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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은 '한국'음악이기 이전에 '음악'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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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악은 '한국'음악이기 이전에 '음악'으로 접근해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17]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백대웅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영화나 광고를 보다보면 가야금으로 연주한 파헬벨의 캐논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독주 악기인 가야금으로 파헬벨의 캐논을 가야금 3중주로 편곡하고 서양식 오선지를 국악 창작에 활용한 주인공,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의 백대웅 교수가 최근 정년을 앞두고 퇴임 기념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전통음악개론'을 공동 집필한 백 교수는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경계를 허물어 국악에서도 화려한 화성을 표현하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국악 작곡 1세댄데요 오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백대웅 교수를 초대해 그의 활동과 국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우리 전통 음악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백대웅 교수입니다. 백대웅 교수는 1943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66년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했고 81년 같은 대학에서 국악과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71년부터 1983년까지 KBS PD로 근무했고 이후 전남대 국악과 교수와 중앙대 한국음악과 교수와 학장 등을 거쳐, 98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으며 오는 9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초대 원장을 역임했고 중국 옌볜대 예술대와 일본 오키나와 현립예술대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전통음악의 보편성과 당위성', '전통음악의 이면과 공감', '한국전통음악분석론', '전통음악의 랑그와 파롤'이 있으며 작품 '회혼례를 위한 시나위'와 음악극 '영원한 사랑 춘향이'로 각각 86년 대한민국 작곡상 국악부문 대상, 2004년 대한민국 작곡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최근에 퇴임기념 연주회가 있으셨죠? 축하드리고요, 그런데 퇴임하신다고 하면 축하해야 될지 위로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는데 소감 어떠십니까?

백대웅 : 소회는 있을 수가 없죠. 그런데 음악을 이야기할 때는 일반인들에게는 까다로운 것 같아요

▲ ⓒ프레시안

박인규 :
전달하기 쉽지 않더라. 어떤 인터뷰 보니까 정년은 필요한데 안식년은 필요 없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백대웅 : 1년에 100일도 근무 안 하는데 그런 대학교수가 무슨 안식년이 필요하겠어요. 그 말을 했을 뿐이고, 일본 갔더니 대학 교수를 전문바보라고 하대요. 자기 것만 안다는 말이에요.

박인규 : 겉똑똑이다 그런 말씀. 교수님들은 한 분야는 잘 아시지만 다른 분야는 모르신다는 말이겠군요. 이번 퇴임 기념 음악회에는 쟁쟁한 분들이 많이 나왔다던데요...

백대웅 : 우리 학교 초대 총장이었던 이강숙 선생님,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 도올 김용옥, 그런 사람들이 나왔죠. 축사 하고. 아마 김용옥 같은 사람들이 시를 썼고 박범훈 선생님은 참 말을 잘 하잖아요. 재밌게 말을 잘 하대요

박인규 : 이번 퇴임기념 연주회 제목이 '이면과 공감'인데 교수님 쓰신 책에도 전통음악의 이면과 공감이란 책이 있어요.

백대웅 : 이면이라는 건 판소리의 이면이거든요. 뒷면. 그런데 음악에 공감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조금 있다가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우리 선배들이 자꾸 국악은 서양음악과 다르다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똑같아요. 사람들이 음악이 좋으면 듣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거지, 그거 막을 수 없잖아요.

박인규 : 그렇다면 백교수님은 국악과 서양음악의 다른 점에 주목하기보다는 음악으로서 공통점에 주목한다. 그게 더 본질에 가깝다는 말씀이시군요.

백대웅 : 그렇죠. 이론가들이 능력이 없으니까...

박인규 : 적어도 음악의 기본에 대해서 알고 나서 국악을 얘기하자. 국악은 전혀 서양음악과 다른 것처럼 신비화시키지 말자는 말씀이군요.
저는 궁금한 건, 60년대... 말하자면 광주의 명문학교라는 광주일고를 나오셔서 서울대 국악과를 나오셨는데, 황병기 교수님 같은 경우는 서울대 법대를 나오셔서 국악을 하셨습니다만 그때 국악의 위상을 보서는 국악과 간다는 게 어려서부터 국악을 하시지 않았으면 가기가 뭐했을 텐데, 어떻게 국악과 인연을 맺으셨는지

백대웅 : 그걸 음악으로 생각하면 똑같은데 음대 가는 거랑 똑같은데

박인규 : 그때 그럼 국악을 해야겠다고 해서 가신 거였습니까?

백대웅 : 아니오. 음대 작곡과 시험을 봤는데 5명은 작곡과, 5명은 국악과로 보내는데 저는 국악과에 가게 됐어요. 아마 성적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죠?

박인규 : 애초에 작곡과 가신 건 서양음악을 작곡을 하시고 싶어서 가신 건데 졸업하신 이후 여러 활동을 하셨지만 주로 국악 분야에서 하시게 됐어요. 그건 나름대로 국악에 애정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백대웅 : 아니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 됐는데, 그때 내가 서양음악작곡으로 갔으면 지금 모더니즘이라고 해서 이상한 음악 있잖아요. 그런 음악 안 하기를 잘 했어요. 나는 그런 음악 절대 못하게 해요 제자들한테. 그리고 음악이 사람을 위해서 하는 거지 사람이 음악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고 내가 주장하는데 모더니즘 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음악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옛날에 칸트가 얘기했잖아요. 사람들이 너무 개성이 강해지면 건방져진다고, 건방져진 거예요

박인규 : 선생님 말씀 들어보니까 국악의 특수성 이런 것보다는 다 그냥 똑같이 음악이다. 그게 더 중요하다는 건데 요즘 보면 가야금으로 비틀즈의 렛잇비를 연주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국악은 어떤 게 국악이냐.. .가야금으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면 그것도 국악이냐.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국악은 어떤 겁니까?

백대웅 :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온 음악이죠. 그게 국악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는 동서양을 똑같이 놓고 볼 때 노래가 먼저잖아요. 그 노래가 기악화된 게 동서양 음악의 역사인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박인규 :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악기로 작곡해도 국악이라고 할 수 있는 거네요. 예를 들면 윤이상 선생님이라든가

백대웅 : 아, 그런데 그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작곡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가가 중요하겠죠. 저는 윤이상 같은 사람들, 우리나라 작곡가지만 유명해지는 건 좋은데 한국음악 작곡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박인규 :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차이는 어떤 겁니까?

백대웅 : 서양음악 하는 사람들이 대개 한국사람이 작곡하는 건 전부 한국음악이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아니거든요. 국악의 특수성이라고 해서 국악이 서양음악과 어떻게 다른가 그것만 연구했어요. 그건 관계 없고 우리나라는 리듬이 가장 중요해요. 서양은 분할리듬이라고 해서 나눠지잖아요. 4분음표 8분음표 16분음표. 우리나라는 한 박이 박자가 셋으로 둘로 나눠지는데 10박 5박 그런 박자를 많이 써요. 서양음악에는 없어요. 그런 리듬이 가장 중요한데 리듬의 특수성, 리듬, 음계가 5음계 7음계 차이고 음색의 특수성, 음색이 서양음악과 다르고 시김새가 다르고 형식이 다르고. 그런데 우리나라 기존 이론가들은 전부 음계에만 달라붙었어요.

박인규 : 그 시김새라는 건 어떤 겁니까?

백대웅 : 시김새는 초식동물들 되새김질한다는 말에서 나온 건데 쉽게 말하면 사람마다 부르는 게 다르잖아요. 그걸 시김새라고 하는 거예요.

박인규 : 맛이라고 하는 건가요. 말씀하신 거 보니까 서양악기로 작곡하더라도 리듬이나 시김새, 그런 한국음악적 특징을 갖고 만들었으면 한국음악이고 그렇지 않으면 서양음악이다. 아까도 국악 이론 하시는 분들이 채보도 못한다, 독설을 하셨는데 우리나라 국악이론 또는 창작 이런 부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거라고 보세요?

백대웅 : 이론가들한테 있죠. 저는 이론가들을 막 욕하는데 하나도 몰라요. 조교도 몰라요. 그러고도 무슨 음악가에요. 우리 전통음악이 그랬거든요 옛날에. 판소리 하는 사람들 악보 못 봐요 노래만 할 줄 알아요. 선생한테 노래만 배워서

박인규 : 적어도 서양음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채보라든가 그런 이론적 기반은 갖고 국악을 대해라. 그게 아직 안 되는 이유는 뭡니까?

백대웅 : 1세대라고 국악 이론을 처음 세운 사람들이 모르니까 그래요. 저는 대학교 학생들한테 악보 모르는 건 초등학교 가서 글자 모르는 것과 똑같다고 해요. 악보 모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국악계에요.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면 백교수님께서는 홍난파라든가 최남선 이런 분들이 국악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나 인식을 오도했다고 말씀하세요. 어떤 기준에서 그런 겁니까?

백대웅 : 홍난파가 우리 음악을 원시음악이라고 했어요. 화음이 없다고. 일선음악은 모노폴리 단선이고,

박인규 : 우리 음악에 원래 화성이 없는 건 맞는 얘깁니까?

백대웅 : 그렇죠. 하지만 원시음악은 아니죠. 왜냐면 홍난파는 조선정악연구소에서 국악을 배운 천재였어요. 그 사람이 원시음악이라고 하니까 원시음악인 줄만 알았어요. 그렇지 않거든요. 판소리 같은 데는 길바꾸기라고 서양의 전조하고 똑같은 게 있어요.

박인규: 화성만 없을 뿐이지 다른 부분에서 앞서간 부분도 있다

백대웅 : 물론이죠. 그런데 홍난파는 그걸 못 보고 원시음악이라고 하니까 서양음악 하는 사람들이 전부 국악이 원시음악인 줄 알고 있어요

박인규 : 리듬 같은 건 우리가 앞설 수도 있고 최남선 선생 같은 분은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고 보십니까?

백대웅 : 그 분은 국학자로선 훌륭한데 덧배기연구라고 해서 무용극 연구를 했는데 그건 무용가들이 해야지요. 자기가 할 게 아니죠. 그러고는 책을 썼는데 거기서 영산회상은 청나라를 흉내냈을 뿐이다.

박인규 : 우리나라 문화의 주체성이나 독자성을 부정하시는 말씀을 하신 거군요.

백대웅 :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 말이 객관성 합리성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게 아니죠

박인규 : 우리나라 음악에 화성, 화음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했는데 백교수께서는 국악 자곡하시면서 화성 넣는 작업들을 많이 하신 거죠? 우리나라 음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생각으로 하신 건가요?

▲ ⓒ프레시안

백대웅 :
아니오. 옛날에 월북자가 있었죠 안기영이라고. 그 사람이 마의태자라는 곡을 작곡했는데, 금지가요가 됐어요. 그 사람이 우리나라 민요에는 원래 화성이 내재돼 있다는 말을 했어요. 그 내재된 걸 제가 찾았을 뿐이에요

박인규 : 이론화가 안 됐을 뿐이지 아예 없는 건 아니었군요. 예전에는 정간보라고 해서 네모 친 전통악보를 쓰시는데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오선지를 이용해서 국악을 작곡하셨다

백대웅 : 처음이 아니고 제 앞에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1860년이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작곡가가 생겨나는데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처음 생겨났어요. 한 100년쯤 뒤졌죠. 그러나 그 100년은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거쳤기 때문에 할 수 없어요. 그건 역사인데. 19세기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이 세계 중심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론과 실제라고, 내가 그래서 이론가들을 싫어하는 거예요. 서울대 경제학 교수보다 이건희나 정주영씨가 경제를 더 잘 아는 분들이지, 그 말이에요. 이론과 실제라는 말은 이론이 먼저 있고 실제가 따라간다는 말인데 그렇지 않잖아요.

박인규 : 교수님 지론은 국악은 서양음악과 전혀 다른 거라는 식으로 대하지 말고 음악의 기본을 가지고 똑같이 대해 보자는 말씀이신데, 선생님이 만드신 곡 중에서 파헬벨의 캐논이 굉장히 유명하더라고요. 편곡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백대웅 :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 서양음악을 국악으로 할 때는 잘 아는 걸 했을 뿐인데 유명해졌으니까 유명해진 거예요. 이건 1980년대 말에 편곡했어요.

박인규 : 그렇다면 한 번 들어보죠. 백대웅 교수님께서 가약ㅁ 3중주로 편곡한 파헬벨의 캐논을 들어보겠습니다.
* 파헬벨 - 캐논 (백대웅 편곡)
파헬벨이란 작곡가가 언제적 사람이고 캐논은 어떤 음악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백대웅 : 바하와 같은 시대 사람입니다. 1750년에 바하가 죽었으니까 300 전 그때 사람인데 그 당시 이런 음악을 가지고 서양에서는 화음을 썼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단선율음악이라고 화음이 없어요 홍난파가 비난하는 것처럼. 그래서 단선율이니까 제가 가야금으로 만든 거죠. 그런데 전통방식으로서는 단선율이니까 같은 선율을 반복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앙상블이 있어요

박인규 : 여기사용된 가야금은 새로 만든 겁니까?

백대웅 : 만들었어요.

박인규 : 직접 이렇게 만들어라 하신 겁니까? 가야금 세 개가 어떻게 다릅니까?

백대웅 : 조율을 다르게 해서 음역이 달라요 각각 12개가. 12줄의 음역이 달라요.

박인규 : 쉽게 말하면 저음, 중음, 고음 이런 식입니까?

백대웅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왜 파헬벨의 캐논을 가야금 연주로 편곡해 보자고 생각하신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국악에도 화성을 도입해 보자는 건가요?

백대웅 : 그것도 있고, 사람들이 자꾸 옛날식으로만 정간보만 작곡해야 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은 21세기고 달라졌는데 옛날 생각만 하는 거에요.

박인규 : 파헬벨의 캐논이라는 곡은 제가 알기론 조지 윈스턴이라든가 서양의 팝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변주해서 편곡한다던데 파헬벨의 캐논 말고 서양음악을 우리 악기에 맞게 편곡하신 게 또 있습니까?

백대웅 : 또 있어요 많이 있어요.

박인규 : 한 나라의 음악이 발전하려면 물론 훌륭한 연주가도 있어야겠지만 훌륭한 작곡가가 있어야 음악이 발전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악계를 보면 작곡가보다는 연주가들이 훨씬 득세한다고 할까요. 왜 그럴까요?

백대웅 : 그게 전통이죠. 옛날에 악보라는 건 구전했다고 하잖아요. 입으로 전해 내려왔죠. 판소리 하는 사람들처럼, 판소리 하는 사람들이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선생이 가르쳐준 대로만

박인규 : 직접 불러줘야만 아는 것... 채보를 해서 누구라도 악보를 보고 할 수 있게는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 국악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론을 강화하는 게 굉장히 필요하겠네요.

백대웅 : 굉장히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안 되고 있죠. 기존에 국악은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럼 그만이야, 금방 달라질 것 같은데, 음악도 새로 만들어야 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박인규 : 최근에 보면 국악 또는 국악기를 이용한 음악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퓨전이다. 그래서 우리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백대웅 : 전부 다 그건 가짜고 우리 음악의 특수성을 버리고 무조건 서양음악을 닮아가려고 하는데 노래하고 반주하고, 그러면 안 되죠.

박인규 : 말하자면 상당히 대중적으로 확산됐지만 우리 국악의 본질이나 핵심을 놓쳐버리고 있는 거다. 참 걱정이네요 그러면

백대웅 : 그래서 지금 내가 제자들한테도 절대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참 어려워요 음악이

박인규 : 선생님의 활동을 보니 중국 연변에 가서도 활동하시고 일본 오키나와에 가서도, 제가 해석하기로는 중국의 전통음악, 오키나와의 전통음악을 공부하신 것 같은데

백대웅 : 연변에는 전통음악이 어떻게 보존돼 있는가 보러 갔고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네 음계가 있는데 그게 일본 영향이 있는가 해서 갔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했고

박인규 : 우리 음악은 우리 음악이고 일본 음악은 일본 음악이다. 중국에 가셨을 때 전통음악을 제대로 보존하고 있던가요

백대웅 : 우리 음악을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 게 아니고 중국화가 많이 됐어요. 재밌는 건 그 나라에서도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직장을 못 얻으면 그만 둬버려요 학교를. 그 다음부터는 누가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느냐 중요하다고 하는데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있다.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는 거예요.

박인규 : 선생님 말씀하신 것 중에 저희도 중고등학교 때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배우면서 아악 또는 정악이 있고 민속악이 있다. 정악이나 아악은 느리고 위장하고, 민속악은 대단히 빠르고 흥겹고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데 그게 좀 안 맞는다고 말씀하셨죠?

백대웅 : 정악, 민속악이라는 말은 양반 상놈의 음악이 다르게 전해내려온다는 말인데, TV에서 점잖게 빨간 옷 입고 연주하는 건 장악이고 신나게 부르는 건 민속악이다 그 말인데 교과서까지 그렇게 돼 있다는데 틀렸다고 봐요 저는. 그건 일본 강점기에 그렇게 만든 거에요.

박인규 : 저희들 알기로는 그래도 궁중에서 연주되는 음악하고 일반 여염집의 음악은 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보시는군요?

백대웅 : 그렇지 않죠. 아악은 오래된 음악은 아악이라고 하고 속악은 궁중음악이 속악에 다 들어있기 때문에...

박인규 : 그렇다면 국악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고 전통음악일 뿐이다.

백대웅 : 그렇죠. 판소리는 지금 정악인들이 연구를 못해요. 정악 뒤에 생긴 음악이니까, 판소리, 산조 이런 건 정악이 최고라고 생각하니까 연구를 않죠.

박인규 : 최근 한류 이런 게 나오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발전시키자 진흥하자, 그런 말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을 잘 대접해야 되는데

백대웅 : 그런 논의 문제도 있지만, 틀렸죠

박인규 : 그것이 전통문화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니다

▲ ⓒ프레시안

백대웅 :
그렇죠. 지원은 필요하겠지만 그런 걸로는 안 되죠.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야 되겠죠. 지금 시대가 21세기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지 우리나라 사람들 지금도 옛날식으로만 생각하는 거예요.

박인규 : 옛것을 옛날식으로만 가져가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국악 하면 좀 고리타분하고 느리고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 그게 물론 한두 마디 말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국악과 씨름해 오신 분으로서 국악의 맛은 이런 것이다,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백대웅 : 국악이라는 건 리듬의 특수성... 다섯 가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시김새, 형식, 음색... 다섯가지 말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음계만 가지고 따지는데 그거 아니에요. 국악의 맛은 그런 데 있는 게 아닌데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틀린 건데 그것만 맞는 줄 알고 있고, 잘못 알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바꿔야 된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어려운 것 같은데...
오는 9월이면 정년퇴임하시는데, 물론 퇴임이 별 거 아니라고 하시지만 일단 정규적인 교수를 떠나시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작곡은 하실 거죠?

백대웅 : 그럼요.

박인규 : 앞으로의 활동계획이나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정리말씀 부탁드립니다.

백대웅 : 참 이런 자리에 불러 주셔서 고맙고, 제가 그만 두려고 생각하니까 첫째 관현악단에 전속 작곡가 제도가 있어야 돼요. 그게 있어서 지휘자와 머리를 맞대고 다음 연주 때는 이런 걸 편곡해서 하자 그런 게 필요한데 그런 것도 없어요. 그리고는 제가 작곡 1세대라고 하는데 제 선생은 서양음악 작곡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제 이론 선생은 1세대인데

박인규 : 그 분들은 서양음악을 모르셨던 분이시죠

백대웅 : 네. 몰랐던 사람들이고. 그리고 그 당시 서양음악을 아는 사람들은 국악학회에서 쫓아내 버렸어요. 자기네 생각과 다르다고. 그런데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 되겠다는 거고. 할 이야기는 많은데 그만 두죠.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국악의 특수성을 계속 강조하는 것보다는 음악의 보편성이라는 기반이 있어야 국악의 특수성도 빛을 발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 음악의 보편성 부분은 취약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퇴임기념연주회를 연 한국예술종합학교 백대웅 교수를 초대해 그의 활동과 국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우리 전통 음악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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