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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북한인권, 압박하면 해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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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북한인권, 압박하면 해결되나?

[화제의 책] 황재옥의 <북한 인권문제, 원인과 해법>

"북한 인권문제는 그 발생원인과 북한 인권정책의 구조적 문제점부터 규명한 다음 거기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마치 의사가 증상에 대해서 대증요법을 쓰기보다는 환자의 병력과 체질부터 파악하고 증상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해야 하듯이 북한 인권문제를 연구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 인권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였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었다. 김정일 정권의 배급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면서, 배급제에만 의존했던 주민들은 당장의 먹고 사는 것에 문제가 생겼고 견디다 못한 일부 주민들은 살기 위한 탈출을 감행했다. 이후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북한 인권문제는 세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2년 현재, 여전히 북한 인권문제는 세계의 '관심사'에만 머무른 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 원인과 해법>의 저자 황재옥 박사는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기존의 방식이 외재적 접근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황 박사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적 인권개념 자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북한을 두고 북한 정권의 부도덕성과 비인도성을 고발하거나, 북한 인권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동향을 근거로 대북제재와 압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식의 접근 방법은 북한의 강한 반발만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또 북한은 국외에서 자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체제전복 전략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면 북한은 극렬한 저항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되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황재옥 박사는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내재적 접근, 즉 북한 내부에서 인권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들과 인권단체가 제기했던 북한 '바깥'에서의 문제 제기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북한 '안'의 문제점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의하는 '인권'이란

저자는 북한에서 통용되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서구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마르크스 인권론에 입각하여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인권의식이 있다. 계급투쟁을 통해 인간 해방이 이뤄져야 비로소 진정한 인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집단주의적이고 계급론적인 인권의식을 기본으로 한다. 또 북한은 여기에 문화상대주의를 이용, 서구 전통의 인권개념을 타 문화권에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 <북한 인권문제, 원인과 해법> (황재옥 지음, 선인 펴냄) ⓒ도서출판 선인
그런데 여기에 북한이 가진 또 하나의 특수성이 있다. 저자는 북한이 주체사상과 혁명적 수령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과 사회주의 대가정론 등을 토대로 유교적이면서 집단주의적인 정치 문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수령-당-인민대중'이 하나라는 삼위일체적 인권인식을 정립함에 따라 '개인'개념이 설 자리가 없게 됐고, 따라서 '개인'중심의 서구적 인권개념이나 인권의식도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무한 북한 상황에서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가 지적했듯이 외부의 시각에 입각한 압박이나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제기했던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북한의 반발만을 불러온 것이 이러한 증거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북한 인권문제 온도 차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기하는 북한 인권문제와 그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저자는 북한은 유럽연합을 비롯한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할 때는 유연한 접근을 취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유럽연합이 인도적 지원과 인권문제 제기를 병행하는 경우에 인권과 관련한 대화를 수용하거나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럽연합이 대북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유럽연합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유럽연합과 관계를 개선하면 시급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고,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적은 것도 매력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정치적 자유권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필요할 때 이를 빌미로 북한에 압박을 넣기도 한다. 따라서 북한 역시 이러한 미국의 북한 인권문제제기를 체제전복 전략으로 규정하면서 극렬하게 저항하고 반발했던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대북 인권압박을 북한이 체제안보 차원에서 대응하는 한 미국식 접근 방법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병행해야

저자는 기존의 북한 인권문제제기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례에서 새로운 대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중국 역시 1970년대 말까지는 오늘날 북한과 다름없는 인권인식을 갖고 있었고, 외부에 대한 대응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중국에도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개인 우상화가 있었고 유교적이고 집단적인 정치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10년이 지나면서 중국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했고 인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차츰 해결됐다. 이후 1991년부터는 중국정부가 자진해서 <중국인권백서>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즉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개인 우상화가 불가능해졌고, 집단주의 정치문화를 바꾸면서 '개인'의 개념이 자리 잡혀갔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생존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중국이 장애인들의 권리까지 국가적으로 보장하게 된 것에 주목한다. 이것이 경제발전과 사회개방에 따라 정치적 권리 개념이 신장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외부 시각의 문제 제기는 계속하더라도 인권 개선을 할 수밖에 없는 북한 내부적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인권 문제는 인권의 당위성에 비춰봤을 때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저자는 북한 인권문제제기에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와 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비춰볼 때 우리가 제3국처럼 당위성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 북한의 주민들도 언젠가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국민이기 때문에 북한의 인권을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당위성'과 '실효성'을 함께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저자는 북한에 개혁개방이 가능한 상황을 조성해 주고 이를 통해 경제발전이 일어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해결되어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사례처럼 생존권이 해결되면 집단주의적 정치문화가 바뀔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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