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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와 리먼브라더스는 다르다?

[해외시각] "FRB의 결정은 정실자본주의의 소산"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구제금융 요청은 거부하고, 세계 최대의 보험업체 AIG에게는 850억 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명분은 '미국 정부와 납세자를 위해서'다. 이번 결정은 AIG가 파산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리먼브라더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금융업계의 협박과도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계를 대변하는 전문가들은 AIG의 파산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금융시장의 종말을 부를 정도의 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AIG는 사실상 전세계 모든 금융기관들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은 채 급성장한 신용부도스왑(CDS) 시장의 최대 큰손이기 때문에 비록 민간업체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구제해줄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대마불사' 케이스라는 것이다.

CDS가 뭐길래...

CDS는 채권이 부도났을 때 투자금을 돌려받을수 있는 '파생상품' 보험으로 현재 시장 규모가 6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IG는 그중 4410억 달러의 CDS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 AIG에 대한 FRB의 구제금융 결정은 원칙없는 정실자본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AIG의 CDS 보험 대상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뿐 아니라 MMF(머니마켓펀드)도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MF는 상업은행들이 우량 채권에 단기투자해 수익을 올리려고 자산의 상당부분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이때문에 AIG의 파산은 금융권 전체에 큰 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지급불능의 위기'로 진단하는 진보진영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상당한 전제조건이 따르지 않는 한 FRB의 AIG 구제금융 결정은 '정실자본주의'와 '정경유착'의 소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성토하고 있다.(☞관련 기사:스티글리츠 "美금융위기는 위선의 산물")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원칙도 포기한 채 구제를 한다고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지급불능의 위기'로 치닫는 대형 및 중소업체들이 즐비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업계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업체 등을 비롯해 실물 경제를 떠받치는 대형 제조업체들도 이미 살생부에 거론되고 있다.

이때문에 AIG에 대한 FRB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업계 측에서도 리먼브라더스는 버리고, AIG에게는 손을 내미는 FRB의 일관성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특히 유럽 정치경제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런던정경대(LSE) 교수 윌럼 뷰이터(Willem Buiter)는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Should AIG be funded by the Fed?'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AIG에 대한 FRB의 지원에 따르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AIG는 연방 차원의 규제 대상도 아니라고?

우선 AIG는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FRB 등 은행감독 대상이 아니다. 미국의 보험업체는 연방 차원이 아니라 주 정부 차원의 규제를 받는 업종에 속한다.

뷰이터는 "파산할 경우 전세계적인 타격을 줄 정도의 금융업체가 뉴욕 주의 몇몇 지방관리들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니, AIG가 알래스카에 등록된 업체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느껴야 하나"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FRB가 특정 보험업체에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AIG가 파산 위기에 몰린 이유는 정상적인 보험계약들이 주변의 상황악화로 부실화된 때문이 아니라, 각종 파생상품 계약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다가 엄청난 부실이 발생한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다. 따라서 미국이 내세우는 시장원리에 따른다면, 연방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만일 세계적인 보험업체인 AIG가 계약자들의 자금으로 그토록 방만한 투기를 일삼은 것을 그동안 방기해왔다면, 이는 규제를 피하려는 AIG의 로비에 FRB가 무력화됐다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이때문에 뷰이터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가 AIG 파산이 초래할 시스템 리스크에 책임을 느껴 개입한다면, AIG에 대해 징벌적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면서 "경영진과 주주는 물론 채권자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경제는 부자와 특수관계자 위한 사회주의"

뷰이터 교수는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묻지 않고, AIG에 대한 FRB의 지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도 없이 이뤄진다면, 미국의 정치경제는 정실자본주의와 부자와 특수관계자들에 대한 사회주의 체제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논객 존 잰슨도 AIG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이 납세자를 위해서라는 FRB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납세자를 위해 좋은 조치가 되려면, 어디까지나 민간 영역의 거래여야 했다"면서 "FRB가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사기업도 이런 대출이 신중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한 민간기업인 AIG의 채권은 최근 몇 푼이면 살 수 있었는데, 그 채권을 계속 들고 있었던 자들은 횡재를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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