전차, 야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하마스가 자체 제작한 로켓포에 의해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8년 동안 20명에 불과했다. 반면 이스라엘 전투기가 하루 공격으로 300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건 흔한 일이다.

유혈사태의 경로는 이렇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분노를 자극한다. 바로 그 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분노를 자극한다. 그것은 이스라엘에 의한 것이고, 그것은 하마스에 의한 것이고, 그것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것 같은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폭격한다. 하마스가 더 많은 로켓을 쏘고, 이스라엘은 다시 폭격을 하고… 이제는 알겠나?

우리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바란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엄청나게 비대칭적인 살육은 모른 척 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前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포위되어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탱크가 마치 텔아비브 시내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지난밤(28일)의 공습에 따른 사망자 '교환 비율'은 팔레스타인 296명 대(對) 이스라엘 1명이었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때의 비율은 레바논 10명 대 이스라엘 1명이었다. 하루 사망자로 볼 때 지난 주말의 비율은 1973년 중동전쟁, 혹은 1967년 6일 전쟁, 혹은 1956년 수에즈 전쟁, 혹은 1948년 독립 및 나크바 전쟁 이후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게임이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주말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의 법칙을 완전히 바꾸겠다"며 이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 게임의 '법칙'만 안 바뀌었다. 아랍-이스라엘의 교환 비율은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엄청난 배당비율보다 더 크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F-18 전투기와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을 팔아 남기는 이익보다 크진 않지만.

지난 주말 공습으로 꽤 많은 하마스 요원들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무슨 문제가 풀리나?

"와우, 너무 무서웠어요.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는 게 낫겠네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동조하고, 무기를 버리고, 우리를 무기수로 감옥에 넣어 달라고 빌고, 미국의 새로운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게 낫겠네요."

하마스가 이렇게 얘기할 것 같은가? 이스라엘과 미국과 고든 브라운은 하마스가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하나?

이걸 기억하자. 이스라엘에게 이슬람 무장단체가 필요한 것처럼, 이슬람 무장단체들에게는 무슬림의 순교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마스는 그걸 배우지 않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할 수 있는 폭력을 원하고, 그 폭력을 제공하는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로켓 몇 발만 날려 보내면 이스라엘은 그 요구를 들어 준다.

토니 블레어는 흐느끼지 않는다. 중동 평화 특사라는 그는 가자지구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그러니 학살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우리는 늘 하는 이스라엘 측의 얘기를 듣는다. 이라크 육군 연구평가부장이었던 야코프 아미드로르 장군은 "국민들이 로켓 공격의 목표가 됐을 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아일랜드공화군(IRA)이 북아일랜드 국경을 넘어 박격포를 쏘고 게릴라들이 국경을 넘어 경찰과 개신교도들을 공격할 때 영국이 아일랜드공화국 상공으로 전투기를 보냈던가? 교회와 유조시설과 경찰서에 폭탄을 뿌리고 300명의 민간인을 죽였던가?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 그건 범죄행위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IRA 수준으로 낮추고 싶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살은 안보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1948년 이후 공습이 이스라엘을 보호한 적은 없다. 이스라엘은 1975년 이후 레바논에 수 천 번 폭격을 했지만 테러리즘을 뿌리 뽑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지상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하마스는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한다.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은 방공호에 웅크려 있다. 동쪽 어딘가의 동굴, 혹은 땅속, 산중턱에 터번을 쓴 유명한 남자(오사바 빈 라덴) 하나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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