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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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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미로

[독자기고] 합리적 설득으로 국제여론을 움직여라

조그만 바위섬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현재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2MB 정권의 각종 모략들이 민중의 삶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다소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할지도 모르는(천연가스? 어차피 채굴권은 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독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눈 뜨고 코를 베일 수는 없기에 우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대신하여 독도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걱정에 반응하듯 국회에서는 '대마도 특별법' 을 발의하고 '해병대 파병' 을 이야기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 열기와 비장함만 보자면 마치 이탈리아의 리소르지멘토(실지회복운동)라도 보는 기분이다. 그 열기가 생각할 수 있는 대뇌의 피질까지 모두 태워먹은 것 같아서 문제이긴 하지만. 감정적 반발에 기반한 저러한 '쇼' 는 독도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본 우익단체들이나 할 법한 발상을 의회가 앞장서서 법안의 형태로 내놓는 것을 보고 있자면 왜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된다.
  
  상당수의 시민들도 잘하는 것 없으니 정치에 대한 냉소부터 날리는 건 자제하자. 독도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우물 안 개구리' 들의 총체적 문제이지 특정 집단의 두뇌 프로세스의 문제는 아니다. 하긴 앰네스티에 대해 법적 고발을 운운하는 경찰청장-세계제국 미국의 국무부 장관도 차라리 무시를 하면 했지, 앰네스티에 대해 법적 고발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게다-과 앰네스티가 UN 산하 기구가 아닌 NGO 라는 이유로 '편향된 운동권 단체' 쯤으로 생각하는 '촛불데모 반대' 시민들이 진치고 있는 사회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국제적 감각을 지닌 신중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촛불정국에서 명성을 드높인 HID는 일본대사관 공격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느 사회든지 사회의 평균적 수준에 뒤쳐진 부진아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 일본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등은 무시하고 자정능력이 있는 시민들끼리 생각해보자. 일단 우리의 급선무는 머리에서 김을 빼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본질적으로는 공생관계이긴 하지만 허구한 날 봉고차에 확성기를 장착해 다니는 일본 우익 단체의 장단에 놀아날 필요가 전혀 없다. 어차피 공식적인 일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는 중요한 순간에 우익 단체와의 연결고리를 끊으며 연막전술을 구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일본 우익 단체와 비슷한 형태로 민족주의적 분노를 표출하던 한국인들만 덩그러니 남아 우스워지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손 놓고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라 타깃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 정부에 대한 각종 규탄대회가 이어지고 모 대학 총학생회는 독도에 직접 방문하는 쇼까지 벌였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영토 내에서의 불만 표출로 움직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즉, 국내에서 2MB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촛불집회를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그렇다고 일본 원정투쟁을 계획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한국 내에서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움직임은 반일감정으로 비화되어 일본 우익들만이 아닌,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에게까지 위기감을 느끼게 하여 일본 내 여론을 악화시킬 위험까지 있다.
  
  우리가 국내에서 공격해야 할 것은 독도에 대한 공작을 펼치는 일본 정부가 아닌, 그 공작에 맥을 못 추고 있는 정부의 독도 대책 그 자체이다. 현재 정부든 의회든 시민이든 독도에 대한 대처방안은 일국적 시야 내에 갇혀있다. 우리들끼리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의지를 다지고 사실을 재확인하는 궐기대회를 하면 독도가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일본 정부는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치열한 로비와 홍보를 통해 자국의 역사관을 확산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표면적 모습, 즉 일본 우익들의 난동에만 주목하여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대내적 홍보에만 주력하였고(그리고 2MB 본인은 사업가 시절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일본 유력 정치인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것 같다) 시민들 역시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 이라는 장밋빛 환상 속에서 주기적으로 궐기대회를 하는 것에 만족하였다.
  
  아마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넘기는 데에 한국 정부가 그렇게 정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일본이 행한 국제적 홍보 덕택에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테니. 그렇지만 아직 독도에 대한 좋은 자료들은 많이 남아있다. 역사는 해석의 싸움인 만큼 기존의 자료들을 최대한 꼼꼼하게 검토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제 3자가 처음 듣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정부의 합리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독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우리의 논리를 만들어 해외에 널리 홍보하는 일이다. 단순히 한국인들끼리 모여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라는 자위에 그쳐서는 독도를 지킬 수가 없다.
  
  급격한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공세는 '국제호구' 2MB 라는 호재를 만나 독도 문제 외의 문제들까지 제기하며 전방위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사안이 터질 때마다 단순히 일본을 규탄하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인 반일감정을 되살려 우리 내부의 증오의 에너지만 강화시킬 뿐 아무런 실제적 효과도 내지 못한다. 아니 그것이 또 일본의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막장의 나선을 걷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든 이상적으로든 우리는 일본과의 국교를 단절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현재 일본정부가 성실하지 못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문제지만, 일본 내의 양심세력들과 우경화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과의 연대는 시민사회 차원에서 가능하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우경화 된 것은 일본 시민들이 뽑아준 것이기 때문에 일본 시민들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2MB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시민들보다는 믿을 만할 것이다. 일본과의 장기적 관계까지 고려한다면 독도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일면적인 틀에 갇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독도에 대한 대응은 그것대로의 전장을 분리하고-아마 역사학계와 국제정치 무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그 외의 영역에서는 그것들 나름대로의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아마 2MB는 대일관계에 있어서 실용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지만, 그는 독도 외의 영역에 대한 친선유지를 위해 일본의 우경화마저 싸잡아 '친선' 의 이름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 민족주의를 등에 업고 등장하여 공화국에게는 허용되지 않던 외교적 성과를 이루어내며 전 국민적 열광을 끌어내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히틀러이다. 대내적 정책실패와 대내적 외교실패로 외통수의 처지에 놓인 2MB의 구원은 과연 마술적 지도자에게서 나올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에게서 나올 것인가.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총체적 난국 속에서 매우 강한 강도로 터져 나온 독도문제는 앞으로의 시민사회의 흐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평화적으로 독도를 지켜낼 수 있는 합리적이고 냉철한 '역사의 전장' 을 선택할 것인지, 무력충돌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의 원초적 반일감정의 폭발을 선택할 것인지는 모두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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