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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장한 케인즈주의자들을 경계하라"

스티글리츠 "규제완화 추진했던 자들이 달라졌다고?"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오바마노믹스)를 구체화시킬 경제팀은 다름아닌 현재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로 불리는 이른바 '루빈 사단'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오바마가 재무장관에 지목한 티머시 가이트너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으로 추대한 로런스 서머스 등이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루빈에 의해 키워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진보진영은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여야 하는지 고민할 정도로 당혹해하는 '독자 노선층'과 '루빈 사단'이 실패에 교훈을 얻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사람들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오바마가 최종 결정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를 버리지 않는 '비판적 지지층'으로 분열됐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프레시안

이와 관련, 오바마 당선자에게 경제자문을 해주는 4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자 존경받는 비판적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위장한 케인즈주의자들의 발호'를 경고하는 칼럼을 써 주목된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에 실린 'Getting bang for your buck(돈을 가치있게 쓰기)'라는 글에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시장근본주의보다는 케인즈주의가 훨씬 수지가 맞는다"면서 "오늘날 신케인즈주의식 노선은 특정 이익 세력를 위해 남용될 위험이 있다"고 일갈했다.

그의 이같은 지적은 '재앙자본주의'를 경고한 나오미 클라인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클라인은 시장 근본주의자들은 거품경제가 형성될 때는 자유방임을 설교하고, 거품이 꺼질 때는 큰 정부가 구해주는 동안 숨을 죽인 채 재앙을 자기들이 원하는 체제를 구축할 기회로 활용한다고 간파했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본적으로 케인즈주의자로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마찬가지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케인즈주의의 탈을 쓰고 다시 오바마 행정부에 복귀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 <편집자>

케인즈주의가 승리한 걸까?

현재 우리는 모두 케인즈주의자들이 됐다. 미국의 우익진영조차 대거 케인즈주의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외면받은 케인즈주의를 지지해온 사람들에게 이것은 승리의 순간이다.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이성과 증거의 승리가 도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규제받지 않는 시장은 자기교정 능력이 없으며,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경제이론은 오랫동안 설명해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일종의 '시장 근본주의'를 밀어부쳤다.

무엇보다 버락 오마바의 경제팀 일부도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추진했으며, 이런 정책들은 개발도상국에 엄청난 대가를 초래했다. 미국 등 선진경제국에도 이런 정책으로 인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어서야 깨달음의 순간이 왔다.

케인즈는 시장은 자기교정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경제침체 때는 통화정책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재정정책은 필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미국은 가계부채와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어 감세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1990년대 일본처럼). 지난 2월 미국 정부가 감세를 단행했을 때도 많은 부분이 저축으로 전환됐다.

부시 행정부에 의해 막대한 재정적자가 초래됐기 때문에 미국은 한 푼이라도 최대한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하도록 애를 써야 한다. 기술과 기반시설, 특히 친환경 분야에서 투자가 부족하며, 빈부격차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지출과 장기적 비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로 인해 세금과 지출 프로그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빈곤층에 대한 감세와 실업수당을 인상을 하면서 부자에 대한 세금 인상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경기부양과 재정적자 축소, 불평등 완화 등을 도모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출 삭감과 교육 지출 증가는 장단기 생산을 동시에 증가시키고, 재정적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

케인즈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했다. 유동성 함정은 통화당국이 경제활동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신용공급을 창출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대공황 때처럼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축소하고 은행들의 파산을 초래한 실책을 저질러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FRB에 쏟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써왔다.

하지만 금융업체들을 구제하는 것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신용의 흐름이며, 대공황 때 은행들의 파산이 중요한 이유는 은행들이 신용 평가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이었다. 은행들은 신용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극적으로 변했다. 미국의 많은 대형은행들은 '대출' 업무에서 '유통업'으로 바뀌었다. 자산 매매에 치중한 반면 리스크와 신용 평가는 무능력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런 역기능적인 금융업체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가 이미 투입됐다. 단기적인 기업운영과 과도한 리스크 감수를 부추기는 비정상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적 기여도와 너무 다른 사적 보상체계로 인해 탐욕이나 다름없는 자기이익 추구로 인해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주주조차 제대로 득을 보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구제금융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반면 금융업체들이 자금 대출과 신용 평가라는 본연의 업무를 하도록 지원하는 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의 연방정부는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채무와 리스크를 떠안았다. 재정정책 못지 않게 금융시스템 구제에 있어서도 '효용가치'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8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난 재정적자는 더욱 더 팽창할 것이다.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에 투입된 자금은 이자를 붙여 돌려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구제금융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금융시장이 지난 시기에 끊임없이 자행한 것과 똑같이 리스크를 엉터리로 평가하고 있다는 또다른 사례일 뿐이라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버냉키-폴슨 구제금융'의 조건은 납세자에게 불리한 것이며,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한 것은 놀라울 정도로 거의 없다.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특정이익에 봉사했다. 금융시장은 자본시장 자유화가 주는 기회를 잘 이용했다. 미국이 위험한 금융상품을 팔고, 전세계에서 투기를 일삼을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했더라도 금융업체들에게는 상당한 이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케인즈주의, 오용될 위험"

오늘날 특정 이익 세력를 위해 오용될 위험이 있는 것은 새로운 케인즈주의 노선이다. 지난 10년 동안 규제완화를 밀어부친 자들이 교훈을 얻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수조 달러의 구제금융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명분을 얻기 위해 겉만 바꾸는 개혁을 추진할 뿐인가?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전략의 변화만 있는 것인가.

어쨌든 오늘날 상황에서 케인즈주의적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시장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지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글로벌 금융체계를 개혁할 필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현재의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뿐 아니라 보다 안정되고, 보다 효율적이며 공평한 글로벌 경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궁극적인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은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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