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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글로벌 경제위기, 인플레이션 유발정책 필요"

"금융 부실, 공적자금만으로 메울 수 없어"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불황 때는 정상적인 경제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써야 한다는 '불황의 경제학' 이론을 역설한 데 이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난 3일 디플레이션이 닥쳐오고 있다는 경고과 함께 디플레이션이 안고 있는 '유동성 함정'을 벗어나려면 전통적인 통화정책과는 다른 '미친'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대 최고의 금융위기 전문가들로 꼽히는 이들의 주장이니 '너무 나간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일리가 있게 '미친'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미 크루그먼 교수는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걱정하지 말고 막대한 정부지출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영국 런던정경대의 윌렘 뷰이터 교수 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내년 중반까지는 어차피 제로 금리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하루빨리 금리를 0%로 낮춰야 유동성 함정 극복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국제금융 대가로 꼽히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이와 함께 뜨거운 논란을 제기할 또다른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국제금융의 대가로 정평을 얻고 있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영국의 <가디언>지에 실린 'Embracing Inflation'이라는 글(원문보기)을 통해 "생애 최대의 글로벌 경기침체는 독특한 처방을 요구한다"면서 "이번 위기와 싸우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직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3%대이지만,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제국들의 인플레이션율이 1%까지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디플레이션보다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점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제시했다.

"선제적 대처 못하면 유례없는 세계적 불황 닥칠 것"

그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2년 정도 인플레이션율을 6% 정도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부채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로고프도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시스템의 벙폐를 고쳐야 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금융업체들에게 자본을 투입하고,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들을 직접 지원하는 등 여러 대안을 면밀히 살펴볼수록, 인플레이션은 장애물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것임이 분명해진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5~6% 정도가 아니라 20~30%나 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오버슈팅할 위험이 있다. 다시 진정시키려고 해도 쉽지 않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미국은 인플레이션 진압을 위해 애를 먹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의 제안은 루비니 교수 못지 않게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해 심각한 진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완전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으며, 파국으로 가는 벼랑 끝에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들이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세계적인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세계 최대 은행들 대부분,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

로고프 교수가 이번 경제위기를 이처럼 심각하게 보는 주된 근거는 금융업체들의 부실에 있다.

그는 "세계 최대 은행들 대부분이 사실상 채무상환 불능 상태에 있다"면서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모기지 부실이 진행될수록 부실이 커진다는 것은 많은 은행들이 이미 인정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깊어질수록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부실, 신용카드 부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부실 등 '제2차 금융쓰나미'가 닥칠 것이 분명하며 이렇게 되면 금융업체들의 부실은 '밑빠진 독'이 된다는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씨티그룹에 대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은 결국 타당성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면서 "몇 조 달러에 달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시장을 포함해 고려할 때 금융시스템의 구멍은 너무 커서 납세자의 돈만으로 메울 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채권자들이 아니라 예금자들의 원금을 전액 보장하면서 더 많은 은행들이 파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고 고통스럽다. 인플레이션율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 쓴약을 좀 덜 쓰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함정 때 인플레이션 유발 어려운 이유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이를 사줄 돈을 마구 찍어내면 간단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 때문에 이들은 아예 '유동성 함정'이 어떻게 지속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지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조차도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는 없다. 외국에서 미국 국채를 매입해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돈을 찍어내는 순간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실종되면서 국채가격과 달러 가치 추락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짐바브웨 같이 무책임한 정권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을 때, 통화공급을 두 배로 늘린다고 인플레이션율이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공식이 현실화되려면 앞으로도 계속 통화량이 두 배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유동성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아무리 통화량을 늘려도 자금이 돌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가 회복되는 즉시 일본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한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98년 일본은행은 '무책임해질 것이라고 믿을만한 약속'을 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면서 "당시 그 조언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냉정한 경제분석에 따른 처방이었다"고 주장했다.

'무책임해질 것이라고 믿을만한 약속'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크루그먼 교수는 "일정 기간 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사전 약속' 등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깨달아야 할 중요한 점은 상당기간 우리는 정말로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라면서 "이 곳에서는 정책결정자들이 안전한 입장을 취하려는 시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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