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못 삼엄했던 이날 낮 대회와 달리 촛불문화제는 흥겨운 분위기에서 치뤄졌다. 간혹 '여야의 최종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는 등의 국회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언론인들과 시민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어렸지만 곧 구호와 함성 속에 다시 원래의 활기를 되찾았다.
▲ 촛불을 든 시민들과 언론인들이 언론노조의 촛불문화제를 지켜보고 있다. ⓒ프레시안 |
▲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한나라당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촛불을 높이 들었다. ⓒ프레시안 |
이날 문화제는 전국언론노조의 파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기도 했다. 각 지부의 조합원들은 시민들 앞에서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경인일보 노조패 '경인사랑', MBC 노조 노래패 '노래사랑', YTN 노조의 'Y뮤직'과 '장아영과 아이들' 등이 나와 공연을 보였다. 이때마다 언론인들과 시민들은 큰 소리로 "YTN 사랑해요", "MBC 멋지다" 등을 외치며 노조를 응원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PD는 단상에 올라 "'술만 먹던 춘근이가 그런 방송을 만들 정도로 이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YTN의 장아영 기자는 "요즘 사람들이 종종 '아직 YTN 노동조합 아직도 싸우냐'고 묻는데 물론 싸우고 있다. 예전보다 더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응원해달라"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시민들의 답사도 이어졌다. 촛불시위 당시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씨는 " 언론노동자들의 싸움을 자사이기주의라고 하는데 진짜 자사 이기주의자들은 지상파 방송을 먹어치우려는 조중동"이라며 "막장 국회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여러분이 민주주의의 전통을 이어가는 투사들이다"고 했다.
▲ 이날 집회를 취재하는 블로거로 참여한 한 시민이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 |
▲ 30일 언론노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과 언론 노동자들. ⓒ프레시안 |
이날 문화제에는 짤막한 거리 수업도 이어졌다. 정태인 교수는 "MB악법이 통과되면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삼성·조·중·동 공화국이다'라고 바뀔 것"이라며 "그런 나라는 망할 수 밖에 없다. 금산분리완화, 금융지주법 등을 막을 수 없다면 제2의 4.19, 6월항쟁도 만들어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은 언론과 교육이다. 이명박이 역사교과서를 바꾸고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며 "악법을 막기 위해 끝까지 연대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홍 위원은 이날 시민들 앞에서 '바람가'라는 운동가요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도 무대에 올라 이명박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언론악법을 밀어붙인면 한반도 대운하를 파기 전에 자기 무덤부터 파게 될 것"이라며 "임진왜란 때 경복궁에 불을 지른 것은 왜놈이 아니라,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위정자들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였다. 대한민국 역사는 단 한번도 독재자의 임기를 끝까지 보장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청와대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 신난다. 불이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 끈다. 랄라라라라라라 소방대원은 구경만 한다."'바람가'를 부르고 있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프레시안 |
▲ "한나라당 규탄한다"ⓒ프레시안 |
이날 문화제는 밤 9시를 넘겨 YTN 노조의 '장아영과 아이들'의 공연을 끝으로 마쳤다. 이날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MBC 사옥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전국언론노조는 31일 오전 11시 YTN 본사 앞에서 YTN 사옥을 둘러싸는 집회를 연 뒤 오후 7시 종각 앞에서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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