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시도한 정상근 군입니다. 정상근 군은 1984년 서울 출생으로 97년 열네 살 때 이미 나 홀로 전국 여행을 감행해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중학교 겨울방학 때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충남 보은에서 양계장 생활을 하기도 하고 동학농민혁명지 무전여행을 비롯해 비전향장기수 분들과 함께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98년, 화정중학교 학생회장 및 전국 모범학생으로 교육부 장관 상을 수상했고 2003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이후 군복무를 마친 2006년 7월부터 1년 동안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세계여행을 했고 지난 4월 세계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담아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출간했습니다.
박인규 : 만나서 반갑습니다. 1년간 세계여행을 한 건 작년에 마친 거죠? 책을 올해 낸 거고... 정확하게 언제 떠나서 언제 온 건가요?
정상근 : 네. 여행을 시작한 건 2006년 7월 21일 시작해서 정확히 1년 동안, 2007년 7월 20일까지 여행했습니다. 2006년이 제가 군을 제대한 해인데요, 제대한 다음 바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박인규 : 정확하게 365일을 했군요. 일부러 맞춘 건가요?
정상근 : 꼭 그런 건 아니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나는 날에 맞춰서 입국했습니다.
박인규 : 그럼 몇 내 나라에 다녀온 건가요?
정상근 : 크게 네 개 대륙을 여행했는데 오세아니아, 아시아, 유럽, 중동지역을 여행했습니다.
박인규 : 30개국. 그런데 우선 80만원으로 떠났다는 게 좀 실감이 안 나는데, 어떻게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하실 생각을 했어요?
정상근 : 어머니께서 제가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셨어요. 그도 그럴 게 제가 어릴 적 틈만 나면 뭔가 색다를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 처음이 중학교 1학년 14살 때 전국여행을 시작으로 해서 양계장생활과 동학농민혁명지 무전여행 등을 통해서 학창시절에 다른 것들을 도전해 봤는데 크게 돈으로 꼭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큰 선물들을 얻어 왔기 때문에 이번 여행도 돈은 없어도 분명 무언가 큰 선물이 있을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80만원이면 미국 같은 데 왕복 비행기 삯도 안 되는데 어떻게 1년간 해외여행을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원래 처음부터 80만원만 가지고 떠나자 생각하신 건가요?
정상근 : 꼭 그런 건 아니고 제가 군을 제대한 후 갖고 있는 게 전 재산이 80만원이었습니다. 제대할 때 받은 돈과,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용돈 모은 것을 합쳤을 때 제가 가진 돈이 80만원이었습니다.
박인규 : 전 재산이었군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80만원으로 세계여행 간다고 했더니
정상근 : 부모님께서는 오히려 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는 편이었습니다. 왜냐면 중학교 1학년 때 제가 처음 여행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여행이 단순히 제게 견문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소극적인 저를 변화시키는 창구라고 생각하셨고, 또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서 제가 얼마나 이 여행을 꿈꿔왔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오히려 세상에 한 번 나가서 도전해 봐라, 많은 걸 느낄 거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박인규 :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많이 들어봤지만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은 재밌는 시도인데 어떻게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이 가능했습니까? 80만원만 갖고는 안 되겠죠
정상근 : 정확히 얘기하면 80만원으로 시작된 세계여행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 여행경비를 마련했습니다.
박인규 : 워킹홀리데이라는 게 뭡니까
정상근 : 정부 간 협정을 통해서 국가 간에, 만 30세 미만 청년들에게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부여하는 겁니다. 그 비자를 취득한 사람은 타 국가에서 일할 수 있고 그 돈을 바탕으로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제돕니다. 호주에서 제가 5개월 정도 체류했는데 4개월 좀 넘는 기간을 여행경비를 마련했습니다.
박인규 : 주로 어떤 일을 했습니까?
정상근 : 처음에는 의사소통도 불가능할 정도의 영어실력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많지 않았습니다. 접시 닦는 것 그런 것부터 해서 처음에는 한국레스토랑이 비교적 영어를 못해도 일하기 쉽기 때문에 거기부터 시작해서 일본 레스토랑에서도 일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영어실력도 늘어서 대화나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호주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데서도 일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에는 호주 시드니에 있는 가장 큰 공연장에서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는데요, 통상 하루 세 개의 일을 병행했습니다. 일이 많은 날은 새벽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 17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박인규 : 투잡이 아니라 쓰리잡을 하신 거네요
정상근 : 쓰리잡이고 가끔은 포잡까지도,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요. 처음 갈 때 말씀드린 것처럼 80만원, 그 당시 환율로 호주 돈 1000달러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4개월 조금 넘게 일하고 제가 총 번 돈이 14000불이었습니다. 14정도에 해당하는 돈으로, 한국 돈으로 한 1200만원 되는 돈을 아르바이트로 벌었습니다.
박인규 : 아르바이트 하시면서 어려웠던 일은 없었습니까?
정상근 : 물론 의사소통에서 오는 어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처음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매니저가 일주일에 몇 일 일할 수 있냐 물어봤습니다. 그걸 잘 알아듣지 못해서 yes yes 제가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당연히 결과는 불합격이었고. 그런 것들을 시작으로 해서 외국인들에게 말을 하고 그런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데서 어려움이 있었고, 또 하루 17시간 일하다 보니 하루 4시간도 못 자는 날도 부지기수였고, 그런 부분이 처음엔 힘들었습니다.
박인규 : 워킹홀리데이라는 게 가서 일하고 돈도 벌고 그 돈으로 여행도 하고 굉장히 취지는 좋은 것 같은데, 언론보도 같은 거 보면 약간 부작용도 많이 있다고 해요. 어떻던가요?
정상근 : 워킹홀리데이만 간다고 해서 사실 모든 게 다 성공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볼 때 언론에서 공개했듯이 조금 잘못되는 모습도 봤습니다. 워킹홀리데이 자체 취지는 좋지만 잘못 활용되는 예가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은 처음 가실 때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내가 거기 가서 뭘 이뤄내겠다, 그런 게 정확히 정립돼야 워킹홀리데이도 의미있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여행국가, 어디어디를 가야겠다, 이런 건 어떻게 정하신 거예요?
정상근 : 중학교 때 여행 이후 제 방에 가장 큰 상징으로 큰 세계지도를 하나 붙여왔습니다. 언제나 세계지도를 보면서 꿈을 꿨는데요, 세상은 넓고 가보고 싶은 곳은 많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어디를 가보고 싶은가에 대해서. 호주에서 크게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워킹홀리데이로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호주여행도 하고 외국문화도 접해보고 영어 문제도 해결하자. 그래서 호주를 처음 목적지로 선택했고 그 이후에는 인도를 목적지로 했습니다. 인도 하면 떠오르는 몽환적이고 사색적이고 사람들이 종교적일 것 같은, 어떤 시인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영혼의 안식처다. 저도 그곳이 너무나 가보고 싶었습니다. 인도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산들의 고향인 네팔에서 산에 올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의 대표라고 할 수 있고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낭여행객이 찾는 유럽에 저도 가보고 싶었고요.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은 저는 사실 그 지역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 지역을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은 내가 너무나 모르기에 나와 다른 삶의 방식,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중동지역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박인규 : 인도 네팔을 시작으로 해서 유럽을 한 바퀴 돌고 북아프리카로 해서 중동으로 해서 온 거군요. 한 7개월 동안 여행한 거네요. 다니면 우선 걱정되는 건 혹시 위험스러운 경우는 없었나요?
정상근 : 아무래도 그런 일도 있었는데요. 인도 공항에 내렸을 때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선배 여행객들이 저에게 조언해 줬습니다. 인도에 밤늦게 절대 공항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에 무작정 나왔습니다. 나와서 걷고 있는데 제가 순식간에 건장한 남자 네 명에게 둘러싸여서 어딘가로 서서히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박인규 : 납치범인가요?
정상근 : 그런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저쪽에서 신라면 라면박스가 지나가는 겁니다. 아, 한국분이구나 생각이 들어서 소리를 지르고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그 분이 현지에 계시는 분이었고, 그 분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저는 여행할 때 느끼는 게 하늘이 나의 여행을 돕고 있나, 아니면 누가 요술봉을 들고 나를 따라다니면서 도와주고 있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만난 분들의 도움으로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슴 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1년간 단신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게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일인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4개 대륙을 다니면서, 다 나름대로 특징도 있고 특색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아요?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
정상근 : 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인데요, 정말 사람들 북적대던 시장이나 네팔의 설산이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나, 너무나 아름다운 데가 많고 제게는 다 아름다웠거든요. 여행지는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듯이 너무 좋았는데 굳이 말씀드리자면
박인규 : 베스트 3만 고른다면
정상근 : 네팔의 설산이 너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안나푸르나 설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 같은 경우가 제가 처음으로 대자연을 만나고 하얀 스케치북 같은 대자연과 제가 처음 대화를 나눈 곳입니다. 제가 그곳에 대해서 오랫동안 계획을 세우고 8일 동안 산행을 했는데 베이스캠프를 불과 두 시간 앞에 두고 폭설로 인해 정상을 밟지 못했습니다. 미완의 등반으로 끝났는데요 엄홍길 대장님이 말씀하신 게 있더라고요. 자신은 여태까지 한 번도 산을 정복해 본 적이 없다. 자연이 잠시 자신의 방문을 허락해 준 것이다. 그런 것들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도 생각하게 됐고 가족여행을 한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네팔입니다. 눈에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밟고 서 있는 땅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장관이었는데요 일단 저희 부모님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박인규 : 한 군데 더 꼽아주신다면
정상근 : 이탈리아도 너무 많이 기억에 남고. 우연히 여행 중에 만난 분을 따라서 사르데냐라는 섬마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또 생각지도 못한 분들을 만나게 되고 소박한 사람들과 추억이 생기면서, 이탈리아 사르데냐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사람들이 좋았다. 또 한 군데 더 있을까요?
정상근 : 너무너무 많은데요, 벨기에도 그랬고 핀란드, 중동의 시리아도 그랬습니다. 이런 곳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저는 사람들을 만난 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여행은 만남이라도 같은 곳을 가더라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다른 추억으로 새겨지는 이유는 바로 만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곳들의 공통점은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겁니다.
박인규 : 핀란드 쪽에서도 상당히 좋은 분들을 만났다던데 인연을 소개해 주실 만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정상근 : 여행을 통해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런 인연들인데요, 핀란드에서는... 호주에서 저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핀란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절 초대해서 핀란드에 가고 있었습니다. 가는 밤배에서 어떤 노부부 교수님들을 만났는데요, 그 분들과 한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고 그 분들이 제가 아무래도 행색이 궁한 배낭여행자로 생각하셨던지 선뜻 아르바이트 할 생각 없냐고 제안하셨습니다. 도서관 같은 곳에서 서재를 정리해 주고 그런 간단한 일을 하루 서너 시간도 안 되게 일했는데 하루 100유로, 지금 우리 돈으로 16만원이 넘는 돈을 주시고...
박인규 : 시간 당 한 5만원 주신 거네요.
정상근 : 그렇습니다. 그 분들과는 아직도 연락이 되고 그래서 제가 핀란드에 사시는 제2의 부모님이라고 말하는데요.
박인규 : 그 분들은 말하자면 정상근씨한테 여행경비를 보조해 주고 싶은데 그냥 주면 뭐하니까 호의를 베푸신 거군요
정상근 : 네. 그 분들이 너무 많이 기억에 남고. 또 제가 벨기에를 여행할 때의 일이었는데, 그때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유럽은 3월인데도 생각보다 많이 춥더라고요. 두꺼운 재킷도 하나 갖고 있지 못했고. 걷다가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길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작은 상점에 비를 피하러 들어갔습니다. 그곳 주인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제 모습을 보시더니 일단 앉으라고 하시더니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시더라고요. 그걸 먹으면서 그 분과 한참 얘기를 하고, 날씨가 개서 감사하다고 작별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상점을 한 10분만 봐주실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알겠습니다 했더니 10분 후에 쇼핑백을 들고 오셨어요. 저한테 선물이라고 주셨는데 이게 뭘까 열어보는 순간 제가 정말 놀라서 기절할 뻔했습니다. 그 안에 값비싼 브랜드의 두툼한 재킷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분께서 이 세상 부모 마음은 똑같다고 건강하게 여행 마칠 때까지 좋은 경험 하고 가라고 선물을 주셨습니다.
박인규 : 그 분과도 연락을 하나요?
정상근 : 네. 그 분과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세상에 어떻게 보면 마음 따뜻하신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인도나 네팔, 영혼의 나라라니까, 유럽은 또 세계 선진국들이 모여 있으니까.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택한 이유는 뭐에요? 이슬람권인데, 또 많은 사람들은 테러... 위험하다고 생각할 텐데.. 어떻게 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상근 : 저는 하나 믿고 있는 게 제가 알기 전까지... 그리고 제가 그곳을 보고 한 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도 분명 제가 선입견을 갖고 있었을 때 여행을 다녀온 후 그 선입견이 많이 깨지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인도에서도 그랬고, 실제로 가서 내가 뭔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중동을 택했는데 지금 생각할 땐 너무나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중동의 어느 나라에 갔습니까? 요르단?
정상근 : 요르단이나 시리아나
박인규 : 북아프리카는 어딜 갔나요? 이집트?
정상근 : 네, 이집트... 터키 이쪽으로 올라왔습니다.
박인규 : 가보니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정상근 : 저는 인간의 따뜻함은 기본적으로 똑같다고 보고요. 그리고 그분들 같은 경우는 제가 처음 느꼈던 광신도들의 이미지보다도, 물론 종교에 되게 심취해 있고, 그들에게 종교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삶입니다. 우리처럼 다른 종교가 아닌 경제 정치 문화 다 모든 것이 연관돼 있다고 하는데요, 신앙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화로 말씀드리면 여행을 하면서 얼굴이 너무 많이 탔습니다. 그래서 거기도 저는 현지에 가면 현지 옷을 입고 현지 음식을 먹는다는 철학이 있어서 현지 옷을 입고 다녔는데 얼굴이 까맣고 모자까지 똑같은 거 쓰고 이슬람옷을 입고 다니니까 제게 아랍말로 사람들이 길을 묻고 이럴 정도였어요. 너무나 다 챙겨주고 병원 의사선생님 같은 경우는 명함을 주면서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하라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따뜻한,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이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정말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행은 제가 전체 국가를 다녀온 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안전하다고 말씀드릴 순 없는 것 같지만, 여행갈 때 그래도 최소한의 긴장은 당연한 거고 사전조사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어느 구역이 위험하고 이쪽에서 조심해야 될 게 무엇인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철저히 사전 숙지를 한다면, 그리고 예를 들어 테러가 있는 분쟁지역은 당연히 위험하겠지요. 그런 게 아니라 철저히 사전준비를 통해서 어떻게 행동해야겠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렇게 걱정하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딱 1년 동안 돈도 벌고 30개국을 여행도 했고 돌아온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여행을 통해서 어떤 걸 얻은 것 같아요?
정상근 : 여행이 저에게 정말 큰 가르침을 줬는데요, 수백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인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영어울렁증을 치료해 준 걸 수도 있고, 이제 어디 가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 것보다 가장 큰 선물은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가 먼저 이기고 올라가야 내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먼저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은 함께할 때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살 때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몸으로 깨달았다. 참 좋은 공부를 했네요
정상근 : 네. 그래서 제가 중학교 1학년 여행을 갔다온 후로 가훈을 새로 만들었는데 '사랑하며 더불어 살자'.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눈, 제 가치관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80만원으로 세계여행. 이 책이 나온 지가 두 달 넘은 것 같은데 많이 나갔어요?
정상근 : 저도 정확한 집계까지는 모르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인규 : 이 책 인세 받으면 어디다 쓸 겁니까?
정상근 : 인세는 전액 기부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제3세계권 아동들에게 기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별다른 것보다 제가 빈손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얻어왔습니다. 그런 것들을 제가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학생으로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이 책의 인세라도 기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전액입니까?
정상근 : 전액 기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사서 보시면 80만원으로 세계여행하는 비결도 배울 수 있고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도울 수도 있는 거네요.
우리가 알뜰여행 노하우에 대해서는 말을 좀 안한 것 같아요. 호주에 처음 갔을 때 책을 보니까 부모님이 편도 비행기표를 하나 끊어 주셨고 본인의 전 재산인 80만원을 갖고 떠났는데 약간 겁나지 않았어요? 어떤 준비를 했습니까 가시면서...
정상근 : 저는 똑같은 것 같아요. 큰 준비보다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이다라는 계획을 먼저 세우기 시작했는데요. 80만원으로 세계여행 하니까 아무런 준비 없이 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돈 빼고는 다 준비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나머지 준비가 어떤 건가 그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정상근 : 여행에 대한 준비를 했는데요, 처음에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그 나라 상황이 어떻고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습득했고요. 또 먼저 다녀오신 분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많이 활동하고 계신데 그런 것들을 통해서 정보를 많이 습득했습니다. 일자리는 어디서 많이 구할 수 있고 여행은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지, 그런 기본지식 습득을 바탕으로 일도 하고 여행도 했습니다.
박인규 : 미리 일자리를 얻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디 가면 일자리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자리는 이거다 이런 것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알아야 된다.
정상근 : 그런 정보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여행을 하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여행을 시작하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어찌됐던 여행을 하면 가서 보고 그래야 되기 때문에. 그런데 저는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아까 말씀드린 사전정보를 통해 바가지쓰지 않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숙소나 이동비, 먹는 돈을 좀 아끼는 게 여행경비 절감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지에 가면 철저한 현지인이 되자 생각했습니다. 인도 같은 경우도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 한 끼에 300원 500원이면 충분합니다.
박인규 : 현지인들이 먹는 것하고, 예를 들면 흔히 가면 햄버거 같은 거 먹자, 그런 것보다 싼가보죠?
정상근 : 훨씬 저렴합니다. 인도 같은 경우는 많게는 10배에서 20배 차이가 나기도 하고요./
박인규 : 음식은 현지식으로 좀 싸게 먹는다고 치고, 숙소나 이동비는 어떻게 절약할 수 있어요?
정상근 : 숙소는 일단 발품을 팔아서 저는 지역에서 가장 싼 숙소에만 거의 머물렀습니다. 대부분 밤기차를 이용해서 이동시간도 줄이고 숙소값도 절약했습니다. 실제로 유럽 같은 경우는 숙소비도 너무 비싸고 그래서 밤차로 이동을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했습니다만, 1년간 세계여행을 하려면 아주 구체적으로는 예를 들면 텐트라든가 먹고 자고 입는 옷, 이런 준비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정상근 : 지금 제가 또 하나 나름대로 생각한 게 저는 짐을 많이 갖고 갈수록 마음의 짐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가장 무거운 게 5kg이라는 제한선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5kg이면 옷 몇 벌이면
정상근 : 네. 저는 현지에 가서 싼 옷 사 입겠다 이런 마음으로 티셔츠 두세 개. 속옷, 간단한 세면도구... 그렇게 준비해 가서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고 그렇게 사용했습니다. 짐이 24시간 갖고 다녀야 되기 때문에 무거울수록, 그게 1kg 무거우면 몸에는 10kg, 100kg 무겁거든요. 가장 간단히 준비해서 떠났습니다.
박인규 : 좀 불안하지 않아요? 그렇게 짐이 적으면. 하다못해 먹을 거라도 갖고 다녀야 될 것 같은데
정상근 : 먹을것은 갖고 다닌 게 딱 하나 있는데요, 여행하다 만난 한국분께서 주신 라면 이외에는 다 현지에서, 사실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충분히 먹을 게 있고 꼭 내가 새로운 걸 보러 여행까지 가서 갖고 있는 것들에 집착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볍게 떠날수록 많을 걸 담아온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들은, 여행정보나 마음가짐, 열정 이런 것은 충분히 준비하시되 가지고 떠날 것들에 대한 부담감은 좀 줄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준비물보다는 마음의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그런 얘기 같네요. 정상근씨는 스스로 독창적으로 돈도 벌고 여행도 다녀왔어요. 요즘 젊은 친구 중에서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꼭 1년까지는 아니더라도 6개월 3개월, 나이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못다 하신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정상근 : 흔히 세계여행 하면 거창한 계획과 엄청난 돈뭉치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여행은 돈이 꼭 차고 넘쳐야, 아니면 영어가 유창해야 되거나 시간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족한 돈 대신 열정을 채우시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자신이 왜 어디를 가고 싶은가, 자신에게 맞는 여행을 실행해 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무슨 계획 세우고 계십니까?
정상근 : 앞으로에 대해서도 여행 이외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요. 제가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은 물론 여행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아프리카 국가나 제3세계권에서 봉사활동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린 게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했는데 아직 아름답지 못한 세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인도도 그랬고, 온 가족이 일해서 하루 500원도 못 벌고. 아니면 예닐곱살의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귀여움 받아야 할 아이들이 구걸부터 배우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직 내가 세상에서, 그동안 받은 사랑들을 베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국제구호단체나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해서 이 세상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박인규 : 앞으로도 여행 많이 하시고, 인생은 정말 살기 좋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것들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상근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의 저자, 명지대 정상근 군을 초대해 1년 동안 전세계를 돌며 그가 느낀 여행의 즐거움과 그만의 알뜰 여행 노하우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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