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는 현지시각으로 1월 22일 북한의 광명성 3-2호 발사에 대해 추가 제재 결의(2087호)를 채택했다. 지난 20년간 5번째 결의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에는 북한 금융기관 감시 및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로켓 발사와 관련된 기관 6곳과 개인 4명을 제재 목록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추가적인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하면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 마크 리올 그랜트 유엔주재 영국대사(왼쪽)와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22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을 추가 제재하는 결의안에 표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북한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안보리 결의 채택 2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안보리 결의는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맹종맹동한 결과로 빚어진 산물"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결의 배격 및 철회 요구 △위성로켓 개발 및 발사 권리 지속적으로 행사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조선반도 비핵화"의 종말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물리적 대응조치 착수 등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북한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은 채, "(안보리 결의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나 책임감도 없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겁쟁이들의 비렬한 처사"라고 맹비난했는데, 이는 안보리 결의에 찬성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비핵화를 론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6자회담이나 양자 회담의 핵심 주제가 핵 문제가 아니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3차 핵실험 할까?
일단 관심의 초점은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여부이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핵실험 실시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작년부터 핵실험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번 성명에서도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질적 강화는 주로 추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능력 확보를 의미한다. 또한 양적 강화는 우라늄 농축을 가속화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게 될까? 특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김정은 체제가 핵탄두 소형화라는 기술적 필요와 함께 정치적 수요도 커졌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안보리 결의 자체를 자신의 주권에 대한 부정이자 도발이라고 여긴다. 유엔 안보리에 의해 위성 발사 권리가 박탈당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이 유일하다. 주권과 자존심을 가장 중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추가 핵실험 강행은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취할 수 있는 '북한식의 제재와 압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찬성한 중국을 간접적이지만 강력히 비난했다. 그리고 추가 핵실험 강행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과 자주 의지를 과시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관심은 중국이 안보리 결의에 찬성한 배경이다. 애초에 중국은 의장성명의 수준에서 타협하길 원했으나 막판에 한-미-일 3국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의 불응 시 미사일방어체제(MD)를 비롯한 한-미-일 3각 동맹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는 미국의 경고, 특사 파견을 통해 중국 정부에 관계 개선 의사를 전달한 박근혜 당선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화답,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 제고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북한의 내부 정치 역시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사상 최초로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북한은 이를 고(故)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실현하고 김정은 체제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비난하고 제재를 부과한 안보리 결의에 맞서 핵실험으로 응수하는 것이 체제 결속과 정당성을 대내적으로도 과시하는 유력한 방법이라고 믿을 공산이 크다.
평화협정 논의 제안으로 핵실험 막아야
만약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면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우선 핵실험 횟수가 늘어날수록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 확보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실험에 나서면 기존의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 방식의 핵폭탄 제조 능력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추가적인 로켓 발사나 핵실험 시 "중대한 조치"를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대북 제재와 고립화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또다시 '강 대 강의 대결' 상태가 도래하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크게 흔들리고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은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추가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켜나가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고와 압박, 그리고 제재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미 충분히 입증된 터다.
유력한 대안은 한-미-중 3국의 입장을 사전에 조율해 북한에 담대한 제안을 내놓는 것이다. 제안의 핵심적인 요지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포럼을 조속히 동시에 개최하자는 것이다. 평화포럼 개최는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이자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예방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대북 제안에 북한의 추가적인 로켓 발사 중지를 조건으로 북한의 위성 발사를 제3자가 대신해주는 방안을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러한 제안을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발표하는 것도 좋고 인수위나 중국 정부가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을 제안하고 주도할 당사자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쪼록 박 당선인이 20년간 지겹도록 반복되어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패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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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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