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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의 법칙, '리.만 브라더스'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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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의 법칙, '리.만 브라더스'의 법칙

[기자의 눈]MB의 라디오 주례연설을 보는 우려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9일(현지시간) 8500선으로 무너졌다. 이번 주 들어 1만선이 무너진 지 사흘만이다. 다우지수가 9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3년 8월 이후 5년 여만의 일이다.
  
  미국 정부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을 시행하기로 하고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날 세계 주요 7개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0.5% 금리 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유례 없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신'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TV에 등장해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더 급락한다'는 '폴슨의 법칙'이라는 냉소적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께 라디오 연설을 통해 현 금융위기에 대한 발언을 하겠다는 소식에 안도감이라기 보다는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다.
  
  시장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한국에서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지난달 15일 파산하면서 본격적인 미국발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된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를 패러디해 '리.만 브라더스'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만들어진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다. 리.만 브라더스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미국 상황과 마찬가지로 리.만 브라더스가 현 금융위기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솟아 올랐다.
  
  9월 들어 저점이었던 코스피 1498선이 무너지고 9월 2일 1392로 내려앉는 등 주가가 폭락하자 이 대통령은 18일 "나도 직접투자는 불가능하지만 펀드라도 사겠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글로벌 신용경색 시기에 단기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선투자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1366까지 급락했다. 대통령과 금융위원장을 믿고 이날 주식을 산 '개미'들은 주가가 1300선도 무너지면서 큰 투자 손실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아직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강만수 장관은 7일 환율폭등과 관련해 "투기 요인이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라며 "내일부터 감독당국이 나서 투기세력들의 행태를 점검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누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대기업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8일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오르고, 달러를 바꾸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이나 일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환율은 60원 넘게 올랐다. 9일도 외환당국의 대규모 개입으로 1379.5원으로 마감하긴 했지만 한때 1485원까지 폭등했다.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던 1300원, 1400원이 맥없이 무너지고 이제 1500선 턱밑까지 와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라디오 연설을 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 불안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리.만 브라더스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오는 13일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제안한 '전국민 달러 모으기'에 맞장구라도 친다면 환율과 주가가 거꾸로 가는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현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불신해소'다. '리.만 브라더스의 법칙'을 깨는 데에는 '브라더스' 관계를 청산하는 것 만큼 빠른 길이 없다.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가 각별한 만큼, 읍참마속의 효과 역시 기대해 볼만 하다. 주가와 환율을 직접 챙기고 '대국민 메시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시장의 신뢰와 국민의 신망을 얻을만한 인사로 새 경제팀을 꾸리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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