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연세대 의대 정태섭 교수입니다. 정태섭 교수는 1954년 부산 출생으로 7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97년 인제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89년부터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병원 교환교수로도 활동했습니다. 현재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핵의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X선을 이용한 방사선 영상 예술을 선보여 과학, 의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힘쓰고 있습니다.
박인규 :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의학과라면 저희들은 주로 X선 사진을 판독하는 일을 주로 하시는 의사로 알고 있는데요 정 교수님 명함에는 X레이 아티스트, 방사선 영상작가라는 타이틀이 있다고요. 어떻게 해서 의사분이 예술에까지 진출하게 되셨는지 궁금한데요.
정태섭 : 제 전공이 X레이 촬영을 해서 우리 몸속의 질병을 진단하는 게 진단해 보면ㅁ 이성 지성만 너무 강조하다 보니 차가워집니다. 따뜻하고 정감있게 접근할 방법 없을까 아름다운 자연의 물건이 많았습니다. 아주 예쁜 자연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합성하고 편집하다 보니 재밌는 예술이 되더라고요. 영상예술이라고 임의적으로 넣어 봤습니다.
박인규 : 부러졌는지 안 부러졌는지 뼈만 보인다고 알고 있는데 뼈 외에 다른 것도 찍을 수 있는 모양이죠?
정태섭 : 뼈를 다치거나 가슴에 폐가 X레이의 세기 조건을 조정하면 더 얇은 것도 찍을 수 있습니다. 유방이 주로 연조직만 있잖아요. 얇게 해서 찍잖아요. 조직까지 잘 보게 됩니다.
박인규 : 엑스레이 영상예술에 도전하게 되신 겁니까?
정태섭 : 갑자기 만든 건 아닙니다. 미국에 갔다가 국내에 돌아오니까 당시는 교수라면 매일 연구하고 밤 새고 논문 쓰는 게 일이거든요. 가면 아이들이 아버지 보고 섭섭하게 모른 듯이 쳐다봐요. 가장으로서 입장이 곤란해서 우리 가족한테 아버지 가장의 입장으로 전공 취미가 있고 구성원의 역할로 가족사진 한 번 찍어 보겠느냐 단란하게 큰 X레이 사진을 찍어보겠냐 해서 다 따라왔어요. 몸을 제일 크게 찍는 사진이 있습니다. 네 명이 단란하게 앉아서 해골 머리가 달랑달랑 나오더라고요.
박인규 : 가족사진을 병원 X레이로 찍으신 거군요
정태섭 : 전공을 살려서 해골 가족사진으로
박인규 : 가족사진이 이른ㄹ바 X레이 영상으로 최초인가요?
정태섭 : 의도하는 바를 사진에 넣고 예술성이나 감성을 넣은 게 아마 처음이 될 겁니다
박인규 : 뼈만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정태섭 : 맞습니다. 뼈만 나왔지만, 한 가족이 동시 한 장의 사진에 나오는 건 흔치 않을 겁니다. 또 거기서 가족들이 우리 가족 구성원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죠
박인규 : 가족들이 좋아하시던가요?
정태섭 : 제일 처음 가족들은 너무 신기하다고 좋아서 쫓아왔는데 그게 보도에 나갔어요. 그러니까 가족들이 너무 엽기적이다, 친구한테 그런 말도 듣고 집사람도 혐오스럽단 말 듣고 나니 그 다음부터 잘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박인규 : 어쨌든 그래도 아버님의 전공을 가지고 가족들이 한 데 모여 찍었으니 그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지금 가족사진을 시작으로 X선 예술작품을 만들고 계신데 실제로 작업을 어떻게 하십니까?
정태섭 : 요즘은 기계가 많이 개발됐습니다. 팩스라는 시스템을 쓰는데 컴퓨터 시스템을 씁니다. X레이를 찍으면 예전에는 필름이었지만 요즘은 컴퓨터 파일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꽃이나 장미를 많이 찍는데 장미를 찍고 나면 파일을 받아서 제 방 노트북에서 컴퓨터 작업을 합니다. 그때 주로 포토샵에서, 흔히 뽀샵한다는 그 작업을 하죠. 컬러도 넣고 콘트라스트도 맞추고 크기고 조절하고 편집도 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X선 촬영을 하면 우리가 알기론 흑백사진이 나오는데 여러 가지 색깔을 입히는 건 그때부터 창작의 영역에 들어가는군요. 색깔을 입히거나 모양을 만들어서
정태섭 : 그냥 X레이를 찍으면 흑백, 밀도에 따른 영상만 나오지만 그게 크기가 다 다른 걸 여러 개 합쳐서 제가 의도하는 감성의 영역으로 만드는 게 제 나름대로의 창작작업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처음에는 가족사진으로 시작하셨는데 주로 작품의 대상이 되는 건 사람들입니까 어떤 겁니까?
정태섭 : 처음엔 가족을 데리고 찍었는데 재밌는 느낌을 받으니까 똑같은 필름을 보더라 다른 의사들은 잘 못 느끼는데 저는 하트모양이 발견된다든지 나비모양도 보이고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이 감성을 느낄 때는 훨씬 보는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재밌는 영상이 나왔다고 발표도 하고. 그러다 보니 참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환자는 아픈데 당신은 즐거워하느냐, 약간 이율배반적이죠. 그러니까 환자들에게 제가 이야기할 때는 그렇게 눈에 잘 띄는 환부를 찾아내니까 당신은 조기발견된 거 아니냐. 병이 눈에 잘 띄는 모양으로 보여서 당신을 빨리 진단 치료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 저는 그렇게 봅니다.
박인규 : 생각하기 나름이군요.
정태섭 : 그럼요. 눈에 잘 띄어야 잘 진단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젊은 나이에 요절한 기형도 시인, 이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 또는 항일 시인인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도 작품으로 만드셨다고 해요.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정태섭 : 2006년도 가을입니다. 집에서 TV를 보는데 KBS TV문학관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소개하면서 죽 방송이 나왔거든요. 보는데 뭔가 섬칫한 느낌이 가슴에 확 다가오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 볼까, 도저히 이건 상상력으로 표현되는 것이 그림을 그려서도 안 되고 사진도 안 나오잖아요.
박인규 : 입 속에 들어가 있으니 사진으로 안 되는 거죠
정태섭 : 그래서, 아 이건 엑스레이로 표현할 수 있다.
박인규 : 투시가 되니까
정태섭 : 맞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자고 있었어요. 혹시 브로치 중에 잎 모양으로 된 쇠로 만든 브로치가 있느냐. 그랬더니 자다가 웬 자는 마당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있느냐 그러더니 하나 찾아주더군요. 그걸 들고 얼른 다음날 병원에서 제 입 속에 물고 찍어 봤습니다. 엑스레이 찍으니까 머릿속에 까만 입속의 까만 잎의 모양이 나오는 거죠
박인규 : 아까도 장미꽃잎이 찍힌다고 하셨습니다만 청포도도 X선으로 표현 가능한가요?
정태섭 : 네. 그런데 청포도도 시기가 문제더라고요. 우리가 한참 잘 먹는 동글동글한 포도를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어느 날 포도를 찍어 보니까 모양이 예쁘지 않아요. 청포도 모양이 아니에요. 길쭉하잖아요. 그 청포도 구한다고 열심히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찍어 놓고 보니 모양이 완전히 다르고 감각이 다르더라고요
박인규 : X선으로도 사람 몸을 진단하긴 하지만 그 외에 MRI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MRI로도 작품활동을 하십니까?
정태섭 : 같이 하고 있습니다. X선은 우리가 가슴사진이나 복부를 찍을 때뿐만 아니라, CT도 X선을 이용하거든요. MRI는 자기장을 이용하니까 우리 몸에 해로운 건 없습니다. 대신 MRI를 찍으면 물체의 화학적 구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과일을 찍으면 더 희게 나온다든지 그러면 아주 당분이 많고 잘 성숙되는 걸 알 수 있고,MRI를 찍으면 아주 독특한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똑같은 과일을 X선으로 찍을 때와 MRI로 찍을 때 다르게 나타나겠지요. 어떻게 다르게 나타납니까?
정태섭 : X선은 우리 물질 중에 있는 밀도나 구조에 따라 영상이 나옵니다. X선이 흡수되는 비율에 따라서 영상이 나오죠.
박인규 : 물리적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군요
정태섭 : 맞습니다. 그러나 MRI는 주로의 수분 함유량에 따라 영상이 달라지니까 영상의 비율, 모양이 다르게 나오죠
박인규 : X선으로 예술작품을 하는 사람들이 혹시 국내에 또 있습니까?
정태섭 : 제가 2006년도에 시작하고 나니 최근에 한두 분이 새로 시작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아마 국내에서는 제가 제일 처음 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100년 전에 뢴트겐 선생님이 X레이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 중에 간간이 꽃을 찍어본다든지 그런 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디지털화해서 편집하고 합성하는 분은 아직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X레이 아트의 창시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태섭 : 그러면 좀 염치 없고요.
박인규 : 남들이 안 하는 걸 처음 시작하시다 보니 작품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정태섭 : 맞습니다. 선배나 동료가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게 잘 찍히는지 어떤 모양새가 좋은지 미리 알고 배울 수도 있지만 저 혼자 해야 되니까 주말 되면 항상 꽃집에서 꽃을 다 사와서 찍어보고 제 주변에 있는 거 다 찍어보고 손도 머리도 찍어봅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찍어보고 잘 찍히는지 알아봐야 되니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실제로 작품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사는 것부터 만들 때까지 전 과정을 혼자 다 하십니까?
정태섭 : 요즘은 꽃집에서 꽃 사는 것부터 촬영, 포토샵 작업부터 해서 충무로 가서 인화작업까지 혼자 다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개라도 남의 손을 빌리면 전체가 제 노하우가 되지 않거든요. 전 작업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작품 하나 만드시는 데 시간 얼마나 걸리세요?
정태섭 : 작은 소품은 일주일이면 끝납니다. 그러나 좀 큰 작품 100호 이상은 한 달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작품 만드는 데도 제일 중요한 게 어떤 작품을 만들까 구상하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구상 단계가 힘들고 실제로 만드는 건 시간이 덜 걸리고
정태섭 : 구상을 잘 해야 그 다음에 작품이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X레이 아트 하시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다면서요. 분재건에 얽힌 얘기도 있던데
정태섭 : 맞습니다. 제일 처음 X선으로 영상을 만들 때 집 앞에 작은 분재원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분재를 보니 예뻐요. 그래서 몇 년 됐냐고 물어보니까 30년 됐다고 30만원 달래요. 그래서 30만원 주고 샀어요. 사가지고 와서 CT를 찍어 봤거든요. 그러니까 나이테가 잘 보입니다. 나이테가 하나하나 구별되거든요. 그런데 12살이에요. 나이테가 12개 밖에 없어요. 그래서 사진을 들고 분재원에 다시 가서 이 나무가 틀림없는데 해준 것도 자른 것도 없는데 CT 찍어보니 12살이다. 물러 달라고 해서 18만원 물어 줬어요
박인규 : CT가 아주실용적인 목적으로 쓸 수 있네요
정태섭 : 그럼요. 지금 나무의 나이를 알 때 대개 구멍을 뚫어서 파내는데 CT를 찍으면 나이테를 보고 금방 나이를 확인할 수 있죠
박인규 : 혹시 X레이 영상, 예술작품으로 전시회를 하신 적이 있습니까?
정태섭 : 예. 작년 3월 5월에 두 번 단체전을 했습니다. 일반 작가들에 껴서 제가 초대돼서 한 겁니다.
박인규 : 단독으로 하신 건 언제세요?
정태섭 : 올해 1월에 개인전을 단독으로 열었습니다. 양평에 있는 닥터박갤러리에서 3주 간 했는데 거의 5천 명 이상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정태섭 :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한 큰 그룹은 참 독특하고 재밌는 발상이다, 이런 장르가 앞으로 많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아주 극찬하시는 분도 있고. 또 한쪽에선 너무 엽기적이고 혐오스럽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귀가 한쪽으로 약간 치우쳐서 좋은 것만 잘 듣습니다.
박인규 : 긍정적인 쪽으로. 우리가 X선을 많이 찍으면 방사선에 피폭되는 거니까 몸에 안 좋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직접 이걸 찍으시는 교수님은 그런 건강상 문제는 없나요
정태섭 : 우리가 자연상태에서 자연방사선을 가슴사진 2,30장 정도를 자연에서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래 X레이, 방사선을 피해서 동굴에 숨어 있어도 자연방사선을 자연에서 받고 있거든요. 인류가 발전할 수 있는 것도 자연방사선이 큰 역할을 해서 DNA가 진화한 겁니다. 인류는 기본적으로 방사선에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지거나 원자로 사고의 여러 가지 경험을 봐서는 불필요한 방사선은 가급적 피하는 게 낫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정 교수님 같은 경우는 하시는 일이 X선이나 MRI나 기기가 있는 병원에서 하시니까 언제든지 찍으실 텐데, 혹시 이 방송 들으시고 X선예술 괜찮은 것 같은데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분들은 장비가 없으면 못하는 거 아닙니까.
정태섭 : 물론입니다. 예술이라는 게 자기가 차별화 할 수 있는 영역을 가져야 하거든요. 또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는 있습니다. 그 분들도 자기 자녀분이 의과대학 다니고 의사가 되면 얼마든지 할 수는 있죠. 자기 창작영역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 노력하는 분야가 달라야 되겠지요
박인규 : 아주 사소한 질문인 것 같지만 제가 알기로는 엑스선 CT나 MRI 한 번 찍으려면 몇 십만 원 나오거든요. 교수님이 창작활동을 위해서 병원의 장비를 쓰시면 비용은 안 내십니까
정태섭 : 그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병원의 기계가 항상 그대로 사용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점검을 받아야 됩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성능이 좋은지 확인하는 정기점검 기간이 있거든요. 그때 딱딱한 물체보다는 꽃을 찍는다든지 인체를 찍는다든지 그런 방법을 쓸 수도 있죠. 또 이렇게 찍고 난 좋은 작품들은 병원에 기증해서 환자들과 학생들도 볼 수 있게 기증합니다.
박인규 : 직접 비용은 안 내시지만 작품으로 보상하시는군요.
개인 전시회를 올해 한 번 하셨는데 앞으로 X선 영상예술로 어떤 걸 표현하고 싶으신지 작품활동 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정태섭 : 올해까지는 아마 작품전을 열기 위해서 다급해서 있는 그대로 서둘러 만든 게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 내면의 예술성을 어느 정도 하나의 창작분야를 만들어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 그렇게 특히 X선 영상이 갖는 특징은 투과해서 만드는 영상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반음영으로 나오는 신비로운 영상이거든요. 그런 특성을 살려서 하 분야를 계속 다듬어갈 예정입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입 속의 검은 잎 사진이 어떻게 보면 X선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인 것 같은데, 앞으로도 참신한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 교수님은 X선 영상예술 말고도 취미활동이 다양하시다고 들었습니다. 20가지 된다고 하던데요
정태섭 : 이리 저리 하다 보니 스무가지 정도 되는데 어떻게 보면 어려서부터 쭉 하던 게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선친께서 어릴 때 저보고 어떻게 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식의 교육을 시키셨던 것 같아요.
박인규 : 혹시 선친도 의사셨나요?
정태섭 : 아니오. 교육자신데 공업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거든요. 어려서부터 다 빈치를 워낙 좋아하셨습니다. 저도 뭘 만들고 수집 정리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취미가 한 20여 가지 정도 됩니다.
박인규 : 20가지를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게 있다면, 제가 언론보도를 보니 대학 다닐 때는 앰프를 조립해서 파신 것만 해도 20개 된다던데
정태섭 : 오늘 소개해 드린 방사선 영상작품도 물론 한 취미가 되고,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천체망원경을 만들었습니다. 만들다 보니 그게 연결돼서 요즘 와서 천체관측을 하는데 나이가 드니까 저 혼자 즐기는 건 무리가 있어서 병원의 어린이 환자들, 지역 주민 중 청소년, 모으면 천 명 정도 됩니다. 모아서 별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취미생활하고 있습니다. 또 어렸을 땐 한국 화폐 수집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외국 화폐를 모으는데 그 중에 과학자 얼굴 나오는 화폐만 수집합니다. 최근에 장영실 지폐에 과학자 얼굴 올리기 운동 있었죠. 제가 하던 운동이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안 됐죠?
정태섭 : 어떻게 보면 7,8년 후 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거 아닙니까?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100년 전에 X레이 기계, 우리나라에 X선이 들어온 게 1917년이거든요. 그 전의 기계를 수집해서 우리나라 과학의 연속성을 만들어 준다든지, 또 우리나라 현미경이 옛날 것이 안 들어와 있는데 그런 것도 수집해 와야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진을 많이들 좋아하고 취미로 가지시는데 사진이 특허 받은 게 1839년입니다. 그때부터 1890년도까지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가 별로 안 들어와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떤 특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태섭 : 필름 만드는 법이요. 그걸 만든 게 1839년이거든요. 그때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1890년도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습니다.
박인규 : 1839년부터 180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 사진이 없었다는 건가요?
정태섭 : 없었죠. 외국에서 그때 처음 들어와 찍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사진이 보급된 거죠
박인규 : 정말 다양한 취미를 갖고 계신데, 우선 궁금한 건 의사생활도 별로 시간이 많이 남는 직업은 아니고, 또 비용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시간이나 비용은 어떻게, 짬을 내시는 겁니까?
정태섭 : 전에 시간이 모자랄 때는 집이 멀어서 출퇴근 시간이 많이 소모됐습니다. 그래서 집을 걸어서 5분 정도에 다닐 수 있는 병원 가까운 데로 이사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병원에 안방 식으로 들락날락하며 일할 수도 있고 주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또 경비는 일부는 제가 전에 앰프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창작품 만들어서 파기도 하고, 일부는 제가 사고 나면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10만원이면 만원 줬다고 말하면 아무 소리 없습니다
박인규 : 본인만의 취미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시면 가족들도 안 좋아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정태섭 : 그래서 가족들을 동참시키는 방법을 많이 동원합니다. 그 중 하나가, 별보기 운동도 처음에는 우리 가족이 사회에 뭔가 이바지하는 행사로 만들어서, 처음에는 가족들이 다 왔습니다.
박인규 : 취미활동에 가족들을 끌어들이는 거군요. 그런데 천체관측 같은 건 한 천 명이 모여서 한다는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서울에서도 가능합니까? 밝아서 안 보일 것 같은데 어디서 하세요?
정태섭 : 영동 세브란스 병원 야외 주차장에서 하는데요, 밤이 밝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별은, 달도 별이고요, 그 다음 목성, 토성이 서울시내에서 잘 보입니다.
박인규 : 우리가 잘 볼 수 있는 걸 보시는군요
정태섭 : 맞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기억에 잘 남는 목성 토성 그런 걸 봐야 자극을 잘 받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주변에 띠가 있는 게, 토성이 그런가요?
정태섭 : 목성은 갈릴레오 혜성이라고 별이 네 개 보이죠
박인규 : 우리가 서울 시내에서 망원경으로 봐도 잘 보입니까?
정태섭 : 네 4인치 반사망원경 정도면 잘 보입니다.
박인규 : 매년 하시나요?
정태섭 : 네. 매년 해서 올해 11년째 했습니다. 지난 4월에
박인규 : 어린이들이 굉장히 좋아하겠네요
정태섭 : 지역사회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에 대한 관심도를 고취시키는 게 목적이고, 가장 중요한 건 병원에 어린이 환자들이 많습니다. 오래 입원하면 상당히 우울증에 걸리거나 힘들어 하거든요. 그때 별을 보여주면서 투병의지를 높여주는 게 목적입니다.
박인규 : 약간 실용적인 질문 하나 드리자면, 자연상태에서도 X선 사진 스무 번 찍는 정도의 방사선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검진 목적의 사진은 1년에 몇 번 이내로 찍는 게 좋다 그런 권장량 같은 게 있나요?
정태섭 : 꼭 권장량보다는 그런 검사의 총량에 방사선 노출량이 결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도는 우리가 가슴 사진 2,30장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CT는 방사선 양이 많은데 최근 과학이 발전되면서 방사선의 양을 떨어뜨려서 안전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굉장히 다양한 활동과 의미있는 일도 하시는데 요즘 사람들이 사실 먹고 살기 바빠서 취미생활 잘 못하시는데 어떻게 하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태섭 : 바쁜 게 특성이죠. 바쁘다 보니 자기의 여유로운 삶을 잊고 하루하루 피곤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취미를 한두 개 정도는 갖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자기 취미를 통해서 자기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얼마나 풍요스럽게 만들어주느냐, 그게 목적이거든요.
박인규 : 알겠습니다. 앞으로 정태섭 교수님의 새로운 X선 영상예술 기대해 보겠습니다. 다음 전시회는 언제 하시죠?
정태섭 : 내년 10월 인사동의 인사 아트센터에서 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앞으로 한 1년 동안 준비하시겠군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태섭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방사선 영상 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를 초대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그의 다양한 취미생활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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