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씨티그룹에 사상 최대 구제금융

사실상 3500억 달러 지원 불구, '숨겨진 부실' 우려 잔존

생사기로에 선 씨티그룹에 대해 미 정부가 단일 금융기관 사상 최대의 구제금융 방안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발표했다.

24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공동성명을 통해, 3060억 달러에 이르는 부실자산을 보증하고, 추가로 200억 달러의 자본을 확충하는 구제방안을 내놓았다.

씨티그룹이 지난달 받은 250억 달러의 자본 투입까지 포함할 경우, 무려 3500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이 제공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세계 106개국, 2억명에 이르는 고객 기반을 갖고 있는 씨티그룹을 파산하도록 내버려두기는 힘든 입장이다.

하지만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파산시켜 미국발 금융위기를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시켰던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에는 이처럼 신속하고 대대적인 구제금융을 제공하자 어떤 기준에 의해서 구제대상을 정하는지 일관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씨티그룹은 리먼브라더스와 달리 숨겨진 부실이 너무 많아 어차피 파산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1조 달러 넘는 장부 외 자산 등 부실 가능성 산재

씨티그룹의 자산은 장부에 등재돼 있지 않은 1조2300억 달러를 포함해 3조2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부실자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투자자들이 우려해 왔던 건 모기지 관련 자산 6670억 달러를 포함해,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1조2300억 달러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업체 중 제너럴모터스(GM) 등이 파산할 경우 동반 몰락할 운명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 타임스>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은행 등에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들이 파산할 경우 금융기관들의 손실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 빅3'에 관계된 직원들이 실업 등 고용불안에 시달릴 경우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부채 등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

자동차 3사의 직접 고용인원만도 24만명이며, 부품 업체 등 관련 업체의 고용인원은 모두 250만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향후 12개월 안에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 곳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이달 초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의 신용등급을 'CCC+'으로 하향 조정했다. 파산 등급인 `D`까지 4단계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등급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등급은 언제든지 또다시 내려갈 수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