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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 재무장관은 '미국판 강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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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 재무장관은 '미국판 강만수'?

블라인더 "시장 안정은커녕 혼란만 부추겨"

한국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잦은 말바꾸기로 '신뢰할 수 없는 경제팀 수장'으로 야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면,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미국에서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비슷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폴슨을 정경유착이 심한 인물로 맹성토한 데 이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역임하고 현재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중인 앨런 블라인더도 폴슨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대열에 섰다.
▲ 폴슨 재무장관. ⓒ로이터=뉴시스

21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Missing the Target With $700 Billion'이라는 그의 기고문(원문보기)은, 그가 FRB 2인자 출신답게 정부 관료들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블라인더 교수는 이 글에서 폴슨 장관이 '부실자산구제계획(TARP)"라는 7000억 달러짜리 구제금융을 원래 사용하겠다는 용도가 아닌 방식으로 경도된 배경과 입장 바꾸기에 로 인해 "시장을 진정시킨 것이 아니라 혼란을 초래했다"고 맹비난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두고 빈번하게 입장을 바꾸는 것은 당혹스러울 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으로 진정시키겠다는 시장 자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나는 의회에게 금융위기에 대처할 두 종류의 기관 설립을 앞장서 촉구했던 사람이기에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내가 주장한 두 기관은 주택모기지 매입 및 재대출 기관과 '부실자산' 매입을 하는 기관이다.

지난 10월 의회는 TARP를 통해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무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재무부는 TARP 자금으로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폴슨은 지난 11월12일 부실자산 매입에 TARP 자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시장을 마비시켰다. 다음날 나의 학생들은 최소한 TARP라는 이름이라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납세자의 돈인 TARP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의 자본확충에 주로 사용되었다. 법안에 따르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타 금융상품' 매입도 가능하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완벽하게 합법적이다. 은행 주식을 매입해도 되는 것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은행에 공적자금 퍼주기

문제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가 아니라 판단의 타당성이다. 은행에 대한 자본 지원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시가보다 높게, 공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조건도 없이 정부가 매입하는 방식에 그들도 찬성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구제금융은 이런 식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7000억 달러 중 절반 가량은 남아있으므로, 당초 TARP의 주된 사용처로 제시된 3가지에 구제금융이 쓰여야 한다는 주장을 검토해보자.

모기지-금융위기는 주택가격 하락과 모기지 연체에 대한 우려로 시작됐다. 모기지에 기초한 증권들의 가치는 이런 우려로 부실화됐다. 주택압류로 부동산가치가 더욱 떨어지고, 매물이 쏟아졌다. 주택압류 사태를 막지 않고는 이런 혼란을 벗어날 방도를 찾기 어렵다. 이때문에 의회는 모기지 재대출을 위해 TARP 자금을 사용하도록 재무장관에게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기지 관련 증권-부실화된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자는 이유는 몇가지 있다. 우선 이런 증권들로 인해 시장이 마비되고 있다. 모기지 금융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 이 시장이 재개되어야만 한다.

두번째, 이런 증권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패닉이 초래되기도 한다. 시장이 가동되어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세번째, 많은 모기지가 복자반 파생상품 증권에 연계돼 있다. 모기지 증권 매입으로 기초가 된 주택담보대출에 정부의 재대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폴슨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근거를 무효로 돌리는 어떤 새로운 사실들이 발생했는가?

게다가 원래 목적대로 사용할 경우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 MBS 매입은 정부가 재대출해줄 모기지 대상을 파악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또한 주택압류를 피하기 위한 모기지 재대출은 MBS의 가치를 높인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은 은행들의 금융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폴슨이 적극 지지하는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자본 주입-재무장관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한 것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성을 주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였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제금융 등에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타 금융상품'이 지금까지 쓰인 TARP 자금의 거의 전부를 흡수하게 될지 누가 상상했겠는가. 은행에 대한 자본주입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재무장관의 결정에는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매입한다는 점, 그리고 납세자의 돈을 투입한 대가로 받게 될 5% 배당율은 워렌 버핏이 골드만삭스에서 받은 것의 절반에 불과하든 점들이 그렇다.

또한 최소한의 대출조건같은 공적 목적의 보상요구도 붙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합병 등에 사용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이미 발생했다.

남은 자금 요청, 의회가 조건부로 거부해야

폴슨은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만들기 위해 경도된 것이 분명하다. 폴슨은 정책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광범위한 참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일부 은행들에게는 원하지 않는 데도 강제로 자본을 투입했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납세자의 돈을 필요하지 않은 곳에 투입함으로써 귀중한 자원을 낭비한 것이다.

다행히 TARP 법안은 나머지 절반의 자금에 대해 통제할 장치를 남겨두었다. 폴슨은 남은 자금도 조만간 사용 승인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한 처사에 비추어볼 때 의회는 3가지 중 그가 외면한 두 가지 고유의 목적에 자금을 사용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이런 요구를 거부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새로운 재무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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