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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이제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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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인권, 이제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1>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Global Issue)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인권 문제는 국제정치 영역에서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북한인권 문제는 심심치 않게 뉴스의 소재가 되고 있다. 2013년 벽두부터 미국 상하 양원이 탈북 어린이들의 구호를 위한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North Korean Child Welfare Act of 2012)'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북한인권은 이렇게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다.

북한인권, 무엇이 문제인가?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 북한인권 문제는 사실 국제적으로도 관심권 밖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초부터 식량난이 극심해지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북한주민들은 1995년부터 목숨을 걸고 탈북했고, 주로 접경국가인 중국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북한의 인권 열악상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비로소 북한인권이 국제적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인권실상이 알려지면서 그 이후 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권이 가장 심하게 유린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인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의 부재, 식량난으로 인한 생존권 위협 등 인권 문제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만큼 국제사회와 '불통(不通)'인 국가가 그 어디에 또 있을까? 북한주민들에게는 인권 개념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1948년 9월 9일 정권 수립 이후 국제사회와 단절된 '폐쇄사회'이기에, 북한주민들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인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기 내부에 '인권문제'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북한 '안'으로부터 제기되거나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가부장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독특한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개인의 인권은 집단의 권리나 국권의 하위 개념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북한은 주민의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정치적 여유나 자신감 이전에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도 없는 실정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북한 '밖'의 움직임

북한은 인권에 관한 한 절해고도와 같은 곳이고, 당장 출로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인권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북한주민의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뿐 아니라, 굶는 아동과 주민들은 계속 늘어 날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북한 '밖'의 국제사회가 우리 한국보다 먼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유엔과 유럽연합의 국가들, 그리고 미국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법적 조치에 주력하는 나라도 있고, 인도적 지원과 인권대화를 병행하는 나라들도 있다.

만성적 식량부족과 극심한 자연재해로 북한의 식량위기가 가중되자 유엔은 1995년 유엔인도지원국(UNDHA)을 통해 대북 긴급지원을 시작했고, 1997년에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포함한 경제지원을 계속하면서 북한과 인권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적극 참여하는 등 대북한 인권 압력도 병행해 왔다. 미국은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상하 양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후 계속 효력을 연장시키면서, 최근에는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North Korean Child Welfare Act of 2012)'을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북한 때리기'로 판단하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인권 문제 제기에 있어 힘의 논리가 아닌 인도적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유럽연합의 대북한 인권정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인도적 지원의 양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한 인권정책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접근방식에 따른 대응유형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인권을 개선하는 데 있어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유엔, 유럽연합, 미국의 북한인권 문제 접근방식과 지향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한국 내 사정은 어떤가.

북한인권, 동네북? 뜨거운 감자?

유엔과 유럽연합이 대북 인권활동을 하고, 미국 의회가 탈북아동의 인권문제에 대해서까지 구체적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할 때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영유아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군사정권하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로 인권 문제를 둘러싼 남북의 입장이 역전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한국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권의 보편성과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한국정부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변화시키기보다 상호간 체제 이질성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북한의 반발만을 불러 일으켰다. 북한은 인권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이자 자신의 체제를 비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수단화되어 그 본질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한편, 우리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북한인권 문제를 놓고 이념갈등이 커진 면도 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갈등을 극복하고 한 목소리로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되었다.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9년째 표류하고 있다. 2005년 8월 북한인권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여야의 상반된 입장으로 법제화되지 못하고 말뿐인 생색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북한주민들의 원망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방관과 무관심에 북한 동포들이 얼마나 좌절하고 비통해 할 것인가?

북한주민들은 우리의 동포다.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포애도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제3국인들이 볼 때는 남북 모두가 KOREAN들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부모형제가 이산가족이라는 명찰을 달고 남북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통일 후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한국 내 남남갈등이다. 소위 보수층에게 북한인권 문제는 그저 두들겨 패기만 하면 되는 '동네북'처럼 되어 있고, 진보층에게는 손대기가 난처한 '뜨거운 감자'처럼 되어 있다. 그동안 한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보수층이 유독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들이 과연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반면 진보층의 대다수는 북한인권에 대해서 될 수 있으면 목소리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역할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인권이 지닌 보편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沒理解)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제기하는 것이 도리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선생이 일찍이, '진실은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지금은 소수만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다수가 동참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북한인권과 종북컴플렉스

우선, '종북컴플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를 '종북'이니 '반북'이니 하는 논쟁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북한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 문제는 이념논쟁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 나가야 한다. 보수진영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고, 진보진영은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진보진영이 사랑하는 게 북한정권이 아닌 북한주민이라면 그들의 곤궁한 상태를 고려한 인권 보호와 인권 개선 조치를 북한에게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권리는 고사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사안이나 이념논쟁과 결부시키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보수와 진보의 종북 논쟁으로부터 북한인권 문제를 분리시킴으로써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체면치례용이 되거나,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인권은 동포의 인권이라는 대의(大義) 아래 시급한 사안부터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북한당국과 대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그것대로 추진하면서 북한주민의 억압당한 인권을 개선하는 노력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입으로 정의를 말하면서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은 진정한 보수,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북한인권 상황 개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필자 소개

▲ 황재옥 박사
황재옥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의 정치·사회문제, 특히 인권문제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통일연구원 정책자문위원, 휴먼아시아 이사 등으로 활동해왔다. 1년 반 동안 미국 아이오와(Iowa)대학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는 북한의 기아(飢餓)문제에 대한 번역서도 출간했다. 최근 북한 인권문제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문제, 원인과 해법>이란 저서를 펴냈다. 현재 (사)평화협력원 인권·평화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재)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 (사)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사)한반도평화포럼 운영위원 등 북한 및 통일관련 단체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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