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는데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리학자이자.. 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에 앞장선 실천적 과학사상가,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갈등은 '개발주의 가치관과 생태주의 가치관의 충돌'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를 초대해, 우리 사회의 갈등의 핵심과 그 해법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숩니다. 장회익 교수는 1938년 경북 예천 출생으로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원과 루이지애나대학교 방문교수를 거쳐 30여 년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학문적 관심 분야로 물리학 이외에 과학이론의 구조와 성격, 생명문제, 동서학문의 비교연구 등이 있고 2003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한국의 자생이론가 20명 가운데 자연과학자 중에서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이분법을 넘어서 : 물리학자 장회익, 철학자 최종덕의 통합적 사유를 향한 대화 > 그리고 최근에 나온 <공부도둑>이 있습니다.
박인규 :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회익 교수께서는 물리학자시기도 하지만 온생명이론이라고 해서 생명부분, 우리의 통합적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모시게 됐는데, 우선 지금 나라가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이른바 광우병쇠고기 미국산 쇠고기에서 촉발된 촛불집회가 벌써 3개월째 되고 있고 최근에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까지 나서서 미사도 드리고 법회도 여는데 지난 3개월 동안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논란 보시면서 어떤 생각 드셨습니까?
장회익 : 정부가 국민생명에 위협이 되는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생명의 위협에 더해서 국가와 국민의 주권문제가 걸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촛불 자체로 보자면 한편으로는 국민과 정부가 끝없이 평행선을 걷고 있다는 데서 참 안타까움을 느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방식을 마련했고 앞으로 이것이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식으로 정착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박인규 :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쇠고기 수입 문제는 한미FTA와 관련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가서는 한미FTA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쇠고기 문제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한미FTA를 통한 통상이익이 크기 때문에 광우병 위험이 좀 있지만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말하자면 생명이냐 통상이익이냐의 대결이거든요. 선생님께서도 개발주의 대 생태주의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그런 양상을 볼 수 있는 건지
장회익 : 근본적으로 통상이라는 것 자체가 나쁠 건 없지만 사실 그건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특히 먹는다든가 직접 생활하는 것은 우리 주변 가까운 거리에서 되도록 자급자족하고 되도록 원거리에서 옮기는 것이 생태적으로도 썩 좋은 건 아니다. 사실 거기에는 생태적 문제만 걸려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강대국과 우리 같이 힘없는 나라가 그렇게 자유롭게 터놓을 때 우리한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있겠죠. 저는 어쨌든 쇠고기 문제도 그렇고 FTA문제도 훨씬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봅니다.
박인규 : 광우병이라는 게 프리온이라는, 변형 프리온이라고도 하고, 희한한 단백질 때문에 생긴다는데요. 물리학자이시긴 합니다만 물질의 기본구조도 공부하는 분이시기 때문에, 광우병이라는 게 왜 생겼으며, 어떻게 보십니까?
장회익 :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학자들 얘기도 많이 있겠고. 저는 더 기본적으로는 생태계 교란과 관계가 있다. 생명의 긴 역사를 통해서 생태적인 질서가 마련돼 왔는데 근래 우리가 생산을 대량화하기 위해서 생태계 질서에 역행하면서 무리하게 생산소비체계를 지향하는 데서 결국 불가피하게 빚어지는 부작용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의 내장, 다 먹지만 유럽인들은 내장을 버리는데 그게 아까워서 다시 먹이다 보니 생겼다는 거 아닙니까? 그걸 말하자면 생태계 교란, 역행으로 보시는 건가요?
장회익 : 그렇죠. 소가 정상적으로 먹고 자라는 여건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많은 고기를 얻겠다든가, 이런 걸 하다 보니 무리한 먹을거리를 주고, 그런 데서 나오는 걸로 보는 거죠.
박인규 : 광우병도 생긴 지가 한 20년 남짓... 전 세계에서 처음 생긴 거고 최근에는 조류 인플루엔자다, 새로운 질병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것도 생태계 교란, 역행, 이런 것 때문이라고 봐야 됩니까?
장회익 : 꼭 그거 하나로만 찍을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어쨌든 최근에 생태계적인 교란이 많이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불안이 증가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이 하나 생기면 그것 나름대로 그걸 위한 해결방책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더 기본적으로는 자꾸 생태계에 역행하는 인위적인 걸 하는 데서 오는 위험성, 그 자체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박인규 : 광우병 같은 걸 보면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이 소 내장을 그냥 버리기 아깝다. 이걸 잘 갈아서 먹이면 사료값이 절약되는데, 그래서 시작된 거 아닙니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생태가 중요하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개발이익, 예를 들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뉴타운 얘기 같은 거 보면 개발 얘기에 많은 분들이 홀딱 넘어간다고 할까요. 생태냐 개발이냐의 대결에서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태보다는 개발 쪽에 관심이 있지 않은가 싶은데 그걸 생태 쪽으로 옮길 수 있습니까?
장회익 : 그건 비단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고 지금까지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통해 생존해왔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생활여건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가난이라든가 어려움을 벗어날까. 이것이 문명의 주된 흐름으로 왔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과학기술이 여러 쪽으로 나오다 보니까 우리가 과거엔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막 해볼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물질적 풍요는 상당히 얻었고, 반면에 새로운 위험성이 닥쳤는데 이것이 인간에게 직접 위험이 되는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문제가 걸려 있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아, 이건 우리가 잘못 가는 거다, 이래선 안 되겠다 하는 각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지금 우리 국민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과거에 우리가 좀 더 개발하고 좀 더 개선해서 우리한테 더 살기 좋은 여건을 만들자, 이것이 주류로 지금도 깔려 있습니다만... 최근에 보니까 생명에 위험이 온다. 이번 쇠고기 문제 같은 건 직접 내 생명에 위험이 오지 않느냐, 이런 것이고. 사실 그걸 떠나서도 우리 주변 생태계에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하고 있고 파손하고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고,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 이래선 안 되겠다 하는 의식이 지금 상당히 싹트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선생님께서는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서 그런 생태적 삶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어떤 각성을 보신 거군요
장회익 : 그것이 깊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1차적으로는 위험성에 몸이 닿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지만 그 위험성 확률로 보면 그렇게 큰 거 아니다. 하지만 그 얘기가 안 먹혀들어가는 이유는, 그것만 보는 게 아니다. 이러한 방향이 결국 우리의 직접적인 건강뿐 아니고 생명의 바탕을 해치는 길이다... 이런 불안이 그 밑에 깊이 깔려 있어요
박인규 : 문제는 많은 분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으면서 도덕성보다는 우리 좀 잘 살게 해다오 하는 염원으로 압도적인 표차로 뽑았고. 실제로 이번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개발, 성장지상주의 같은 성향이 있으시고,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놓고 충돌이 생겼는데 앞으로도 생태적 삶을 바라는 일부 국민들과, 개발을 바라는 국민도 있을 테고, 또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 개발을 지향할 텐데... 이런 갈등들을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겁니까?
장회익 : 당분간은 어려울 겁니다. 당분간 어려운데, 그러나 우리가 정말 잘 사는 길이 뭐냐 하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개발하는 것도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 하자는 건데 과연 그렇게 하는 게 더 잘 살 수 있는 거냐.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정말 잘 사는 길이냐에 대한 깊은 숙고를 하는 계기를 우리가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우선 당장은 이것이 경제적 또는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더라도 여러 가지 다른 상황을 고려해서 정말 안전하게 서서히 진행해나가는 이런 쪽의 자세를 보여야 되는데, 정부에서 아마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바꿔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박인규 : 잘 산다는 게 아직까지는, 노무현 정부 때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이명박 정부에서는 4만 달러까지 나왔는데... 과연 수치로 가능한 것이냐, 그런 데 대한 우리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 모셨으니까 다른 얘기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최근에 공부도둑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일종의 자서전으로 알고 있는데 스스로를 공부도둑으로 칭하신 겁니까?
장회익 : 그렇죠. 말하자면 공부도 일종의 도둑이다. 도둑이라는 게 남의 물건을 자기 것으로 가져오는 건데, 앎이라는 학문이라는 창고에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놓은 많은 학문적인 보물들이 있는 게 그걸 훔쳐서 내것으로 하고 싶다. 다른 도둑과 다른 게, 다른 도둑은 훔쳐가면 없어져 버리니까... 이기적인 것만으로 돼서 문제인데, 이것은 아무리 훔쳐가도 그건 그 자리에 있고 나는 나대로 활용하는 이런 면에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도둑. 이런 의미가 되겠죠. 사실은 도둑이란 표현을 굳이 거기 붙인 이유는 강희맹 선생이라고 옛 선비가 우리 공부하는 걸 도둑에 비유해서, 도둑도 제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도둑을 해봐야 그 일에 능숙해진다. 공부도 자기 힘으로 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냥 도둑이란 표현을 써봤죠.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을 보니까 교수님 어렸을 때는 할아버님이 말하자면 공부는 뭣하러 하냐, 그런 엄한 명이 있어서 정규 교육을 못 받으셨고 초창기에는. 그래서 송아지 꼴 베러 갈 때 책을 들고 가셨다는데, 그런 정규적인 교육을 못 받게 된 환경이 오히려 더 앎에 대한 욕구랄까 그걸 더 키운 건가요?
장회익 : 저는 묘하게 할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의 영향을 함께 받았는데 그 영향이 사실 정 반대에요. 작고하신 저희 아버지는 혼자서 책을 많이 보고 공부 많이 하신 분이에요.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공부라는 게 중요한 건가보다. 나도 좀 저런 거 빨리 알았으면 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한 취향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거든요. 공부를 즐기기도 하고, 그래서 나름대로 성과도 비교적 많이 얻었다고 할까. 그런데 할아버지는 정반대 입장이에요. 집에도 농사가 있고 하니까, 집에 앉아서 농사나 잘 지을 거지 그까짓 거 해서 뭐하느냐 하는 생각에 학교를 중단시켜 버렸어요. 초등학교를 졸업을 못하고 그러니까 내가 혼자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혼자 책 읽고 혼자 공부하는 습성을 들인 건데 이게 그 당시에는 참 몹시 불만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이 내가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준 게 아닌가. 아버지는 자기가 공부를 할 마음을 나한테 심어줬기 때문에 도움을 줬고,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어려움을 가해 줬기 때문에 그걸 내가 이겨나가는 경험을 쌓는다든가, 특히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는 데 도움을 주셨다. 결국은. 두 분이 결과적으로 내 공부에 아주 큰 중요한 기여를 하셨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개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은 인문 사회 계열로 많이 간다는 게 일반적 상식인데 어떻게 물리학을 택하신 겁니까?
장회익 : 저는 책을 많이 읽었다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기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저희 부친이 공학... 토목공학 쪽이셔서 이 분이 항상 수식이 들어있고 이런 삼각형 그림이 있는 책을 보신단 말이죠. 야, 저게 대단히 신기한 건가보다 하는 마음이 말하자면 자연과학 쪽으로 일찍이 들어간 것의 하나죠.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박인규 : 물리학 하면 예전에는 사실 전국의 수재들만 가는 학과였지만, 중요한 건 요즘은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발언하고 공부하시는 게 일반적인 특성인데, 장교수님은 그 뒤 온생명이론이라는 생명에 관한 이론도 내셨고 2003년 교수신문에서 우리나라의 자생적 이론가 20명을 꼽았는데 장교수님이 자연과학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셨는데 물리학에서 시작하셔서 생명에 관한 이론, 말하자면 온갖 세상사에까지 관심을 넓혀가게 된 계기랄까 이유가 있으십니까?
장회익 : 내가 꼭 뭘 해야 되겠다 해서 출발한 건 아니고요, 처음 출발은 제가 물리학을 하기보다는 기계과를 다녔어요 공업고등학교에. 그렇게 하다 보니 이것보다 더 깊이있는 건 물리학을 통해서 봐야 된다. 그래서 바꾼 거죠. 그래서 물리학이 학문 중에서 제일 좀 심오하고 직접적으로 재미있다. 그래서 외국에서 박사학위 정도 밟는 데까지는 수월하게 나아갔죠. 그런데 그때쯤 돼서 가만 생각하니까 물리학만 아는 것이 내가 학문의 목적이냐. 내가 알아야 될 훨씬 많은 또 어떤 면에선 더 중요한 것도 있지 않겠느냐. 그 중 하나가 생명인데, 궁금한데 말하자면 물리학 한 사람이 생명 쪽으로 접근한다는 건, 다른 영역이죠. 우리 상식에 의하면 그건 나한테 해당하는 게 아닌데, 마침 그 당시에 분자생물학... DNA를 발견하고, 발견한 지 한 10년 정도 됐을 무렵이에요. 그런데 DNA를 발견하고 분자생물학을 이끈 사람들의 적어도 한 절반 정도는 물리학자 출신이에요. 그걸 보니 물리학을 가지고도 생명에 접근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고, 그렇다면 도대체 물리학을 통해서 생명에 대해서 내가 뭘 알 수 있나. 그래서 책을 읽어봤더니 물리학이나 화학에 대해서 내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과 탁탁 연결하고 보니까 아주 쉽게 이해되고 정말 새로운 눈이 뜨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거 한 번 해봐야겠구나 도대체 생명이란 게 뭐냐. 적어도 내가 물리학이라는 언어를 통해서 생명을 어떻게 서술할 수 있느냐. 이런 의문이 들고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다 보니 결국 생명이라는 건 개체생명, 우리 속에 들어있다는 그걸로는 생명이 규정이 안 되고 그것과 그것 밖에.. 해서 생명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전체를 합쳐야 생명이 된다. 우리 지구와 태양, 태양에서 에너지가 오잖아요. 그거 없으면 생명활동이 안 되니까, 다시 말하면 생명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 체계가 뭐냐 그걸 한 번. 이것이 있으면 생명이 되고 이것 중 일부가 없으면 생명이 안 되는 그런 걸 살펴보니까 그것이 우리 살고 있는 생명에서는 태양과 지구 생태계가 연결돼서 함께 있어야 되는 거죠. 그것을 제가 온생명이라는 개념으로, 생명의 자족적인 단위
박인규 : 저 나름대로 쉽게 생각하면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장회익 : 그렇죠. 혼자서 살 수 없으니까 함께 살 수 있는 최소 단위가 뭐냐. 그걸 온생명이라고 하죠.
박인규 : 교수님은 물리학자, 과학자라기보다는 학자로서의 삶을 살아오셨는데, 앎에 대한 욕구를 굉장히 강조하셨고. 스스로 학문, 앎의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장회익 :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그걸 통해서 삶의 의미가 뭔지. 거기까지를 연결하는 규칙적인 활동, 이런 것을 학문 또는 공부의 주된 내용이 돼야 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 이름이 공부도둑이라서 요즘 학생들이나 어머니들이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교수님이 말하는 공부하고 집에서 공부해라 공부해라, 그런 공부와는 약간 다르다는 느낌도 들고요. 요즘 우리 사회의 사교육 열풍에 대해서 굉장히 말썽도 많고 논란이 많은데 우리 사회의 교육현실 보시면 어떤 생각 드십니까?
장회익 : 정말 공부 또는 교육에 대해서는 크게 잘못 간다고 봐요. 결국 교육은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공부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건데,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공부에 대한 싫증이랄까, 아주 두려움을 길러주고 있어요. 이건 반대죠. 저는 학교에서 아무 것도 안 가르쳐도 좋다. 나는 딱 졸업할 때 공부하고 싶다. 그 마음만 하나 가지고 나오면 다음부터 공부는 얼마든지 세상에 나오면서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자기가 필요한 건 다 해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제 추측이긴 하지만 우리의 현재 교육받는 사람들은 학교만 떠나면 공부 안 해도 되겠다. 이래서 공부하고 멀어지는, 이런 사람들을 만들어요. 이건 교육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박인규 : 교수님께서 2003년인가요, 녹색대학... 일종의 대안대학이라고 할 수 있고, 환경운동, 환경전문가를 키우는 대학 총장을 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 교육체제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장회익 : 제가 그때 시도해 봤던 게 기본적으로 제도에 묶여서 내용을 상실하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학체제가, 그래서 그걸 완전히 제도적인 장벽을 없애고 내용만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대안교육을 해보자는 게 하나 있었고. 또 하나는 앞으로 녹색문명 쪽으로 가야 되는데 그걸 가기 위해서 본격적인 거기 필요한 학습이 가능하게 만들고자, 그런 취지에서 시도해 봤던 거죠.
박인규 : 올해 고희를 맞으시고 자전적 에세이까지 내셨는데 앞으로도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서 마지막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장회익 : 저는 그럭저럭 하다 보니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가져봤어요.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전부 연결해서 하나로 연결해서 누구나 쉽게 거기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인다면 그것이 내가 가장 크게 기여하는 쪽 아니겠나. 그래서 우선 내가 그런 쪽으로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고 있고, 생각이 정리되면 너무 늦기 전에 책의 형식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외부에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서 인간과 사회, 자연에 대해서 알 수 있는 통합적 앎,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장회익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리학자이자 실천적 과학사상가인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와 함께 촛불집회 등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갈등의 핵심과 그 해법을 비롯해.. 생태적 가치관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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