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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ㆍ함석헌의 씨알사상, 세계철학자대회에 소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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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ㆍ함석헌의 씨알사상, 세계철학자대회에 소개되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16] 씨알재단 박재순 상임이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오는 7월30일부터 '철학자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철학자대회가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데요.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동서양의 정신문화를 융합해 한국인의 독자적인 철학으로 정립시킨 유영모·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이 세계 철학계에 소개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씨알재단 박재순 상임이사를 초대해 이번에 열리는 세계철학자대회의 내용과 오늘날 씨알 사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씨알 재단 박재순 상임이삽니다. 박재순 상임이사는 1950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1974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1992년 한신대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3년부터 함석헌 선생 밑에서 씨알사상을 수학했으며 씨알 사상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한국신학연구소 번역실장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을 비롯해 한신대 연구교수와 성공회대 겸임교수로 지냈고 민중 신학회 총무로 근무했습니다. 지난해 씨알 재단을 창립해 현재 상임이사를 맡고 있고 씨알 사상연구소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박재순 : 예, 반갑습니다.

박인규 : 예,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재순 : 네. 고맙습니다.

박인규 : 철학자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 철학자 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게다가 이번 철학자 대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자적인 철학으로 유영모·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을 소개한다. 굉장히 경사스런 일인 것 같은데요. 우선 철학자 대회라는 게 어떤 것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 ⓒ프레시안

박재순 :
이번에 22차 세계 철학자 대회인데요. 5년 마다 한 번 씩 세계 철학자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철학의 올림픽이라고 일컬어지고요. 그런데 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주로 서구 철학 중심으로 이뤄지기도 했지만 동양에서는 처음 열리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제까지 열리지 않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철학 대회니까 동양에서는 철학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중요한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5년마다 열리는 대회고 이번이 22회라면 거의 1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100년 중에 처음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치하였다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그렇다면 세계 철학자 대회라고 하면 세계에서 그야말로 유수한 철학자분들이 다 오실 텐데 몇 분이나 오시고 그 중에서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분들이 많이 있겠죠? 어떻습니까?

박재순 : 전체 참여하는 분이 1780여명에 이른다고 하고요. 외국에서 오는 분도 1000명 이상 중요한 학자들이 오시는데 우리가 사는 시대가 문명의 큰 전환을 겪는 시대기도 하고 철학적으로도 격변을 겪고 있는 시대이기도 해요. 그래서 문명의 차원에서나 철학의 차원에서 권위라고 할까 누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그런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지금 중요하게 여기 이름이 올라와 있는 분들도 우리나라 일반대중에게, 일반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죠.

박인규 : 요즘의 세계 철학계는 말하자면 백가쟁명의 시대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군요.

박재순 : 그렇습니다. 백가쟁명이고 말하자면 각자 자기 얘기를 하는데 누구도 권위를 갖지 못하는.

박인규 : 뭔가 새로운 뭔가를 모색하는 시기다.

박재순 : 모색하는 단계죠. 그러니까 서구중심의 문명사에서 동서 문명이 만나는 그리고 인류가 하나로 되는 일대 큰 격변을 겪고 있는 문명사적인 문명의 틀이 바뀌는 그 가운데 철학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어느 철학자도 오늘의 문제에 대해서 결정적인 답변을 줄 수 가 없습니다.

박인규 : 대개 이런 학술 대회에서는 그 대회의 큰 주제 이런 것들을 정하던데 그렇다면 이번 대회의 주제는 어떤 겁니까?


박재순 : 'today rethinking philosophy' 라고 해서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그리고 이제 그 주제를 내걸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니까 동서 문명의 만남 속에서 철학이란 뭐냐 이 문제를 아주 집중적으로 묶게 됐어요. 보통 서양 철학자들은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돼서 유럽을 통해 발전해 온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고 그 안에 머무는 경향이 있었고 동양의 정신문명 이런 것에 대해서 인정은 하지만 철학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걸 계기로 해서 동서 문명의 만남 속에서 철학한다는 것이 뭐냐 이 문제를 진지하게 묻는 거죠.

박인규 : 세계적인 전환기를 맞아서 철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그런 철학자 대회인데 이 대회에서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 또는 사상으로 유영모·함석헌 선생의 씨알 사상이 집중 소개 된다. 어떻게 특별한 배경이 있었습니까?

박재순 : 유영모·함석헌만 하는 게 아니고요. 수 백 개의 발표회가 있는 데 그중에 하나지만 22명의 중요한 학자들이 유영모·함석헌 선생의 연구발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나라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그 간격이 굉장히 큰데 유영모·함석헌은 그 동안에 강단철학에서 철학자로 받아들이진 않았지요.

박인규 : 이른바 재야 철학자. 재야 사상가.

박재순 : 재야 사상가죠. 그런데 이제 2002년도에 제가 씨알사상 연구회 회장을 맡으면서 매월 연구발표를 했어요. 그 가운데서 중요한 철학자 분들을 모셔다가 함석헌 연구 발표회를 매달 가졌습니다. 그게 쌓이면서. 그런데 철학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호기심 반 의무 반으로 이렇게 맡았다가 함석헌 글을 읽고 난 다음에는 다 바뀌어요. 자기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다. 너무 깊고 너무 역동적이고 너무 심대하다.

박인규 : 박재순 소장이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서 이른바 제도권에 계신 철학자들에게 많이 알린 거군요.

박재순 : 그럼요. 또 제 친구들이나 많은 분들이 교수로 또 있으니까. 그렇기도 하고 유영모 선생 쪽은 유영모 제자들인 김흥호, 박영호 두 분들이 많이 활동을 하셨고. 그리고 또 성천문화재단 유달영 선생의 성천문화재단에서 집중적으로 유영모 정신과 사상을 세상에 알렸죠. 그런 것이 점차 쌓여서 제도권 쪽에서도 이제 20세기 우리 철학이 뭐냐 이럴 때 너무 공허해지거든요. 내세울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제도권 철학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우리 철학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영모, 함석헌에게 접근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죠.

박인규 : 보통 우리의 전통철학, 한국의 전통 철학 그러면 퇴계, 율곡 이런 분들을 얘기하는데 근대에 들어와서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그런 살아있는 철학이 없다.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유영모 선생이나 함석헌 선생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그런 사상가 철학가 중의 한 분으로 만약에 뽑는다고 그러면 일각에서는 두 분들이 다 기독교인 아니냐? 기독교는 서양문명인데 어떻게 그런 분들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뽑을 수 있겠느냐? 이렇게 약간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재순 :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러나 유영모 선생님은 기독교인이 되긴 했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동양의 정신문화사상 유교, 불교, 도교를 깊이 공부하셨어요. 한학자로써 그 분처럼 열심히 동양 경전을 공부하신 분이 없어요. 더 나가서 동양 경전 뿐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정신과 사상, 본래 한민족이 가지고 있었던 정신과 철학을 오히려 회복시킨 분이라고 이렇게 말할 수 있거든요.

박인규 : 기독교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전통사상과 기독교를 융합시킨 분이시다.

박재순 : 그렇죠.

박인규 : 저도 사실은 고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함석헌 선생이 내신 씨알의 소리 그런 잡지가 있어서 씨알이 뭔지는 대충 들어는 봤는데 지금 씨알 사상이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이 씨알 사상이 어떤 건지, 그리고 씨알 사상을 만드는 데서 유영모 선생하고 함석헌 선생하고 관계가 어떤 건지 뭐 사제라고들 이렇게 말씀들 하시던데.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박재순 : 우선 두 분 관계를 말씀 드리면 함석헌 선생님이 평양 고보 3학년에 다니시면서 3.1 독립운동에 참여하셨다가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학교로 복학을 하는 조건이 잘못했다고 하는 각서를 쓰라는……. 그걸 쓰기 싫어서 버티다가 오산학교로 갔는데 마침 그 때 오산학교 교장으로 함 선생님보다 11살 위인 유영모 선생님이 가셨어요. 거기서 사제지간으로 만나셔 가지고 함 선생님 나이 59세까지 정말 충실한 학생으로 유영모 선생님 강의를 들었지요. 그러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이 긴밀한 사제지간인데. 유 선생님이 대학에 나오는 '친민'이라는 말을 '씨알 어뵘'이라는 말로 번역하시면서 친민을 백성을 친하게 한다. 백성을 가까이 한다. 이런 말로 보통 번역을 하는데 유영모 선생님은 그것을 '씨알어뵘'이라고 했어요. 민을 씨알이라고 하고 어뵘은 어버이처럼 모셔야 된다. 이것은 유교경전을 해석하면서 유교를 완전히 뒤집어엎는 어떻게 보면. 유교에서는 백성이나 소인이나 여자는 어린애거든요. 어리석은 거거든.

박인규 : 보통은 백성들을 잘 돌본다. 그런 의민데. 오히려 유영모 선생은 백성을 하늘같이 모셔라. 상당히 민주적인 사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프레시안

박재순 :
아, 그럼요. 유영모, 함석헌 정신의 아주 골수에 박힌 서양 문명에서 받아들인 것이 세 가진데 하나는 기독교 정신, 서양 문명에서 중요한 거죠. 두 번째는 그리스 철학에서 서양 근대 철학에 이르는 이성철학, 과학정신, 합리성. 세 번째는 서구 정신사를 결정하는 것이 끊임없이 권력투쟁과 계급투쟁을 통해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어요. 아래로부터의 저항운동, 민주정신, 그 민주정신을 받아들인 거죠. 그러니까 기독교 정신, 합리주의 정신, 저항적인 민주정신. 세 가지를 받아 들였는데 그걸 아주 골수에 사무치게 받아들이면서도 동양 철학이나 이런 것을 아주 중심을 가지고 하셨으니까 말하자면 지평융합이 일어난 거죠.

박인규 :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고 함석헌 선생이 쓰신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이런 것들을 보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사실은 다소 유영모 선생은 제가 기억하기론 김용옥 교수가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아, 이런 분이 계시구나라는 걸 알게 됐는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유영모 선생에 대해서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 주시죠.

박재순 : 유영모 선생님은 이제 십대에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서 말하자면 최남선이나 이광수나 그런 이들하고 가까이 지냈던 근대 지식인이죠. 근대 계몽적 지식인인데.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동양 철학이나 동양 경전을 깊이 파고 들어갔던 분. 그리고 오산학교에서 스무 살 때 오산학교에 가서 물리 수학을 가르치셨어요. 그러니까 과학을 가르치신 분이죠. 그러면서 오산학교에서 말하자면 안창호, 이승훈, 조만식으로 이어지는 기독교 민족운동, 3.1 독립운동, 그 정신을 이어 받은 사상가라고 할 수 있죠.

박인규 : 씨알사상 하면, 물론 두 분이 거의 팔십 몇 살을 사신 분들이 일생을 두고 만든 사상이기 때문에, 한 두 마디로 요약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일반 청취자들을 위해서 씨알사상은 이런 거다, 간단하게 소개를 할 수 있을까요?

박재순 : 국민, 민중, 시민, 또는 일반 사람, 보통 사람을 씨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거기에는 첫 번째로 사람을 겉으로 보지 말고, 겉이라고 하면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권력, 돈, 재주, 명예, 이름, 이런 걸로, 외모로 보지 않고 삶과 정신의 씨알, 속으로 보자, 알맹이로 보자, 그 사람의 삶과 정신의 알맹이가 뭐냐. 이걸로 사람을 봐야지 겉으로 드러난 걸 봐선 안 된다, 그게 첫 번째 하나 있고요. 그 다음에 권력과 돈이나 명예나 지식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일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실은 역사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사와 사회의 씨알이다, 역사와 사회를 생성시키고 이끌어가고 지속시키는 그 씨알은 보통사람들이다. 굉장히 민주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는 거죠. 그 다음에 사람을 씨알이라고 했을 때는 역사, 사회 지평을 넘어서서 우주적 생명, 자연 생명의 차원으로 민중 이해, 인간 이해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고, 그리고 씨알이라고 했을 때는 우주 생명과 자연 생명의 정신 속에 신적인 씨앗, 신적인 생명의 불씨, 영원한 생명의 씨앗, 그리고 얼 이런 것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아주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이고 고귀한 씨알앗이 누구에게나 씨알로 있다. 여러 가지를 씨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차원적인 의미가 있는 씨알에 있는 거죠.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말이죠, 최근에 '씨알의 소리'란 잡지가 창간한 지 38년 만에 200호가 나왔고, 씨알 재단도 작년에 창단이 됐어요. 그걸 보면서 최근에 들어서 씨알 사상을 되살리려는 그런 운동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박재순 : 함석헌 선생님은 글도 많이 쓰셨지만, 돌아다니면서 강연도 참 많이 하셨어요. 강연이나 글을 쓰면 보통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그 마음과 삶을 뒤집어놓고 아주 새롭게 하는 그런 강연을 하셨는데, 그래서 그 분 글을 읽었고 강연을 들었다는 사람들은 다 그 분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해요.

박인규 : 직접 만나보신 분들이요?

박재순 : 그럼요. 그런 사람들이 말할 수 없이 많은데, 문제는 막상 그 사람들한테 무슨 영향을 받았냐고 질문을 하면 답변을 못해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라고 하는 분을 한번은 씨알 사상 연구회에 초대해서 함석헌 발표를 해봐라, 하니까 이 양반이 공부를 하면서 인터뷰를 했어요. 7,80년대 선후배들을. 함석헌 선생의 영향을 받았느냐, 고 했더니 전화 받은 사람마다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무슨 영향을 받았느냐고 물으니까 거기에 답변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래요.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

박인규 :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인데, 구체적으로 뭐다, 라고 말씀을 못 하시는군요.

박재순 : 그거는 철학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요. 함석헌 선생이 가지고 있는 철학의 틀을 모르니까 충격은 받고 영향은 받고 자극은 받았는데, 내가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는 거예요.

박인규 : 구체적으로 딱, 이거다, 집어서 말씀을 못하시는군요. 어떻습니까. 씨알사상이 오히려 국내보다는 외국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실제로 그렇습니까?

박재순 : 더 알려져 있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고요. 그러나 우리는 제도권, 비제도권의 간격이 너무 커서 이렇게 중요한 사상이면서도 한국에서 박사 학위가 유영모 연구로 박사 학위가 딱 하나 나왔어요. 그러나 외국에서는 벌써 3개 이상 나왔고, 지금도 박사 학위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남대학교의 철학과 김상봉 교수님, 이 분이 최근에 국제철학대회에 나가서 함석헌 선생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유럽의 철학 교수 한 분이 듣고 나서 굉장히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번역이 안 됐냐. 자기가 보기에 함석헌은 20세기의 소크라테스다, 그러면서 그 순간에 딱 세 가지를 짚더래요.

첫 번째로 변증법적인 지행합일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로 아주 쉬운 표현 속에 심오한 생각을 담고 있다. 세 번 째, 정해진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삶과 현실 속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줘서 스스로 결단하게 한다. 이 세 가지가 아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래서 아주 놀랐다고 하는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제 생각은 소크라테스와 비교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하고 유영모와 함석헌이 다른 것도 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그리스라는 문화의 지평 안에서, 그것도 정복주의적인 문명이거든요. 노예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귀족 청년들을 대상으로 해서 철학 활동을 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나 유영모, 함석헌은 누구냐. 식민지 백성으로서 민중의 처절한 고통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문명과 역사의 가장 밑바닥에서 진실과 양심과 지성을 지켜가면서 생각을 펴낸 거니까 다르고, 그리고 또, 단순한 그리스 문명의 지평이 아니라 동서 문명이 융합하는 큰 문명사의 흐름 속에서 사상을 낸 거니까 사상의 지평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박인규 : 말씀을 듣다보니까 저도 공부를 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말하자면 우리가 갖고 있던 정신적인 본분을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다는 말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세계철학자대회에서 유영모,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을 주로 어떤 분들이 소개를 하는지 말씀을 좀 해주시죠.

박재순 :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하신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 정대현 교수님이 유영모, 함석헌에 대해서 발표를 하시고, 그리고 이번 세계철학대회 한 분과의 분과장인 서유석 교수가 발표를 하고, 그리고 전남대 김상봉 교수, 외국어대학교 철학과 이기상 교수, 이화여대 철학과 전공하신 이규성 교수, 그리고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교수입니다.

박인규 : 혹시 방송 들으시는 분들이 유영모,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이 뭔지 공부를 좀 해보자, 일반인들도. 세계철학자대회는 언제, 어디서 하고, 특히 유영모, 함석헌 선생에 관련된 내용은 어디에 가서 들을 수 있어요?

박재순 : 세계철학대회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 사이에 서울대학교와 코엑스에서 하는데 주로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영모, 함석헌 연구회는 다섯 번에 나눠서 22명이 하는데, 8월 2일과 3일,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서울대학교에서 합니다.

박인규 : 일반인도 가서 들을 수 있는 거죠?

▲ ⓒ프레시안

박재순 :
듣는데, 그냥 듣는 게 아니고 7만원을 내야 들을 수 있습니다. 7만원을 내야 행사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고요, 거기서 자료집도 제공하고 가방도 주고 그런 게 있습니다.

박인규 : 아주 마음먹고 공부하는 거 아니면 가기 힘들겠네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씨알재단 박재순 상임이사를 초대해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철학자대회의 내용과 이번 대회에서 세계 철학계에 소개되는 씨알사상 정신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제가 아까 소개는 드렸습니다만, 73년부터 함석헌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셨다, 이 씨알사상하고는 어떻게 연결이 되신 겁니까?

박재순 : 제가 74년도에 정치적인 문제가 있어서 고생하다가 나와서 서울대 철학과 1, 2년 후배 열댓 명을 조직을 해서 함석헌 선생님으로부터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라고 하는 경전을 한 1년 간 매주 모여서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인연이 있고, 그때 함 선생님이 저한테 제가 철학을 하고 조직신학을 한다고 해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당신도 생각이 나서 글도 쓰고 말을 하지만,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못한다는 말씀을 세 차례에 걸쳐서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수줍기도 하고 자신도 없어서 듣고만 있었는데, 제 마음 속으로 제가 선생님 사상을 연구를 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라는 당부가 아닐까, 라는 걸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고, 76년도에 제가 척추수술을 크게 했는데, 그때 가장 바쁘실 때고 국가나 민족의 원로이신데, 자주 오셨어요. 제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시고, 원효로 댁에서 마당 앞에 시드는 나무를 보시고 저 나무가 재순이 같다면서 우셨대요. 그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나서 제가 큰 감동과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졌고, 그래서 아마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함 선생님의 사상과 정신을 붙잡고 있는데, 그것도 아마 일조를 했던 것 같고, 그러나 그것보다도 제가 공부하고 연구해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유영모, 함석헌 사상은 앞으로 세계 문명사를 새롭게 형성하는 데, 그리고 앞으로 인류의 등불이 될 엄청난 사상이다. 그 신념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고 있죠.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함 선생님의 유언이 참 감동적인데, 내가 남한을 위해서 한 일이 없지만, 남강 이승훈 선생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몸뚱아리와 원효로 집밖에 없는데, 원효로 집은 공적인 데 쓰고, 이 몸뚱아리는 남강 이승훈 선생의 뜻을 이루는 데 써 달라. 그게 뭐냐면 남강 이승훈 선생이 돌아가실 때 자기 몸을 표본을 해서 학생들 공부하는데 보탬이 되게 해라고 하셨는데 일제에서 그걸 용납할 수 없으니까 시체를 뺏어서 태워가지고 버려 버렸어요. 그래서 그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내가 이승훈 선생님의 뜻을 이루고 싶은데, 3·1 독립운동의 뜻을 이루고 싶은데 못했으니까 내 몸으로라도 해 달라. 유언으로는 함 선생님이 남강 이승훈 선생을 역사로서, 유언으로 남강 이승훈 선생을 잇고, 임종하는 마음으로 유영모 선생을 이었다. 참 감동적이에요.

박인규 : 이번 세계철학자대회를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영모, 함석헌 선생의 사상을 새롭게 보는 그런 계기가 될 것 같은데요, 어차피 박 선생님께서는 씨알사상의 계속적인 확대랄까, 심알을 공부하시는 분이니까, 앞으로의 계획이랄까, 못 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재순 : 유영모, 함석헌 선생님이 이렇게 심오하고 위대하지만 이분들이 체계적인 논문을 쓰거나 이런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좀 다듬어야 돼요. 옥을 다듬듯이 다듬어야 되는데, 다듬고 체계화하고 정리하고 그런 작업이 계속 이뤄져야하고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원전을 서구 언어로 옮겨서 서양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아쉬운 것은 민주정부 10년이 지났다고 하면서도 유영모, 함석헌의 민주적인 정신과 철학을 위해서 교육부나 학술진흥재단에 연구비를 받을 수가 없어요.

박인규 : 그분들은 안 됩니까?

박재순 : 어려워요.

박인규 : 재야학자라서 그런가요?

박재순 : 재야학자라서 그렇고,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가 않아요. 심사절차가 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하나 말씀을 드리자면, 함석헌 선생님이 30여 년 동안 '씨알의 소리'를 내고 민주화 운동을 하고 주옥같은 글을 쓰고 명상을 했던 원효로 집이 결국은 풀 한 포기 건지지 못하고.

박인규 : 팔렸나요?

박재순 : 팔려가지고 다시 재건축이 되고 말았어요. 서양에서는 괴테가 지나가다가 하마터면 자고 갈 뻔 한 집이라고 하는, 그런 여관 이름도 있다던데, 우리는 이런 분들의 집을 지킬 수 없었다는 건 참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박인규 : 개발주의, 성장시장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인간다운 삶을 제대로 살 수 없는 그런 위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부분에서 유영모 선생이나 함석헌 선생의 사상이 우리 삶 속에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박재순 이사께서 많이 좀 활동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박재순 : 저는 제 몫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만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요.

박인규 : 어쨌든 철학자대회를 하면 좀 나아질 거라고 기대를 합니다.

박재순 : 그럼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재순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씨알재단 박재순 상임이사를 초대해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철학자대회의 내용과 이번 대회에서 세계 철학계에 소개되는 씨알 사상 정신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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