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여성 최초의 로스쿨 원장, 건국대 법대 최윤희 학장입니다. 최윤희 학장은 1964년 대구 출생으로 1986년 서울대 법과대를 졸업했고 1995년 같은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산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검찰청 부천 지청 및 국제법무 심의관실 검사로 재직했고 이후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사법연수원 교수와 부장판사를 역임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법과대학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05년부터 건국대 법과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1일 건국대 법대 학장 겸 로스쿨 원장을 맡았습니다. 노동부 고용보험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중앙노동위원 심판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약력을 소개했는데 화려하신 것 같고 맹렬여성이란 느낌이 듭니다.
최윤희 : 그렇게 봐주시면 제가 감사하죠.
박인규 : 이달 1일에 건국대 법대 학장 겸 로스쿨 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어깨도 무거우실 것 같고 소감이 어떠십니까?
최윤희 : 무엇보다 일단 책임감을 크게 느낍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지만 로스쿨은 기존의 법과대학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셔서 결국 로스쿨 체제로 변화한 건데 그 근본 목적이 기존에 배우던 이론에 더해서 실무를 제대로 배워서 로스쿨을 졸업하면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실무를 할 수 있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취지기 때문에 거기 걸맞게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아주 크게 느끼고 있죠.
박인규 :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로스쿨이 이미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는 내년에 처음 시작하는 거라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있을 테고, 어쨌든 초대 로스쿨 원장으로서 여러 가지 계획이 있으실 것 같은데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둘 계획이십니까?
최윤희 : 물론 저희는 첫 번째는 법학 기초이론 플러스 실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만들자는 거고요. 물론 3년 안에 모든 실무를 다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기본 실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거기 덧붙여서 지금 사실 글로벌 시대라고 말씀하시잖아요. 사실이고, 법률시장도 당연히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지않아 시장을 개방한다고 하고, 그런 점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실무자를 길러야 한다는 점. 또 하나는 저희 건국대학에 국한되는 말씀일지 모르겠지만 저희 대학 창립 이념이라면 학교를 처음 세우신 애국지사, 상허 선생님... 민족을 바로 세우신다는 정신이세요. 그래서 법률전문가가 공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곤란하거든요 다른 직업과 달라서. 물론 다른 직업도 공익에 부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다만 특히 남의 중요한 인생이 달린 여러 가지 일들을 하셔야 되니까 그런 점에서 공익적 사명감도 잊지 않는 전문가를 양성해야겠다, 이런 것들입니다.
박인규 : 로스쿨이 드디어 내년 3월에 시작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굉장히 도입에 대한 찬반논란도 많았고 그래서 아마 예정보다 좀 늦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최학장께서는 우리나라 법률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로스쿨이 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최윤희 : 물론 혼자서 잘하는 사람이야 학교에서 정규적으로 안 가르쳐줘도, 탁월한 분이야 혼자서 열심히 배워서 어떻게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서 탁월한 실무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혼자서 공부하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되고 또 그만큼 어렵겠지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리고 또 나아가서는 많은 수의 제대로 된 법률전문가를 양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사실 말하자면 국가 전체 차원에서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겁니다.
박인규 : 체계적인 법률 실무교육이 필요하다.
최윤희 : 네. 그래서 그동안 많은 노하우가 쌓인 전문가들과 이론을 갖춘 학자들이 모여서 이론과 시루가 제대로 잘 배합된 전문가를 키워보자는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로스쿨이 내년에 시작되더라도 당분간 법률가를 배출하는 관문인 사법시험은 계속되는 거죠. 일부에서는 원래 2012년이면 로스쿨 졸업생이 나오니까 그때 끝나야 되는데 2016년까지 가는 거 아니냐, 그래서 로스쿨의 존재 가치가 예상보다 떨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실제로 사법시험은 언제까지 보게 되는 겁니까?
최윤희 : 1차는 2016년까지 보는 걸로 알고 있고 1차 합격생들이 2차 봐야 되니까 2017년까지 2차 시험을 봅니다.
박인규 :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가 되는 과정과 사법시험을 통해서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 있을 텐데 일반인들이 그래도 사법시험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이런 식의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요?
최윤희 :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죠.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잘라서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로스쿨이 제대로 역할을 잘 하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론 실무교육을 배합해서 잘 해내고 덧붙여서 원어강의까지 제대로 잘 한다면 보다 더 효율성 있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로스쿨의 교육의 질이 어느 정도냐가 관건이 될 수 있겠군요. 현재 로스쿨 예비 인가를 받은 대학이 25개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난 7일에 선치 인가 신청서 접수 마감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금 이 대학들이 최종 인가를 받게 되는 겁니까?
어떤 과정이 남아 있나요?
최윤희 : 그건 최종적으로 교과부에서 소관하실 일인데 저희는 일단 최종 인가 신청서를 모두 접수시켰습니다. 이제는 교과부의 최종 인가 결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물론 경우에 따라 서류심사도 하시고 필요하면 실사도 나오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저희가 예측하는 바죠.
박인규 : 로스쿨 도입 자체에 대한 논란도 많았지만 로스쿨의 정원을 어느 대학에 줄 것이며 또 몇 명을 줄 것인가 가지고 굉장히 또 논란이 많았어요. 오히려 지방대학이 많아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이 불이익을 받았다 이런 식의 논란이 많았는데 로스쿨 배정에 참여한, 신청한 당사자 입장으로서 불만은 없으십니까?
최윤희 :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100% 만족이 안 되면 다 불만이지요. 그리고 물론 저희 같은 경우는 신청했던 인원수보다 적게 받은 건 사실입니다.
박인규 : 몇 명 신청하셔서 몇 명 배정됐죠?
최윤희 : 저희가 100명 신청했는데 40명 받았으니까 조금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꼭 그걸 그런 식으로만 보지는 않아요. 물론 40명 받은 것이 만족스럽다는 취지가 아니고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교육은 더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수정예니까 그만큼 맞춤식교육이 가능한 거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말 제대로 된 지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죠.
박인규 :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 법률실무를 배우기 위한 대학원 과정이고, 그 전에 법과대학이 있지 않습니까, 이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최윤희 : 법과대학도 당분간은 양립합니다. 금년에 로스쿨을 받은 대학들에 한해서는 마지막 법과대학 입학생을 뽑았습니다.
박인규 : 올해 뽑은 학생들이 마지막인가요?
최윤희 : 그렇죠. 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법과대학은 당연히 유지돼야지요. 그러니까 이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부는 그대로 가고, 가면서 내년에 로스쿨 신입생을 받으면 로스쿨과 법과대학이 양립하는 거죠.
박인규 : 법과대학이 나중에 올해 들어온 학생들이 졸업하면 정원에 대해서 그 정원을 대학 차원에서 활용하자는 논의들이 있다던데 건국대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최윤희 : 신문지상에 나는 말씀이죠? 저희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공론화된 건 아직 없습니다.
박인규 : 일단은 로스쿨을 제대로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 약간 더 큰 문제긴 한데 로스쿨 정원이 몇 명이 적당한 거냐. 현재 2000명이죠 전국적으로. 그런데 일반 시민사회에서는 법률서비스를 고려하면 너무 적다. 법조계에 계신 분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너무 줄인 거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현재 전체 2000명 정원에 대해서는 많다고 보세요 적다고 보세요?
최윤희 :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실 인원을 더 늘려 주셨으면 하는 게 거의 공통적인 바람일 겁니다. 그런데 아마 실무를 하시는 쪽에서는 지금도 법률시장이 포화인데 말하자면 이렇게 인원을 자꾸 늘려 뽑기만 하는 게 과연 능사냐 하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좀 더 장기적으로 서로 논의해서 좋은 방안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저희 학계 입장에서는 그래도 인원을 좀 늘렸으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입니다.
박인규 : 이제 곧 로스쿨 입학생을 뽑으실 텐데 우선 일반적으로 나오는 지적들이, 학비가 너무 비싸다. 1년에 2000만원 되는 데도 있고 3년 다 해서 여러 가지 포함하면 1억도 넘는다는 식의 불만 불평들이 나오고, 그러면서 이게 말하자면 돈 많은 사람만 다니는 거 아니냐는 식의 걱정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윤희 : 사실 그 우려도 전혀 무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죠. 3년이면 학비가 비싼 건 사실입니다. 다만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물론 저희 학교에 특정된 얘길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전원 장학금입니다. 상위 50%의 학생들은 전액 무료입니다. 그 나머지 학생들은 50% 감면입니다. 절반이죠. 그러니까 사실 나머지 학생들도 일반 학부 수준 정도의 등록금만 내면 되는 거죠.
박인규 : 또 그렇게 장학금을 많이 준다고 하니까 일각에서는 다른 대학, 학부에 줄 장학금을 뽑아서 거기에만 편중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불만도 나오는 것 같아요
최윤희 : 그런 건 아닙니다. 저희가 그건 이미 교과부에 자료도 다 냈는데요 기존의 학부의 장학금을 깎아서 하는 게 아니고 그건 그대로 다 두고 이만큼 추가로 하는 겁니다
박인규 : 그럼 로스쿨 가보시겠다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최근 로스쿨이 생기면서 로스쿨 입학을 위한 학원들도 강남 같은 데 생긴다고 해요. 특히 이미 직장에 가신 분들이 차제에 로스쿨이나 나와서 전문직도 하고 몸값도 높이자,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신다는데 이런 직장인들의 로스쿨 도전,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최윤희 : 그것도 사실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렇다면 교수님 입장에서 어떤 사람이 법률가에 적성에 맞다고 보십니까
최윤희 : 제가 생각할 때는 법률가는 꼼꼼해야 합니다. 치밀해야 한다. 왜냐면 법률문제라는 게 저희도 실무를 해보면 아주 사소한 한 가지 논점을 간과하거나 파악함으로써 사건이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치밀한 성격이 필요하고, 그리고 못지않게 강한 책임감을 요합니다. 이게 다른 의뢰인의 사건이지만 그걸 내 사건과 같이 생각하고 일해야 제대로 일이 됩니다. 사람이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 일이라고 생각해야 열심히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치밀함, 책임감이 가장 큰 덕목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리고 사회정의감이랄까
최윤희 : 그건 당연하죠. 그건 당연히 베이스로 깔아야 되고요
박인규 : 대충대충 하는 성격은 안 되겠군요
최윤희 : 그건 고치면 되겠지만 대충대충은 상당히 금물입니다.
박인규 : 언론 보도를 보니까 3년 동안 1억 학비를 쏟아 붓더라도 나와서 변호사가 되면 연봉이 억대가 되니까 말하자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보도들이 나와요. 어떻습니까?
최윤희 : 어느 직업이나 그렇지 않습니까. 성공적인 분이야 많은 보수를 받겠지요. 반면에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한 분이 있을 수 있죠. 이건 비단 법조계만이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이 마찬가지겠지요. 저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법률 전문직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부나 이런 걸 좇아서 이 직을 원한다기보다는 자기 적성에 얼마나 맞느냐를 생각하시기 바라고. 두 번째는 내가 이 일을 해서 보람을 느끼고 이 일에서 내가 전문가가 되겠다는 강한 일념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적성과 사명감. 특히 이게 왜냐면 다른 사람의 인생이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일이거든요. 일을 처리하는 법률전문가에게는 매일 처리하는 여러 건 중에 한 건일지 모르지만 그 일을 맡기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자기 인생에서 한두 번 밖에 없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걸 생각한다면 이 일 자체를 사랑해야 돼요.
박인규 : 8월에 입학시험이 있다는데 입학, 선발 절차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최윤희 : 일단은 리트(LEET) 시험을 보게 됩니다. 법학적성시험인데 이번 8월에 봅니다. 거기서는 얼마나 논리적이냐, 얼마나 사물을 보는 관점이 상식적이냐, 이런 것들에 대한 테스트입니다. 이건 법학지식을 보는 건 아니고 여러 과목에 대한 복합적인 지식을 모은 것을 일종의 고도의 테스트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인규 : 법률가적 소양이나 자질을 보는 거군요. 그것만 통과하면 시험 보는 겁니까?
최윤희 : 아닙니다. 영어시험성적이 필요합니다. 토플, 이런 시험성적들이 필요하고, 그리고 그것만 해서 되느냐 하면 학부 때 성적도 봅니다. 그런데 일단은 1차 판별기준은 그런 과목들인데 그것으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거기다 각 대학별로 2차 관문을 치러야 됩니다.
박인규 : 대학마다 다른가요?
최윤희 : 조금씩 다릅니다. 개략적인 건, 2차는 아무래도 조금 심층논술 형태로 들어가고 아마 집중면접 같은 것도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희도 구체적인 안을 확정한 건 아닙니다.
박인규 : 25개 대학이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를 뽑을까 고민하고 있는 단계군요. 최종 확정되는 건 언젭니까?
최윤희 : 대략 저희는 아무래도 연말 정도까지는 확정되리라고 봅니다.
박인규 : 로스쿨이란 것이 실무능력과 사명감을 갖춘 우수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거라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25개 로스쿨이 상호 협력해서 공통의 프로그램이라든가 국내 유수의 로펌 아니면 관련 기업들과의 상호 연계, 말하자면 현장교육 같은 게 필요하지 않냐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는데 혹시 그런 계획 있으십니까?
최윤희 : 저희는 지금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를 이미 만들었어요. 25개 학교들이 협의회를 설치해서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도 그렇지 않아도 저희 나름대로 활발하게 의논하고 있고,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학교 같은 경우 국내의 큰 로펌들과 이미 서로 결연을 맺었습니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나 신한은행 등등 주요 여러 관련 기관들과도 이미 협약해 놓은 상탭니다.
박인규 : 다들 많은 준비를 하고 계시군요.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검사 8년에 변호사 7년, 판사 겸 교수로 1년, 본격 교수로 4년째, 굉장히 화려하신데 비결이 있습니까?
최윤희 : 저는 그런 질문 받으면 굉장히 곤혹스러워요 사실은. 화려하다는 표현이 과연 맞는지도 모르겠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 전직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인들 전직을 많이 하고 싶어 했겠습니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요. 글쎄 저는 어차피 사람이 계획을 세워놓고 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직업이나 인생경로는. 그래서 제가 뭘 계획을 세워서 했다기보다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검사, 변호사, 판사 겸 교수를 거쳐 교수가 되셨는데 아무래도 교수가 제일 맘에 드셨던 모양이죠?
최윤희 : 지금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지금은 그렇다고 말씀드려야겠지요
박인규 : 각자 좀 차이가 있나요? 검사 일과 변호사 일과 교수 일의 차이, 간단히 요약이 됩니까?
최윤희 : 조금 길어질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그 네 가지 일을 다 사랑했어요. 지금 교수 일도 굉장히 좋아하고. 그런데 조금씩 달라요. 검사 일은 굉장히 자기가 우선권을 쥐어야 됩니다. 말하자면 먼저 자기가 뭐든 찾아내야 됩니다. 찾아내서 말하자면 일종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해나가는 면이 있고. 변호사라는 직업은 말하자면 내가 그 사람이 되어야 됩니다. 제가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됩니다. 그리고 저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 감사했던 건 제가 공직에만 있었으면 보지 못했던 무대의 뒷면을 봤다는 점에서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법연수원을 갔는데 사실 판사... 직은 받았는데 재판은 안했어요. 사법연수원 교수로만 1년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사실상 가르치는 일을 했죠. 그런데 곁에서 보는 법원의 판사 분들을 보면 판사직은 학자의 길과 실무자 길의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록을 보고 많이 판단하셔야 되니까. 그리고 학자로서는 학생들 가르칠 때 굉장히 저는 좋아요.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면 자라나는 게 정말 보이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오늘 저 학생들에게 좋은 말 한 마디를 해줌으로써 그 학생들을 잘 자라게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굉장히 보람을 느끼죠.
박인규 : 사법시험 여성 동기생 중에서 검사를 유일하게 지망하셨다던데, 그 당시 굉장히 공격적이셨던 모양이에요 성격이
최윤희 : 공격적인 건 아니고요
박인규 : 적극적이라고 말해야 되나? 최초의 여검사는 아니시죠?
최윤희 : 네. 제가 네 번째에요. 지금 조배숙 의원님 그분들이 1세대고, 현직에 계신 조희진 선배와 제가 두 번째죠. 그런데 제가 검사를 택했던 건 사법연수원 시절에 현직실무 수습을 나가거든요. 그때 검찰을 가보니까 제가 직접 사건 수사를 해보니까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제가 직접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저한테는 적성에 맞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적극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인규 : 여성으로서 법조계에서 승진이라든가 하는 데서 어려움 같은 건 없었습니까?
최윤희 : 사실 가장 불평등이 없는 직역이 사법계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래서 아마 요즘 여학생들이.... 제가 해볼 때는 가장 정말 여성의 불평등이 가장 없는 부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남녀차별이 가장 없는 데가 사법계고. 일로서도, 이런 걸 가른다는 게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이 법조일을 하는 게 적성에 맞는다고 보세요?
최윤희 : 저는 사실 일의 영역으로 여성들이 그렇게 못할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을 써야 된다면 남성보다 힘이 약해서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닌 다음엔 대부분의 직역에서는 이제 이미 남녀 구분은 거의 없는 상황이죠.
박인규 : 제가 구시대적인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많은 여학생들이 로스쿨에 도전해 보겠다는 학생들이 늘 것 같은데요, 어차피 아주 좋은 법률가 인재들을 널리 구하시는 입장이시니까, 마지막으로 법조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나 그런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윤희 : 아까도 제가 사실 잠깐 말씀드렸는데요, 법률가의 직업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나의 도를 이루는 직업이다,
박인규 : 도 닦는다 할 때의 도
최윤희 :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은 자기를 잘 갈고 닦아야 됩니다. 그리고 법률일이라는 게 다른 사람의 인생사에 결국 자기가 끼어들어가거든요. 그러려면 자기가 먼저 잘 정리정돈이 돼 있지 않으면
박인규 : 스스로 인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윤희 : 그렇죠. 그러지 않으면 그 분들에게도 폐를 끼치고 자기도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완벽한 인간이라서 이런 말씀을 감히 드리는 건 아니고요, 다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제가 후학들에게 얘기한다면, 그렇다면 먼저 자기를 잘 갈고 닦는 연습을 해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제가 또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법조인이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신분이 상승된다거나 이런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에 가치를 두지 마시고 내가 하나의 전문가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검사, 판사, 변호사를 법조 삼륜이라고 한다던데 다 거치신 선배 입장에서 널리 좋은 인재를 구해서 우리나라 법률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최윤희 : 정말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건국대 법대 최윤희 학장을 초대해 여성 최초 로스쿨 원장으로서의 포부와 로스쿨 배정 이후의 남은 과제와 성공적인 로스쿨 정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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