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GM 등 기업 부실로 이어지나

정부 "'리먼 파산'으로 불확실성 사라졌다"지만…

이명박 정부가 16일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포함한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낙관적 전망을 발표했다.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이 축소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차단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위기 대처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증권시장에서는 JP모건의 베어스탠스 인수, 패니메ㆍ프래디맥 사태에 이어 리먼브러더스 파산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 금융위기에 대해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리먼의 파산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게 아니라 미국 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의 파산 위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먼 사태 중장기적으로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주말 이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 AIG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리먼 사태가 파산신청으로 일단락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팽배한 불안전성을 빨리 제거해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장 불안과 신용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7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유동성 공급을 발표한 것도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차관은 또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총 해외자산의 규모는 615억 달러로 전체 보유자산의 3%에 불과하다"며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IG의 경우도 국내 지점은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어 보험계약자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또 "최근 신용기반 거래인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해 향후 외화 공모채 발행에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나 국내 은행들의 외화건전성이 양호해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단기간에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CDS는 회사채 신용등급간 금리격차로 스프레드가 급등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마지막, 한계 기업 부실 문제 대두"
  
  정부의 이같은 낙관적 전망과 달리 증권업계에서는 리먼 쇼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더 심각하게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미국발 금융위기와 한국금융위기와의 차이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5대 투자은행 중 3개(베어스탠스,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가 부실 및 디폴트 위기에 노출된 것은 시장의 관점에서 분명 위기의 정점일 수 있지만 부실의 전이 과정으로 본다면 후속타 즉, 여타 금융권과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리증권은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을 통해 미국 내 금융위기가 완화되더라도 신용경색 상황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서 통상 금융위기의 마지막에 노출되는 한계기업의 부실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내에서도 이번 신용위기로 금융위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렸지만 GM 등 투기 등급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리스크는 오히려 연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금융위기의 불똥이 가장 먼저 현재 엄청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자동차 업계로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증권은 "경험적으로 금융위기의 정점은 금융부실보다는 그 후속타격인 한계기업 중심의 부도율이 정점에 도달할 때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SK 증권도 "그동안 시장의 불안요인이었던 리먼과 메릴린치 문제가 처리됨에 따라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SK증권 김준기 연구원은 "리먼과 같이 파산 상태에 있는 금융기관은 워싱턴 뮤추얼, AIG가 있고 아멕스도 CDS 스프레드가 지난 3월 고점을 돌파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주가는 신저점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여기에 GM과 포드도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는 지난 15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로이터 오토 서밋'에서 미 의회에 250억 달러의 자동차 구제기금을 승인을 요청하는 등 어려운 경영 상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